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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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세 잔을 마셨다. 술을 못먹는 나로선 좀 취한 상태다.  

그런데 글쓰겠다고 막 이런다.  

너무 쓸쓸해서 글이라도 좀 쓰면서 위로 받을려는 자급자족 마인드다.  

난 글을 쓸 때 타자를 그리 의식하며 쓰진 않는다. 네이버 블로그에 (전적으로 그냥 내 개인적인 블로그라고 생각했는데..) 내 개인적은 글들을 쓰면서 그냥 아이 c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글을 썼다가  

무서운 댓글을 보고 나서는 블로그나 이런 데에 글을 올리는 거는 좋은 글들이나 자기 자랑 아님 상대방이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하는 공간을 써아 하는구나 하는 무서운(?) 발견을 한 적이 있다. 

저번 주 내가 읽은 책 <소녀를 위로해줘>는 어렸을 적 읽었던 <새의 선물>만큼 날 매료시키진 않았지만 뭐라 그럴까.. 날 안심시키고, 위로하고, 단단하게 다져주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소 두꺼운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금방 읽었다.  

가끔 사람들한테 묻는 질문이 있다. "무슨 낙으로 살아요?" 

그게 너무 궁금했으니까. 난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낙이 무엇인지 잘 모를 정도로 삶이 지루하고 항상 우울했으니까.. 

아주 가끔 사는 거 같았을 때라곤 연애 초기나 사랑의 시작, 또는 일이나 사람들과의 첫만남, 첫눈, 첫 ... 어떤 감동을 받았을 때 말곤 도대체 낙이란 게 무엇인지 궁금할때가 많다.   

그런 감동이란 게 뭐 너무 드문드문했으니까. 근데 책을 읽으면서도 전기가 짜릿할 때가 있다.  

우습게도 나의 청소년기에 난 <새의 선물>을 읽으며 그렇게 찌릿했다. 

그리고 성장한 나와 성숙해진 작가와의 조우는? 

안정적인, 그러나 격렬하진 않으나 잔잔한 여운.. 이게 어쩌면 진정한 감동아니겠어 하며 난 이 책을 한 번 쓱 어루만져 준다.  

이를테면 이런 글... 

"좋아하는 게 있으면 사람이 달라질 수 있더라구. 강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그때 마음먹은 거야 

포기할 건 포기하고, 인생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로 단출하게 꾸려서 새로 살아봐야겠다고 말야." - 179P 

요새 난 좀 억울한 게 이런 거 같다. 내 주변에 출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두렵기도 하지만 잔뜩 부러운 시선을 던지는 거다. 어마어마하게 그 사람들은 소중한 선물을 받은 거 같아서. 물론 그 선물이 아주 까탈스럽고, 극한의 슬픔과 고통과 기쁨과 온통 새파란 세상 전부를 안겨주겠지만.  

어쨌든 생명을 잉태하고, 어머니가 된다는 건... 너무나 부럽고 아득하고 숨가쁘게 그리우니까.  

이 책 속에서 주인공 소년의 플롯에는 소녀와의 사랑도 있지만 그를 뒷받침하고 지지하는 건, 무엇보다 가장 큰 원초적인 첫사랑은 소년의 엄마이다.  

엄마와 아들의 이런 이야기를 읽으며 부럽다 부럽다 하며 난 손톱을 물어뜯거나 종이컵의 구부러진 입부분을 일일히 다 펴거나 하는 행동을 취한다.  

여기에 나오는 채영처럼... 

이 소설에 나오는 소재는 옷 칼럼니스트, 힙합 칼럼, 달리기, 음악(힙합), 퍼즐이다.  

무엇보다 힙합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난 힙합을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 지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난 언저리, 반주류, 비주류? 뭐 이런걸 좋아하는 거다.  

아웃사이더, 변두리, 가장자리, 엑스트라, 혁명, 격렬함, 직선적, 단순함, 열정, 순수, 정직,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 같은 거... 

힙합은 그 모든 걸 다 포함하는 음악이다. 혁명적이고 반항적이고 자유롭고 직선적이면서 서정적이다.  

 그 다음은? 달리기.. 

"뛰면서 나는 생각했다. 달리기를 하기 전과는 다르구나. 더 빨리 도망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도망쳐 뛸 수 있을 것 같은 배짱은 붙었다. 엄마가 옳았다.. 문제가 안 풀리면 어떻게든 풀려고 붙잡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달리기를 해야 하는 거로군." 

이런 경험은 많이 했던 거 같다. 멈추어 있는 거, 정지한 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거, 하얀 벽을 보고 있는 거, 흐르는 강물을 보는 거 만큼 힘든 게 없다.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무언가 벽에 부딪쳤을 때 가만히 있으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그럴 때일수록 몸을 움직이고 달리기를 하든지, 책을 읽든지, 사람을 만나든지, 일기를 쓰든지 뭔가의 행동을 취하는 것! 그게 바로 전적으로 바르게 살아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방황하는 청년들의 이야기, 성장 스토리는 항상 매력적이다.  

나의 마지막 멘트는 그래서 이거다.   

"나의 본질은 불안이다" 

죽기 직전까지 불안한 게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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