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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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 가족>이 '정상 가족'을 둘러싼 비틀린 관습과 제도를

사회학적으로 날카롭게 분석했다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정교한 분석도구는 내려놓고

실재하는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만으로 '정상가족'의 신화를 통쾌하게 깨부순다.

'페미니즘' '새로운 가족의 탄생',

우리 시대의 가장 뜨거운 이슈일 두 가지 주제가

함께 사는 두 여자의 좌충우돌 일상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이라는 이 책 부제는

아마 앞으로 쓰일 다양한 책들에 숱하게 인용되고 호출될 것이다.

 

이 책은

국가가 인정하지 않은, 제도가 보장하지 않은 어떠한 가족도

그것이 실재한다면 가족임을 선언하는 중요한 신호탄이다.

책의 형식은 말랑하고 재미있는 에세이이지만,

나는 이 책이 확산할 생각의 전환이

'생활동반자법'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을 예감한다.

 

중요한 한 걸음을

전혀 비장하지 않게, 힘 주지 않고

이토록 산뜻하게 내딛은 두 사람에게 응원과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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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광속 미스터리 - 과학사로 쉽게 이해하는 특수 상대성 이론 창비청소년문고 26
박성관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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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책이지만, 상대성 이론에 대해 알고 싶은 입문자들에게 유용한 책. 난해하기로 소문난 과학 이론을 감탄스러울 정도로 쉽고 명료하게 설명한다. 특히 작가가 개발(?)한 사고실험들은 어려운 물리 과정을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위트 있고, 간명하면서도 핵심 내용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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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미숙 창비만화도서관 2
정원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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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지나쳐왔을 시간에 대한 잔잔한 기록. 황정은은 이 책을 읽고 이미 가난은 냄새임을 영화 <기생충>보다 먼저 간파했다. 미숙은 미숙(未熟)한 시간을 거쳐 완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미숙하지 않은 척할 수 있는 어른이 된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결말이 좀 아쉽지만, 달리 어떤 결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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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양말 - 양말이 88켤레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아무튼 시리즈 18
구달 지음 / 제철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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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고들 해서 펼쳤는데,
처음엔 '뭐 그냥 그런데?' 했다. 
그랬는데...'지네 콘테스트'부터 빠져들어 단숨에 후루룩 끝까지 읽어버렸다.

 

억지로 에피소드를 끌어오지도, 곁길로 새는 법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양말 얘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데,
아, 이거 그냥 빨려든다.
거창한 의미 부여도, 지루한 반복도 없다.
문장에 멋부릴 새도 없이 이야기가 먼저 달려간다.

이야기가 88개의 양말을 신고 문장보다 먼저 달려간다!

 

무언가를 진짜 좋아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자신의 세계가 '그것' 하나로 전부 재조정되는 것.
삶의 모든 요소를 다 빨아들이는 자신만의 깔대기 하나를 갖는 것.

 

이 책을 읽기 전에 각오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양말 지름신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는 것!

양말이라는 건 그저 발에 끼우는 천 쪼가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몇 개 묶음으로 싸게 파는 노점상이나 마트나 지하철 상가 말고 양말을 사본 일이 없다.
그런 내가 책을 덮자마자 '삭스타즈'에 접속해버렸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양말 따위에!!) 몇 만 원이나 결제한 뒤였다.

(작가가 전작 인세 193,200원을 받고 산
G사의 20만원 짜리 양말과는 비할 바 못 되지만...)
양말 브랜드가 따로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렇게도 다양한 소재의, 다양한 디자인의 양말들이 있다는 것에
그야말로 신세계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무언가를 앞뒤 없이 좋아하는 마음은 좋은 기운을 전파한다.
그 두근거림, 수줍고도 과감한 마음,

계산 없는 순수한 몰입,
곁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설레고 흥분된다.


모든 책이 묵직한 깨달음을 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독서라는 행위가 얼마나 부담스럽겠는가.
나에게는 차가운 물 한 바가지처럼 정신을 일깨우는 책도 필요하고,
호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작은 손난로 같은 책도 필요하다.

 

'아무튼' 시리즈는 내가 지나치게 진지해지려 할 때,
독서라는 행위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려고 할 때,
"워 워~ 몸 좀 녹이면서 수다나 좀 떨고 가." 말하며
슬그머니 옷깃을 당기는 편한 친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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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 어떻게 존엄하고 품위 있게 이별할 것인가
김형숙 지음 / 뜨인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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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유일한 한 가지.

죽음.

오늘날에는 요양원이나 중환자실이

죽음에 이르기 전  필수적으로 겪어야 할 경험으로 추가되었다.

 

19년간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했던 저자가 어린시절 죽은 이를 보내던 기억에서 출발하여

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이 어떻게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임종을 맞이하는지,

그 가족들은 어떤 태도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대하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더불어 병원 안에서도 평화로운 이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들도 실었다.

담담하고도 사려 깊은 저자의 목소리는 중환자실의 긴급하고 참혹한 풍경에

충격을 받는 대신, 만약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차분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저자와 달리, 나는 서울에서 자랐지만,

그 무렵만 해도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이웃이 종종 있었다.

어린 시절, 아랫집 살던 친구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집에서 음식 나르는 일을 돕기도 했고,

나의 할아버지가 고향집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런 기억은 '죽음'이 특별하고 예외적인 무언가가 아닌,

삶 한복판에 일상적으로 깃들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나를 온전히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도,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철저하게 혼자가 된다.

모두가 겪지만 완벽하게 혼자가 되는 순간이 죽음을 앞둔 시간일 것이다.

거기에 더해 현대식 병원은 죽음을 앞둔 당사자조차 죽음에서 소외시키기도 한다.

나의 죽음에서 내가 배제된다는 것.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정확하게 듣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면

그것보다 더 슬픈 일은 없을 것 같다.

 

특히 평생 시골에서만 살다가 도시의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는

노인 환자들에 대한 사례나

의식이 저하된 환자들의 상태 확인을 위해 오히려 통증을 가하는 상황을 보면

저자가 중환자실에서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회의와 번민에 휩싸였을지 짐작이 간다.

 

"현대식 병원, 그 안에 가득한 온갖 인공의 냄새, 할머니의 이해력 밖에 놓여 있는 일들, 관계 맺기는커녕 구별하기조차 여려운 사람들, 그 엄청난 속도...... 할머니께서 절대 온전한 마음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 지속적인 긴장감, 움직임을 제한하고 생활의 리듬을 깨뜨리는 치료환경, 다른 환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는 상황, 검사나 처치에 대한 두려움, 어쩌면 모든 중환자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을 죽음에 대한 공포 등을 생각해보면 중환자실은 맨정신으로 견뎌내기 힘든 곳이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중환자실의 첨단의학기술들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불가항력적인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들이 꼭 그렇게 고통스런 처치를 받으며 중환자실에서 죽어가야 하는지" 묻고, "중환자실에서 고립된 채 채 죽음을 맞지" 않고 "가족 중 누군가를 그렇게 보내고 싶지도" 않다는 마음에서 쓰게 되었다고 밝힌다.

 

저자의 말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이다.

 

"임종을 맞은 환자들을 보면서 내가 집착하게 된 것이 있다면 햇볕, 바람, 흙이었다."

 

나도 바란다.

차가운 의료기구에 둘러싸여 낯선 의료진들에게 나의 몸과 시간을 맡긴 채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생의 마지막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눈부시게 살아내는" 것.

또한, 죽음을 앞둔 나의 가족이 평범한 일상을 누리다 살 수 있도록 돕고 존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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