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를 읽고 쓰레기 문제와 재활용 문제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온라인 서점에 가서 '쓰레기'로 검색을 했더니 <쓰레기 거절하기> 를 비롯한 여러가지 책들이 나왔다. 


많은 기업들이 사은품 증정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한다. 나는 이전부터 무료증정 상품이라도 나에게 필요없으면 거절했고, 물건을 살 때도 많이 고민한 후에 집에 들이곤 했다. 그런데도 집에는 쓰지 않는 것들이 많고 쓰레기도 매 주 꼬박꼬박 한 봉다리씩 나온다. 


쓰레기로 눈을 돌려보자.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사러 매주 마트에 간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봉투 (종이봉투든 비닐봉투든)를 장당 10센트에 팔기 때문에 집에서 가능한 다회용 장바구니나 이전에 어쩔 수 없이 샀던 종이봉투를 챙겨간다. 그런데도 장을 보고 집에 와서 풀어놓다보면 포장재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아마도 유통에 편리해서, 청결해보이니까, 상품에 상처나지 말라고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다. 묶음 포장을 위해서 낱개포장을 하고 묶음포장까지 한 것을 풀고 있노라면 과잉포장이 아닌가 살짝 화가 나기도 한다. 


<쓰레기 거절하기> 에는 이런 플라스틱 포장을 최대한 피하며 쓰레기를 줄이려고 하는 가족 이야기가 나온다. 책은 총 세부분으로 나뉘어 "질문"을 던지고, "실험"을 하며, 결국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총 세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저자가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부터 '쓰레기를 거절할 것'을 결심하고, 가족들과 토론을 통해서 방식을 정하고, 사는 지역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을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떻게 자녀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다같이 결정에 참여하고 실천하는 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교육과정과 개인적 경험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나이가 어릴 수록 환경 문제에 더 민감하고 환경을 살피려는 노력을 많이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꼭 환경문제가 아니더라도, 아이들도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사고를 하고 행동하므로 대화를 해서 같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자세는 부모로써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꼭 가족단위의 실행과정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차원에서도 "문제인식"이 자연적으로 "행동의 변화"로 변화하지 않는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을 결심을 하고, 해결책을 찾고, 행동으로 옮기는 등 일련의 과정은 제법 길고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 비슷한 일을 한 다른 사람의 예를 알게 된다면 조금 덜 외롭고, 의지가 된다. 


두번째는 개인/가족의 차원에서 지역공동체의 차원까지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저자의 가족은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데, 가족들 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교류하는 이웃들, 마을 사람들 등도 함께 변화에 동참하고, 나중에는 녹색당에 들어가 정치활동을 하며 지역공동체를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모습까지 나오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작은 지역공동체에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같았다. 


세번째로는 번역이 좋았다. 번역을 하신 박종대님은 경험이 아주 많은 번역자이신 것 같은데, 적절한 외래어 사용, 국어 단어의 적절한 선택, 국어문장의 흐름 등이 정말 좋았다. 


****


미국에서는 '분해가능한 플라스틱'을 만들거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에 투자한다. 이것은 무지하게 미국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구도 너무 많이 늘어났고, 현대사회의 '경제'는 어떤것이든 점점 규모가 커지지 않으면 안되는 방식으로 발전해온 것 같다. 그러나 모두가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소유하기를 원하는 사회를 지속한다면 인류는 생존할 수 없을 것 같다. 자원도, 공간도, 자연의 재생력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분별하게 소비하고 폐기하고 소유하는 일련의 과정을 깨부수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가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지나며 양적으로 팽창하는 시기를 거쳐왔다면, 이제부터는 양적인 팽창보다는 주변을 살피는 동시에 질적인 팽창을 해야할 것이다. 





『쓰레기 거절하기』

 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지음

 박종대 옮김 

 양철북

 2020.08. 

개인적인 영역에서 소비를 줄이려는 사람은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몇 겹으로 포장된 상품, 싸다는 이유로 사는 쓸데없는 물건들, 차고 넘치는 비닐봉지, 플라스틱 병, 플라스틱 용기, 질 나쁜 싸구려 장난감, 이 모든 것들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용도로 만들어지거나, 금방 망가지거나, 아니면 다시 고쳐 쓸 수 없도록 만들어져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자연 곳곳에 쌓인다.

이런 문제들로 관심이 확장되면서 나는 단점이 없는 물질은 없고, 결국 문제는 우리가 모든 물건을 너무 많이 소비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과잉 소비는 결코 포장 용기나 포장 물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에너지, 심지어 서비스까지 모든 형태의 소비에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아직 세계적으로 완전하게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만일 현재의 기후 위기와 점점 증가하는 환경 파괴, 생활공간의 파괴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해결책은 어쨌든 우리가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어떤 특정한 물질을 기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물질과 에너지를 아끼고 지혜롭게 쓰는 데 있다.

미국의 환경 운동과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오래 전부터 3 R을 신조로 내세웠다. Reduce, Reuse, Recycle. 덜 쓰고 다시 쓰고 재활용하자는 것이다. 나 혼자의 생각은 아니지만, 여기다 한 가지 더 보탤 것이 있다. 어쩌면 이 세 가지에 앞서 실천해야할 것인데, 바로 Refuse (거부)가 그것이다. ‘과잉‘을 거부하자는 말이다.

중요한 일을 해결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는 끈질김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자 2023-01-31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이북으로 읽을 때 주석 숫자를 누르면 미주로 붙어있는 내용이 팝업창에 떠서 너무 편안하고 좋았다. 좋은 이북 만드는 사람들은 보물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