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파괴자 -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관계를 망가뜨리는 사람들
랜디 건서 지음, 장호연 옮김 / 한문화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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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은이   랜디 건서

 

 

 

<관계파괴자>

제목만 보더라도 약간 섬뜩하다.

누가, 왜, 일부러 관계를 파괴하고자 하겠는가? 그런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왜 내가 읽어야 할까?

우선 반감부터 생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우리 스스로가 관계파괴자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렇게 의도적인 파괴자나 그들이 일으키는 고통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관계파괴자는 선의를 갖고 있지만 종종 자기도 모르게 미묘한 행동을 저질러 관계를 서서히 망가뜨리는 사람을 말한다.       (글을 시작하며 중에서)

 

우리는 처음에 관계를 시작할때는 상대방에게서 긍정적인 장점을 더 많이 본다. 물론 단점이 있었겟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시간이 지나면 관계가 악화되는 걸까?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던 상대방의 행동, 또는 나의 행동이 왜 시간이 갈수록 못 견뎌 지는 건가?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저자는 말해주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10만시간 이상의 상담 노하우를 통해 어떻게 우리가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팁을 알려주고 있다.

 

먼저 관계를 파괴하는데에는 열가지 행동패턴이 있다.

걱정, 소유욕, 질투에서 비롯된 불안감.

자신이 이끌어야 하는 통제욕구

상대방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너무 가까우면 싫은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

절대 지고는 못 사는 성격.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는 비관적 태도.

자신만을 바라봐 주길 바라는 자기중심적 태도.

중독.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거라며 희생하는 순교자 정

내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방어적 태도.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 배신.

이런 열가지 패턴들이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매력적으로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 패턴이 계속 되면 어쩔수 없이 그 관계는 불편해지고 결국 파괴가 되고 만다.

 

저자는 이런 각 행동패턴을 극복하는 일곱가지 회복 방안을 가르쳐주고 있다.

-우선 행동을 판단하지 말고 관찰한다. 스스로를 비판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관찰한다.

-다음으론 그런 행동을 하게된 행동의 뿌리를 찾는다. 대부분 부정적인 경험들로 인할때가 많다.

-다음 단계로는 파괴적인 행동을 촉발하는 계기를 찾는다.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그런 행동을 하게되는 계기를 알게된다면 다음행동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언제 가장 흔들리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 새로운 목표를 찾고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

-혼자서는 힘들기 때문에 자신을 지켜보아 줄 파트너를 찾고 격려를 구해야 한다.

-아마도 힘들고 흔들릴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틀 아래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우리의 부정적인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을 저자는 서술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관계의 책임을 남에게 돌릴때가 많다. 그러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법. 누구 한사람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 관계가 끊어질 때마다 우리는 상대방에게서 비슷한 소리를 듣게 된다. 너의 이러이러한 점이 싫어  라고.

그렇다면 이젠 남을 탓하기 이전에 나의 행동을 돌아보아야 할때가 아닌가.

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저자는 누구나 관계파괴자가 될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저자의 풍부한 상담사례들로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관계파괴자를 알수 있고, 거기에 우리들의 행동을 대조해볼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해결 방안을 하나씩 따라 나갈수 있다. 항상 변하지 않는 대화 속에서 약간의 전환으로 다른 형식의 대화를 할 수 있고, 그럼으로 인해 관계는 새롭게 발전되어 갈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사례에도 불구하고, 원작자의 필력 부족일까, 번역자의 오류일까,

전체적인 내용이 머리에 쏙 들어오도록 표현되어 있지 않다. 

규체적인 사례들은 적혀 있지만 대화나 상황의 전환을 일으킬 수 있는 결정적 문구가 들어있지 않다. 한마디로 머리에 남는 중요문장들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행동패턴에 대한 해결방안의 나열 (그것도 잘 연결되지 않는) 외에는 아무런 조언을 얻을 수가 없다.

그리고 책을 읽고 자신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기 보다는 상담사를 찾아가봐야 겠다는 마음만 들게 만든다. 혼자서는 책 처럼 해나갈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서 할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고 간략하고, 명확한 표현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직강을 한번 듣고 구체적인 사례를 경험해 봐야 이 책은 이해가 될 것 같다.

 

실제로 난 관계에 있어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 회복방안의 5단계에서 자신감을 갖고 침착함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워라 라고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감을 갖는지 스스로를 다독거리는 방법을 나열해 놓기는 했지만 오히려 자신감을 얻게 해주는 확실한 문장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그런 불안감을 가진 사람이 어찌어찌해서 극복했다는 사례와 합께...

늘어진 문장들의 연결로는 읽는 이의 바램을 충족시킬 수 없을 것 같다.

상담이나 심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책일지 모르나 일반인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사용할 줄 모르는 팁들로 가득 한 책 같았다.

 

이 책을 통해서 얻은것은...

내가 나도 모르게, 의도하지 않아도, 관계를 파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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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덮어둘 일이지 - 미당 서정주의 아우 우하 서정태 90세 시인이 들려주는 노래 90편
서정태 지음, 권혁재 사진 / 시와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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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서정태

사진   권혁재

 

 

따뜻한 시집 한권을 만났다.

화려한 기교와 수려한 문장, 언어의 유희가 가득한 시는 아니지만

진솔하고, 마음이 담겨 있으며, 잔잔히 내 마음을 울리는 시들이다.

서정주 시인의 아우 서정태님이 쓰신 90편의 시들이다.

 

서정태님의 연세가 아흔이다 보니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시들이 상당히 많다. 이미 긴 세월을 겪어 보아서 연륜 속에 쌓인 지혜들이 가득한 시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특별한 교훈을 주는 그런 시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 분의 생각과 마음들을 조용히 적어내려 간것이 그 분의 삶 자체로 보여지는 시들이다.

 

 

자족

 

보리 섞인 밥 한 공기와

무국과

김치 한 접시

김 두 장

아침상 파려 먹고 나니

천하는 다 내 것이다

 

고샅길에 나가면

어린아이들

저희들끼리 놀다가도

할아버지! 하고 달려오고

젊은 아낙도 머리 숙여 인사한다

 

하늘이여

고운 하늘이여

티 없는 하루가 되게 하라

(p96)

 

자족의 미를 알게 된 시인이 만면에 웃음을 띄고 살랑살랑 뒷짐 지고 골목을 걸으시는 모습이 보이는 듯한 시이다.

그날 하루 끼니를 잇고, 주위 사람들과의 정을 나누고, 그런 삶들에서 족함을 느끼는 풍광이 그려진다.

 

 

 

혼불

 

무더운 여름날 저물어

초저녁에

건너 마을 외딴 집

살막네 혼불 나간다

 

그 집 앞

미루나무 한 바퀴 돌고

높았다 낮았다

강변 건너 솔재로 나간다

 

시퍼런 사발만 한 불

평생 참아왔던 서러움과 시름

한데 뭉친 덩어리

아무도 몰래 짊어지고 나가고 있다

(p108)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죽음에 대한 시도 많다. 그렇다고 죽음을 두려워 한다기보다는 조용히 앉아 맞이한다고나 할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초연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학이 우는 날

 

뜰 앞에 심은 다박솔이 커서

학이 날아 와 우는 날

 

그 하늘 너무나 밝기만 해

천상의 피리소리도 들리는 날

 

오래도록 참아왔던 나의 노래

그때에나 한 곡조 불러보리

(p14)

 

나 또한 이렇게 오래도록 참아 온 나의 노래를 부를 때를 기다린다.

 

 

시와 함께 실려있는 사진들도 참으로 마음에 든다.

잔잔한 시와 어울리게 튀지 않는 풍광들을 담아낸 사진들이 많다.

각각의 시와 이미지를 연결하려는 노력 또한 보이는 사진들이었다.

 

오래간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집을 한 권 만났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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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놀이 - 마광수의 맛.있.는 단편소설집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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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마광수

 

 

마광수의 작품은 처음이었다.

그의 작품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나는 나름대로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필두로 <즐거운 사라>의 발표로 여러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곤혹을 치른 작가.

그의 작품을 접하지 않은 나로서는 외부에 보여지고 이야기 되어지는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접하게 된 그의 단편소설집.

 

제목처럼 이 책은 그의 상상놀이를 그린 책이다.

흔히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 또 누구나 절대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상상들을 모아 놓았다.

황당한 것도 있고, 기괴한것도 있고, 허망한 것도 있고.

그의 상상은 끝이 없다.

사람들은 그들의 잣대로 자신의 생각을 규정짓고 한계를 짓기 마련이지만, 그는 자신의 상상력에 경게를 두지 않았다. 무한하게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상념이 흘러가는 대로 글을 적어 내려 갔다.

처음에 나오는 <손>은 그의 무한한 그리고 황당한 상상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 다음 작품부터는 계속 실망이었다.

상상의 끝이 안보일거라고 기대를 하여서일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작품들이 많았다. 이걸 상상이라고 해놓은 걸까? 싶기도 하고,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물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이해를 구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감을 잡을 수는 있어야 하는데, 몇몇 작품은 그마저도 알 수가 없었다.

문장력도 많이 떨어지는 듯했다. 묘사가 좋은 것도 아니고, 구성력이 탄탄하지도 않았다. 여기 저기 떨어뜨려 놓은 이야기의 단서들은 채 주워 담지 못한채 그 자리에 이유 없이 놓여 있을때가 많았다. 소설의 모든 단서들이 앞뒤가 맞고 복선과 암시를 깔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갈 곳 없어 그저 그자리에 뚝뚝~~~ 떨어져 있는 이야기의 소재와 단서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나마 야한 이야기와 상상에서는 그의 재치가 드러나는 듯 했다. 섬세한 묘와 사건 진행등이 번뜩이며 지나다녔다. 반전을 이루는 상상도 있었고, 독자를 끌어 당길만한 힘이 있는 작품도 있었다. 

역시 야한 이야기를 해야 힘이 나는 걸까?

일반적인 사유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황당한 상상들이 오히려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작가의 능력은 그런 글에서만 발휘되는 듯 싶었다.

 

전체적으로는 많이 실망스러운 책이었다. 차라리 어린아이들의 상상이 더 참신할 것 같다.

 

 

오탈자

p213  5행  크세 →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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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53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저, 메리 램.찰스 램 지음, 최지현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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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찰스 램, 메리 램 지음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그중에서 유명한 4대 비극. 햄릿,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

그러나 실제로 이 작품들을 읽어 본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 않다.

희곡으로 구성되어 있어 접근성이 약한 것도 있고, 너무나 유명하기에 그냥 안다고 생각하고 읽어 보지 않을때도 많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꼭 필요한 문학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다가서지지 않는다.

 

이 책은 어린이들이 고전과 친해지도록 영국의 대표 수필가 찰스 램이 누이인 메리 램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희곡 38편중 20편을 골라 1807년에 출간한 <셰익스피어 이야기>에서 비극 만을 추려 엮은 것이다. 희극은 누이인 메리가, 비극은 동생인 찰스가 맡아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개작하였다.

희곡이라는 단점을 보안하고 줄거리를 잃지 않으면서 간결하게 원작을 살려 만들어진 책이다.

그래서인지 우선 분량이 짧다. 그리고 희곡이 아닌 일반 서술형 문장로 구성이 되어 있어 쉽게 읽혀 진다. 이 책에서 맛을 들여 원작으로도 시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순히 간략하게 줄거리만 줄여놓은 것이 아니라 원작의 글매무새를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벼락 횡재로 딸들은 기뻐 울고

아버지는 슬퍼서 우네.

이런 왕은 까꿍 놀이나 하다가

어릿광대나 되고 말지.

광대는 이런 유쾌한 말과 노래 속에 자신의솔직한 마음을 담아냈다. 고너릴 앞에서조차 신랄하게 정곡을 찌르며 비꼬았다.  (p46)

 

이렇게 문학성이 살아 있는 문장들을 남기려고 애썼다.

 

다만 전체적으로 양을 줄이다 보니 대부분 서술형 문장이 나열되고 대화체는 거의 없다. 그래서 사건진행도 빠르게 되고...

전체적으로 후다닥~~~ 읽게 되니 인물의 이름이나 인물간의 상관관계가 쉽게 기억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아무리 문학성을 살려 썼다고는 하지만 원작의 묘미만 하겠는가. 셰익스피어가 고른 언어의 묘미를 이 책에서는 느낄수가 없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수는 없는법. 전체적인 개략을 알고 있다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원작을 찾아가는 것도 독서의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책 안에 들어 있는 삽화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 삽화들은 노먼 프라이스, 조사이어 보이델, 존 보이델, 존 싱어 사전트, 에드먼드 뒬락, 외젠 들라크루아등 총 6명의 세계적인 화가들의 그림이라고 한다. 단순한 삽화가 아닌 그림 하나하나가 작품인 셈이다. 삽화를 잘 들여다 보면 이야기속의 인물들의 생각과 고뇌등을 잘 표현 했다는 느낌이 든다. 칼라가 아닌 것이 조금 아쉬웠다.

 

 





 

 

이 책은 어린이, 청소년용 <문고본>시리즈인 '네버엔딩스토리'중의 하나로 세익스피어 작품을 처음 접하기엔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자.

책읽기는 쉬워야 한다. 읽고 싶어야 한다.


 

 

오탈자

 

p79, 17행 - 백베스 →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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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서린 말 사계절 1318 문고 82
마이테 카란사 지음, 권미선 옮김 / 사계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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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마이테 카란사

 

 

 

 

청소년 소설을 읽을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예전의 성장소설의 개념을 벗어난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제 선정에서, 문체, 표현방식까지 옛날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이 책 <독이 서린 말>도 과연 청소년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갈등이 생긴다. 물론 주인공이 청소년이기에 당연히 그 범주에 넣을 수는 있지만 주제의 무게감을 생각할때 그들이 소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러나 요즘 현대사회가 청소년들이 이런 주제도 소화할 수 있고, 소화해야 할 만큼 버겁고 어두워졌다는 사실의 반증을 이 책이 드러내고 있다.

 

정년 퇴임을 하루 앞둔 살바도르 로사노 형사는 4년전  한 여자아이의 실종사건에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 바르바라 몰리나는 열다섯살 때 실종되었다. 처음엔 가출인줄 알았으나 도와달라는 다급한 공중전화에서의 발신과 전화박스에 남겨져 있는 혈흔과 가방을 증거로 납치, 실종사건이 되었다. 남자친구와 학교선생님으로 용의자가 좁혀졌으나 끝내 범인은 잡지 못하고 바르바라도 실종된채 미결사건으로 남은 것이다.

죽은줄 알았던 바르바라는 납치되어 감금된채 4년을 보냈다. 그에게서 탈출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탈출하다 들키면 가혹한 매질과 굶주림, 비위생적인 삶이 주어진다. 그러나 고분고분 그의 말을 들으면 샤워도 할수 있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며, 좋아하는 미드도 보게 해주는 등 편안한 삶을 제공받을 수 있다. 바르바라는 하루하루 그의 기분을 살피며 처분을 기다리는 온순한 인질로 길들여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실수로 두고간 핸드폰을 발견한 바르바라는 어렵게 친구 에바에게 전화를 걸지만 그곳이 수신불가능지역이라 그만 전화가 끊기고 만다. 에바는 남자친구문제로 바르바라가 실종되기 직전 절교한 상태. 그녀는 바르바라의 실종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에바는 바르바라의 아빠 페페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사건의 해결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언제나 화두가 되는 성폭력, 그것도 아동성폭력문제.

아이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어릴때의 끔찍한 경험은 그들로 하여금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게하는 이중의 고통을 안겨준다. 그래서 자신이 힘들다고 소리쳐 밖에 말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모든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까봐, 내가 잘못한거라고 사람들이 손가락질 할까봐.

계속된 독설, 즉 독이 서린 말은 아이에게 주입되고 세뇌되어 그들 스스로는 매어있는 올가미를 풀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것은 비단 성폭력을 당하는 아이에게만 국한 된것은 아니다.

우리는 말에 의해 지배받는다. 누군가 계속 독설로 그 사람의 정신을 망가뜨리면 반복되어 지는 말만으로도 그들의 영혼은 피폐해지게 된다.

 

엄마는 늘 시키는대로 했다. 나는 수천 번도 더 넘게 들었던 그 말을 다시 듣게 되자, 괴로운 마음에 숨이 콱 막힌다. 모든것을 망가뜨리고, 할퀴고, 깊은 상처를 남기며 엄마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항복부터 했다. 나는 엄마가 침묵하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가만히 울고, 모욕에 굴복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다. 아니다. 엄마는 그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엄마는 약하다.  (p315)

 

 이 이야기는 바르바라와 에바, 로사노 형사, 그리고 바르바라의 엄마인 누리아 이렇게 네 사람의 관점으로 진행되어 진다. 각 챕터마다 각자의 관점, 그러나 그 인물을 중심으로 놓고 3인칭 작가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다. 다만 바르바라의 관점에서만 1인칭 화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다른이들은 보여지는 모습에서의 감정 상태를 이해할 수 있지만 바르바라 만은 그녀 내면의 이야기를 그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작가의 뛰어난 필력으로 하루동안의 일을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속에 속도감있게 구성해 놓았다.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인물들의 세세한 감정표현이 눈앞에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섬세했다. 대화체 문장에서도 따옴표를 사용하지 않고 문장들을 죽 나열하기만 했는데도, 전혀 화자의 헷갈림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시나리오작가로도 활동했던 그녀의 이력 때문일까?

번역도 아주 매끄러워서 분장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지막에 범인이 너무나도 뜻밖의 사람이라, 책을 읽으며 그저 먹먹함에 가슴이 답답했다.

이런 이야기가 소설로 씌여진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사회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일들이 가능한 현실이 싫고 이런 소설이 청소년 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 작금의 사회도 싫다.

 

실제 이 이야기는 납치되어 8년 6개월 동안 감금된 소녀 나타샤 캄푸쉬의 일화를 바탕으로 씌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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