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감촉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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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뒤 한 유명한 노래의 가사가 떠올랐다.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시간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살아내는 몸과 그 몸을 관통하고 흔적을 남기는 기억은 모두 다르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 또한 같은 시간 속에서 각자 다르게 시간을 감각한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이야깃거리는 ‘몸’이다. 주인공 경선의 몸에 생긴 변화로 언니인 안나와 딸 다은, 손녀 다니엘에게 하나의 접점이 생기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년에 접어든 경선과 안나는 세월을 거치며 자신의 몸에 새겨진 기억을 이야기 내내 종종 떠올린다. 1년도 채 차이나지 않는 짧은 터울로 태어난 두 자매는 너무나 다른 몸을 가졌기에 다른 생각과 다른 기억을 가지고 살았다. 몸의 변화가 불러오는 사건들 속에서 그들은 다른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게 된다. 몸이 맞부딪힌 시간, 그 속에서 생겨나는 기억.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각자의 몸으로 실을 내어 짠 그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의 제목에 속수무책으로 끌렸다. <시간의 감촉>. 어떤 것에 대한 경험을 전제하는 감촉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왠지 생생하고, 홧홧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더 적극적으로 살아내고 싶다는 나의 숨은 의지 때문일까? 어찌 보면 우리의 인생은 ‘시간의 감촉’을 한데 모은 더미일지 모른다. 그 감촉은 모두에게 다 다를 것이다. 나의 몸이 순간순간 느꼈던, 느끼고 있는, 느끼게 될 그 감촉들을 잘 거두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른 이가 거둔 시간의 감촉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에게 펼쳐질 새로운 미래의 시간을 모두가 온전히 감각할 수 있도록. 그래서 작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 그 언젠가의 시간 속 얼굴이 ‘웃을 때에 가장 예쁜 얼굴’이 되기를(382쪽)”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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