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거울 속에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헬렌 맥클로이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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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또 자기 손발을 보면서 나는 나다. 나는 포스티나 크레일이고 다른 누구도 아니다하고 확인하는 건가? 그렇지만 아무리 나는 나라고 생각하려 애써도, 마음속 한구석에선 그게 꼭 사실은 아니란 생각이 자꾸만 들거든요. 난 지금 여기서만 포스티나 크레일이고 언제든 다른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랄까요. 삶이 이렇게 꿈만 같은 건 그 때문이겠죠.자기가 비현실적 존재라는 자각 때문에요……. -P.176

 

<어두운 거울 속에>는 헬렌 매클로이라는 1904년생 미국 작가의 작품이다. 본격 미스터리에서 심리 서스펜스로 작풍이 바뀌는 중기에 해당하는 작품이 바로 이 <어두운 거울 속에>라고 하는데 미국 작가의 추리소설을, 그것도 옛날 작가의 책은 읽어보지 않아 일단은 처음 들어보는 작가이다. 1950년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추리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1954년에 신문에 연재하던 서평이 높이 평가되어 추리작가협회 평론상도 받으신 분이란다. 특히나 <어두운 거울 속에>는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의 단편 미스터리 콘테스트에서 차석을 차지한 글이란다.

 

옛날분이 쓴 글이라서 시대 배경 자체도 옛날이다. 정확한 년도는 나오지 않지만 주요 인물들이 1920년대 생들이 진짜 옛날이야기다. 또 유명한 사립 기숙사형 여학교가 배경이다. 뭔가 고립된 기숙사 여학교가 배경이라고 하니 뭔가 살인이 일어나기엔 딱 좋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뭔가 묘하다.

 

책은 포스티나 크레일이라는 미술 교사가 여학교 브리어턴에서 해고되면서 시작된다. 교감은 왜 해고하는지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고 5주만 일을 한 포스티나에게 6개월 치의 봉급을 주면서까지 내보낸다. 그리고 포스티나는 그나마 학교 안에서 마음을 주고 말을 했던 기젤라에게 이런 상황을 얘기한다. 알고 보니 이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포스티나에 관한 소문이었다. 허약하고 심신이 미약한 여성인지라 뭔가 나쁜 소문이 돌 것이 없었는데 포스티나가 홍길동도 아니고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자꾸만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기젤라를 통해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정신과 의사인 배질 윌링은 포스티나를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고 이야기는 그냥 포스티나가 옛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그녀의 생령이 돌아다는 것으로 몰아간다.

 

그러다 평소 포스티나를 괴롭히던 앨리스가 학교 파티 중 죽은 채로 발견이 되고 목격자가 포스티나가 앨리스를 밀었다고 진술을 한다. 그 시간 포스티나는 뉴욕의 한 호텔에서 기젤라와 전화통화 중이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사건은 자살이나 사고인 것처럼 유야무야 넘어간다. 생령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날 밤 기젤라는 충동적으로 포스티나를 만나러 그녀의 별장으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죽어있는 포스티나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그 전부터도 독자들은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인데 정말 범인이 포스티나의 생령일까 하고 말이다. 포스티나가 죽은 채 발견이 되는 장면은 소설이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는 시점이라 왠지 포스티나 외에 주요 용의자도 없이 끝날 것만 같고 말이다. 하지만 범인은 따로 있으며 반전도 있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약간의 힌트를 더하자면 포스티나의 출생의 비밀을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

 

이렇게 옛날에 쓰여진 추리소설도 읽어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긴 하다. 뭔가 확실히 범인이 밝혀지고 그동안의 악행이 처벌받는 사이다 같은 맛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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