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OVID-19 백신 접종 후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이 '공식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건 백신접종을 일반 대중에게 시작하고 나서 한참 후였다. 그 부작용은 월경과 관련된 부작용들이었는데, 이를테면, 많은 사람들이 생리 주기 변화, 출혈량 변화, 생리통 강도 변화 등을 겪었다. 나도 모더나 백신을 맞고 나서 2-3개월간 평소와는 다른 생리 양상을 겪었는데, 출혈량이 변화하기도 했고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분명히 임상 실험에 여성도 남성도 피험자로 (적지않은 수가) 참여했을 텐데, 왜 제약사들은 월경과 관련된 부작용에 대해서 고지하지 않았을까? 여전히 의료계에는, "여성과 남성은 결국 똑같은 인간이니 호르몬 변화가 심한 여성보다는 남성의 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이 공공연히 떠도는걸까? 


​여성들 중 병원좀 다녔고 약좀 먹어본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의료 서비스를 받을 때 모든 것들이 묘하게 남성에게 맞추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 이런 일은 사실 갑자기 튀어나온 담론도 아니다. 몇 년 전 읽었던, 김승섭 교수님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도 '남성의 몸을 표준으로 상정하고 쌓아올려진 의학 지식과 경험'이 여성에게 그대로 적용이 안될 수도 있고 종종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주제로 한 장(章)이 구성되어있다. 


정신의학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어서, ADHD의 경우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성별 차이가 크다고 한다. 특히, ADHD는 '집중을 못하고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남자 어린이' 라는 이미지가 큰데다, 사람 개개인의 행동 양식 등은 사회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라 여자 어린이의 ADHD의 경우 '덜 전형적인' 행동양식을 보이기 때문에 진단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에는 아마 덜 하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에도 직/간접적으로 여자 어린이들에게 '조용히 차분하게 ' 생활할 것을 요구했으니, 집중을 잘 못하는 어린이여도 부산하게 돌아다니고 커다란 행동을 부주의하게 하기보다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거나 계속해서 낙서를 하는 등의 작은 행동을 눈에 띄지 않게 지속적으로 하게 될 것이다. 결국 ADHD는 통계적으로 남자 어린이들에게 유병률이 크게 나타나게 되고, 그 통계는 다시 한 번 양육자나 의료 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여자 어린이를 ADHD로 진단할 확률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ADHD에 대한 통계는 양의 되먹임을 통해 성별 차이가 강화된다. 


​실제로 정신질환의 발현에 있어서 성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을 가르는 것은 유전자이고, 많은 질병들이 유전자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적 요인을 차치하고 봤을 때 순전히 유전자에 의한 유병률 차이는 얼마나 날 지 아무도 알수 없는 노릇이다. 아마도 영원히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유병률 통계에서 성별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이 사회적인 이유라면 응당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성이 여성의 '남성형'이 아닌 것처럼, 여성도 남성의 '여성형'이 아니다.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신지수 지음

 휴머니스트

 2021. 06. 


주로 부주의형 증상이 두드러지는 ‘조용한 ADHD‘ 환자들은 주의를 ‘유지‘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한 가지 목표나 대상에 주의를 ‘지속적으로‘ 기울이는 걸 못 견딘다.

반면 우울장애와 같은 기분장애는 상대적으로 일시적인 장애에 속하므로, 증상 이전과 이후를 기점으로 ‘변화‘가 발견되는 편이다. ‘이전에 비해‘ 초조해 보이고, 집중 시간이 짧아지고, 기억력의 저하를 보인다. 그렇기에 이들의 증상은 주변으로부터 감지되기 쉽다. 이런 경우 우울감이나 불안 또는 신경학적 문제를 발견하고, 호전을 도울 수 있다.

만약 ADHD가 유아기 때부터 발현되는 신경발달장애가 아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증상이 어릴 때부터 발현되기 시작해 성장 과정 내내 별다른 기복 없이 표출되는 병이기에 보호자조차 ADHD 환자의 특정 행동이 손상에서 비롯된 ‘증상‘ 인지, 고유한 ‘특성‘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아니, 구분을 시도하는 일조차 어렵다. 그럴 만한 계기가 없기 때문이다.

‘나와 같이 아동, 청소년기에 ADHD를 진단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데, 과연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도 멈칫댔다. 그럴 때마다 퀸 박사의 논문을 펼쳤다. 나는 ADHD 여성 환자들을 위해 연구하고, 여자아이와 성인 여성 ADHD 환자를 위한 국립 센터를 연 그녀의 이력에서 힘을 얻었다.

여성과 남성은 결국 똑같은 인간이니 호르몬 변화가 심한 여성보다는 남성의 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