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암실문고
마리아 투마킨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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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입에서 나온 말을 내 안으로 집어넣어 혈관을 백 번쯤 돌게 한 뒤 심장을 펌프질해 뽑아낸 글. 이렇게 독특하고 환상적인 책은 처음이었다. ˝살아남았다는 사실로부터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p.341)라니! 엄청난 책이다. 굳이 책의 단점을 꼽자면 메모할 여백의 부족과 ‘만든 이‘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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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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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의 위대함은 그가 겪은 고통이 얼마나 참혹한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어떻게 '증류'해 무엇을 남기는가에 있다. 이 책에서 '증류'에 대한 대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이기도 하지만, 프리모 레비의 '회고록 쓰기'를 압축한 한 단어이기도 하다. 고통이 삶에 가하는 변화를 이토록 아름답고 정제된 언어로 증류해낼 수 있다는 데 경이를 느낀다.


"증류는 아름답다. 무엇보다 느리고 철학적이며 조용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 또 증류가 아름다운 건 변신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액체에서 (보이지 않는) 증기로, 증기에서 다시 액체로 말이다. 위로 아래로 두 겹의 여행을 하는 사이 마침내 순수한 것에 도달한다. 이것은 모호하면서도 매혹적인 조건이다. 화학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을 훌쩍 넘어 먼 곳에 이르는 것이다." (89쪽)


<주기율표> 이 책이야말로 화학원소 하나하나에 기대어 출발했지만, 화학을 넘어 "먼 곳"에 도착하는 이야기이다.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기어이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마는, 그리하여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손쉽게 인간을 회의하고 인류애를 저버릴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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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3 세트 - 전3권 (무선)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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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읽어보고 나머지 살 생각 따윈 하지 말길. 한번 펼치면 절대로 중간에 못 멈출 테니. 바쁠 때 절대 열지 말기를. 모든 일 작파하게 될 테니. 상상력의 한계를 박살낸 작품. 이 두꺼운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느라 어깨 나감. 내 수명 안에 이 작품 갱신할 소설은 없을 듯. 30년 짜리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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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네일리아의 거주자 - 여성적 읽기로 여백을 쓰다 앳(at) 시리즈 9
김지승 지음 / 마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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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터 신뢰가 가는 책. 여백을 자유롭게 이용한 마지네일리아처럼 달아놓아 각주마저 하나하나 주목해 흥미롭게 읽게 된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검토했을 것이며, 자료 나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마지네일리아로 끌어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메모를 했을지 절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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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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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지도, 세상을 바꾸지도 못하는 목격은 구경일 뿐이라는 뼈아픈 깨달음을 준 책. 너무 많은 고통과 참사의 목격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저 구경꾼일 뿐이었다. 내가 고통 너머 원인을 똑똑히 보고 증언할 수 있는 목격자로서 첫걸음을 내딛게 된다면 이 책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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