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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강의 딸 ㅣ 개암 청소년 문학 18
엘로이즈 자비스 맥그로 지음, 박상은 옮김 / 개암나무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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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E.J. 맥그로
청소년 문학 하면 대부분 성장소설을 말할때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를 위시한 동아시아권 문학의 경우가 그렇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의 서구 문화권에서는 조금 스케일이 큰 청소년 문학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주인공이 청소년인 소설이라 청소년문학이라고 말하는 것이지, 그 내용에 있어서는 일반 문학과 다를바 없을때가 많다.
(그래도 문학성에 있어서는 조금 떨어지긴 한다.^^)
이 책 <나일강의 딸>은 실제 고대 이집트 역사상 핫셉수트 여왕이 섭정하던 시대를 바탕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고대 이집트 역사상 유일하게 여성 파라오였던 핫셉수트 여왕은 투트모세 1세의 외동딸이었다. 그녀는 어린 이복 남동생 투트모세 3세의 섭정을 하다가 스스로 파라오의 자리에 올라 약 20년간 이집트를 통치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그곳의 지명과 수많은 신들의 명칭, 그리고 신비로운 문화들까지. 왠지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 이야기는 진행되고 읽는 이로 하여금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발산한다.
마라는 노예이다. 매일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주인의 매질을 참아내며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 하루 하루 비참한 생활이지만 그녀는 전 주인의 특별한 배려로 글도 읽을 수 있고, 바빌로니아 말도 할수 있는 똑똑하고 영리한 푸른 연꽃색의 눈을 가진 아이다. 어느날 코 끝에 스치는 따뜻한 바람에 이끌려 담 너머 탈출을 시도하고, 시장에서 재치있게 빵을 훔쳐먹으며 돌아다니다 주인에게 잡혀 매질을 당한다. 그때 이 소녀를 눈여겨 본 두사람이 있으니 핫셉수트 여왕의 심복 센무트 경의 동생 나헤레 경과, 투트모세 3세를 위해 일하는 세푸트 경 이었다.
나헤레는 마라의 주인에게서 돈을 주고 마라를 사서 투트모세 3세를 위해 일하는 반역자를 찾아내는 첩자 노릇을 시킨다. 그것은 투트모세 3세와 결혼하기위해 오고 있는 시리아 공주의 통역사일이었다. 그녀는 지긋지긋한 노예 신분을 벗어나고자 수락하고 테베로 가는 배에 오른다.
그곳에서 그녀는 셰푸트 경을 만나고 그의 품위있고 친절한 모습에 마음이 끌리게 된다. 우연히 그와 선장의 반역모의를 듣고 발각되자, 세푸트 경은 그녀에게 목숨을 살려주는 대신 투트모세 3세와 자신을 연결하는 첩자를 하도록 권한다.
어쩔수 없는 운명속에 이중첩자가 되어버린 마라... 아직 세푸트 경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수 없는 마라는 나헤레경과 셰푸느 경 사이에서 지혜롭게 행동하자고만 결심하게 된다.
'선택할 필요가 없지!'
양쪽 편 모두 마라를 아군이자 노예로 여기고 있으니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은 나 자신을 위해 싸우면서 겉으로는 양쪽 모두가 자기들을 위해 싸우는 것처럼 믿게 하면 되잖아?' (p151)
아슬아슬하게 양쪽 첩자일을 잘 수행하고 있던 마라는, 날이 갈수록 셰푸트 경에 대해 커지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시리아 공주 이난니에게 솔직히 자신의 입장을 털어놓는다. 이난니 공주 또한 심한 향수병과 자신을 좋아해주지 않는 이집트인 사이에서 마라에게 많은 의지를 하고 있었던 터였다.
"말했다시피 전 바보예요. 누가 이집트를 통치하든 대체 저랑 무슨 상관이죠? 물론 나일강이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흐르듯, 바라오의 자리에도 늘 누군가가 앉아 있겠죠.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은 평생 이중 왕관을 쓴자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할 뿐더러, 보든 말든 털끝만큼도 관심 없다구요. 핫셉수트가 파라오가 되든, 투트모세가 파라오가 되든, 달라지는 것없어요. 전 제 몸 하나 챙기기도 벅찬 사람이라고요." (p300)
이중첩자일이 버거운 마라는 이렇게 소리친다. 그런 그녀에게 이난니 공주는 셰푸트 경의 진정한 마음을 알려준다.
"'나는 파라오가 아니라 이집트를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말도 안되는 헛소리죠. 파라오가 아닌 이집트라니요? 파라오가 곧 이집트인것을요!"
"이집트는 파라오가 아sl야. 또한 나에겐 아직 너무 낯선, 검은 진흙과 녹음을 머금고 길게 뻗은 저 계곡도 아니지. 나일 강도, 도시도, 이집트를 이루는 구성원일 뿐 이집트 그 자체가 될 수는 없어."
"그려면 이집트는 도대체 뭐죠?"
"너야, 마라.
그리고, 너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 저쪽 강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 저 멀리 죽음의 도시를 뒤덮은 건물에서 일하는 도예가와 목수, 그리고 그들의 친구와 가족 모두....." (p303,304)
마라는 셰푸트 경을 위해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어려운 임무를 수행중 셰푸트도 마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게 이른다.
그러나 우연히 마라가 이중첩자라는 사실을 셰푸트경이 알게되고 ,나헤레경도 마라의 정체를 눈치채게 되어 마라는 잡혀들어간다.
끔찍한 채찍질을 당하면서 마라는 그제서야 이난니 공주가 해준 말을 깨닫게 된다.
'당신은 그 사람들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알아!
네콘크와 아쇼, 미프타야, 네페르, 사원의 사제들과 나일강의 어부들, 그리고 해가 지면 네크로폴리스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금세공이, 목수, 도공, 석공,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 나는 이들 모두를 보호하고자 하는 거야.' (p461)
이때 셰푸트 경의 혁명은 시작된다.
마라를 중심으로 한 두 세력 간의 정치적 싸움과 왕권다툼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이집트는 그 누구의 것이 아닌 이집트를 이루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 그들 자체라는 소중한 진리를 말해주고 있다.
청소년 문학이라서 그런지, 전체적인 스케일에 비해 박진감 넘치는 암투와 모략, 함정과 계략등을 기대할수는 없지만,고대 이집트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느끼며 머릿속에 상상하며 읽어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의 말미까지 마라의 신비로운 푸른 눈과 범상치 않음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출생의 비밀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그런 것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이리라.^^)
500여쪽의 결코 짧지 않은 분량이지만 편하고 즐겁게 읽어내려갈수 있었고, 전제척 주제가 고무적인데 비해 사건 진행은 마라와 셰푸트 경의 풋풋한 사랑으로 쌓여 있어서 청소년들이 아주 재미있어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번역은 무난한 편이었지만 문학성 높은 문장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원작자의 오류인지, 번역의 잘못인지 조금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들이 있었다.
p13
테베를 떠나기 닷새 전, 이른 아침에 일어난 일이었다. 은풍뎅이호가 비계와 돌더미에 둘러싸인 고대 사원을 막 지날 무렵이었다.
전 페이지 11쪽에서 선장이 셰푸트를 처음 본것은 배가 테베를 떠나는 날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테베를 떠나기 닷새전이 아니라, 테베를 출발한지 닷새후라고 표현해야 한다.
p135
어쨌든 마라는 아직까지 황금 목걸이를 풀지 않았고, 그를 속이지도 않았다.
마라는 배에 오르기위해 네콘크 선장에게 황금 목걸이를 주었다. 아직도 목걸이를 풀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풀지 않았다는 뜻이면 모를까....
p137
"공주님, 테베가 그리우시죠?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공주는 시리아에서 테베로 왔다. 테베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고향이 그립다고 해야 맞다. 아니면, 테베가 보고싶으시죠? 라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