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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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설과는 달리 이 책의 의의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로는 보편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담담하게 늘어놓음으로써 독자 (특히 여성인 독자)들로 하여금 본인의 경험을 털어놓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지금까지는 여성 군중 사이에 "구전"되던 이야기들을 "활자화" 함으로써 그 이야기들이 도시괴담같은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활자화된 서사는 사회 곳곳에서 관측되고 논의되었던 파편들을 꿰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보편적인 이야기지만 활자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여성 군중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던 이야기가 남성 군중에게로 노출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여성독자가 이 책을 읽고 '과장했다'고 느끼거나 '내 삶은 이렇지 않았는데 도매금으로 취급당하는 느낌이다' 라고 느낀다면, 나는 당신이 그것들을 모르고 살아온 것에 대해 기쁘다. 나는 당신이 계속 차별과 혐오를 모르고 살아가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그러나 언젠가는 당신도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언젠가 오게 된다면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남성독자가 이 책을 읽고 '피해의식'이라고 느낀다면 제발 한 번만이라도 당신의 어머니와 당신의 여자 형제들과 당신의 여자 친구들을 자세히 관찰해보기 바란다. 그 사람들이 당신에 비해 '이등시민'취급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당신과 당신의 주변 사람들은 축복받았다. 나는 당신과 그 주변 사람들이 계속해서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실제 그들이 느끼는 것은 당신이 관찰한 것과 다를 수도 있다. 이해하지 못했다면 차라리 그냥 그러려니 해라.


문장이나 문학적인 가치가 다른 소설에 비해 적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이 소설이 사회에 가져온 파장만으로도 별 5개를 받는데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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