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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의 시간여행 1 -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소설로 읽는 서양문명사
막스 크루제 지음, 이희재 옮김 / 이끌리오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건 이 책의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해주는 전제이다. 슈테판,로만, 베레니케라는 세 고등학생이 무료함을 못이겨서 전차를 타고 알수없는 역에서 내렸더니 그 앞에 진화공원이 있다.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갔더니 세넥스란 공원 안내자를 만난다. 그리고 이들의 시간 여행은 시작된다.
역사를 왜 공부하는지 근본 명제부터 되짚어가며 그들은 인류의 역사 이전 우주의 역사부터 쭈~욱 지중해 주변 지역의 역사를 여행한다. 여기서 여행이라고 말했듯이, 이들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현장에서 경험함으로써 역사책의 지루한 한 문장이 아닌 생생한 삶으로 받아들인다. 피타고라스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로마의 목욕탕 문화는 무엇인지,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동안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등 역사적인 사건들을 단순한 나열이 아닌, 전후의 인과관계를 잘 살펴서 그 의의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이 서양문명사를 다루다보니, 때때로 서구 중심주의의 맹목적인 시각이 드러날 수 있는데 그 때마다 날카로운 이성의 소유자 스테판이 딴지를 건다. 그리고 그가 지나치게 이성에 치우치게 되면 풍부한 감성을 가진 로만이 반론을 제기한다. 가끔 논의가 세 남자들을 중심으로 흘러가면 베레니케가 나선다. 그러나 원래의 책의 취지에서는 여성주의적 관점을 담으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베레니케의 무조건적인 남자 vs 여자의 구도식 딴지는 좀 짜증스럽다.
어떻게 고등학생들이 이렇게 똑똑한지는 몰라도 이들은 밤에 숙소로 돌아오면 심도깊은 토론으로 하루를 정리한다. 가끔 이들의 논의가 너무 깊어져서 머리가 아프다 할 즈음에 이들 나름의 삼각구도를 나타낸 굉장히 어설픈 사랑 얘기를 보면서 머리를 식히는 재미도 있다.
사실 우린 너무나 많은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뉴튼,데카르트,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완벽한 르네상스맨으로서의 업적 등등... 그런데 이런 많은 지식들이 각각 논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살아오면서 알게 된 수많은 단편적인 지식들이 서로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는지 엮어서 보배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