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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2004년에 발간된 이후 꾸준히 읽히고 있는 교양서적입니다. 이번에 발간 10주년을 맞이하여 이 개정판이 출시되었다고 하는 군요, 개전 전판은 발간 이후,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등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저널리즘에서 ‘프레임’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던 책입니다.
요즘도 정치 관련 토크쇼나 신문을 볼 때면 ‘프레임에 갇히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프레임이라는 단어는 미국의 미디어 연구자인 ‘토드 기틀린’이 가장 먼저 사용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 중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책 속에 정말로 여러차례 프레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더군요. 저자는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보수 정당에 의해 국가의 통제가 보수정당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프레임에 관해서는 아래의 사이트를 참고하세요.
( 참고 - http://roomforideas.tistory.com/206 )
이 책의 특징을 몇 가지 나열하자면요, 첫 번째로는 저자가 스스로 진보주의자임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주장을 할 때면 ‘진보주의자는 -을 해야 합니다.’ 가 아닌 ‘우리는 -을 해야 합니다.’ 라는 적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고요. 책의 주제도 우리(진보주의자)들이 왜 보수주의자들에게 지고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토입니다. 정치에 관한 책이라면 (심지어 저자가 특정성향의 대표하는 인물임에도) 보수와 진보의 의견을 모두 취하려는 우리나라의 서적과는 다른 면모로 다가오더군요.
두 번째로 이 책은 정치 자체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정치인의 스킬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보나 보수의 이런저런 주장을 두둥실 그려내는 책이 아니고요, 화술이나 글쓰기를 다루는 책과 같이 우리 사회에 ‘프레임’의 정확히 적용된 사례와, 잘못 적용된 사례를 들고, 맞고 틀림을 조목조목 따집니다. 또, 진보에 분리한 쟁점이나, 논쟁중인 쟁점에, 어떤 식으로 키워드를 내세워야 하는가를 제시 합니다.
개정판만의 독특한 특징으로는 책의 큰 줄기는 변함없었지만, 2014년도에 열풍을 불러일으킨 피케티의 주장을 섭렵하고 있더군요, ‘피케티’의 주장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그의 의견을 진보적인 입장에서 적극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몇 년간 Hot 했던 미국내 이슈에 관해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겠지요. (오바마 케어 같은)
기본 골조는 오래된 책이지만, 여전히 공감이 가는 부분들이 많은 책입니다. 단순하지 않은 것들을 단순하게 이끌어 내는 문장들이 여럿 있더군요. 그 중에 두 가지만 소개하자면,
@ 자유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혹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존재이므로 우리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그들은 옳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라는 신화를 믿고 있다. 하지만, 진실이 사람들에 받아들여지려면 그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프레임에 부합해야 한다. 만약 진실이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프레임은 남고 진실은 튕겨나간다. (47p)
@ 우익들과 달리 좌파들은 전략적으로 사고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쟁점별로 사고합니다.
위와 같은 몇 개의 문장들은 진보진영에 귀감이 될 만한 문장으로, 어떤 일의 진실을 말함에 있어서, ‘얼마만큼 진실인가.’ 만큼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것이,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 는 것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마찬가지입니다. 보수의 정치권에서는 프레임이라는 기술을 흔하게 들고 나옵니다.
‘무상급식’이라는 단어는 공짜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무상이라는 단어와 급식을 결부지어 생각하게 만들어 부정적 인식을 높였고요. ‘자원외교’ 라는 단어는 자원이라는 부를 연상시키는 단어와 외교를 결부지어, 뚜렷한 근거없이 해외에 수 조원의 투자를 가능케 했습니다. (물론 실패 사례도 있겠습니다. ‘증세없는 복지’ 라는 단어는 ‘없는’ 이라는 부정적인 연결과 사용됨으로서 지금은 여당조차 실패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 이렇게 국내 정치와도 연관지어 생각하지 좋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크고 작은 프레임에 대해서 아니라 진보진영의 전략부재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습니다. ‘썰전’이라는 정치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요. 강용석이라는 패널은 여당을 대변하는. 보수적인 발언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사건이나 현상이 일어났을 때, 진보는 사건이 도덕적으로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논의하고, 반면 보수는 사건이나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를 논의한다.’ 그가 이정도의 발언을 할 수 있을 만큼, 진보 진영은 쟁점이 되는 현상에 대해 효과적으로 선점한다거나, 문제를 앞서나가기 보다는 ‘선善’에 가까운 논리를 적용해, 매 이슈를 방어하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에 비해 많은 실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지지자들은 보수진영에 한 표를 행사합니다. 왜 그럴까요? 국민이 멍청해서 인가요? 세상이 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집권하고 있는 건 보수가 똑똑하기 때문입니다. 한발 앞서서 이슈를 선점하고, 견고한 프레임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OO연구소’ ‘OO포럼’ 등 정책기관들이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