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가 남긴 1년간의 일기
에릭 호퍼 지음, 정지호 옮김 / 동녘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의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 그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독서와 사색만으로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해 세계적인 사상가의 반열에 올랐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과 하고 싶었던 일이 일치한다면 참으로 좋겠으나, 그런 경우가 사실상 잘 없다는 것,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일도 '일'이 되어버리는 순간,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생업과는 별개로 자신의 관심사가 있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에릭 호퍼의 삶은 이상향처럼 보였다.


에릭 호퍼의 일기를 보며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까지 사소한 것조차 기록을 한단 말인가?'였다. 나였다면 간략하게 메모지에 정리하고 흘려보냈을법한 일들, 종이로는 옮기지 않고 머릿속에서 흘러갔을법한 생각들도 하나하나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며,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이 모여 발전하는 것을 보며 오히려 나는 너무 쉽게 나의 생각들을 흘려보내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반문하게 되었다.


매일매일의 생각 하나하나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닐지라도, 하나씩 기록하고, 사색하는 과정에서 나의 생각도 성숙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덮었다. 그리고 작게, 간단하게라도 나의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을 갖기로 했다. 기록하고, 정리하고, 사색하는 과정을 거쳐, 나의 생각을 숙성하기 위하여.


생각하고 써온 것들을 누군가에게 얘기하듯이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1958년 6월 1일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사람은 해야 할 일을 한 가지도 하지 못할 때 외로움을 느낀다. 성장하면서 역량을 모두 발휘할 때에만 자신이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세상이 집같이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대열의 선봉에 선 사람들은 많은 부분 용서가 된다. 성장하면서 미래로 급히 나아가기 때문에 결점과 약점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아무데도 가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저속함과 무의미한 성급함, 미숙함과 불성실함이 한데 어우러진 현재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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