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전 Z 밀리언셀러 클럽 84
맥스 브룩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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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접한 계기

 

'세계대전 Z' 라는 책입니다. 책이라면 대체로 손에 잡히는대로 이것저것 읽어 버리는 쪽이므로 우연한 기회로 접하게 되는일이 많은데요. 이 책은 찾아서 읽었으니, 접하게 된 계기가 특별하다고 볼수 있겠네요. 이 책은 '월드 워 Z' 라는 올 여름(2013년) 가장 기대되는 블록 버스터의 원작 소설인데요, (관련 기사 보기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1777)

 영화 자체가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치열한 판권 경쟁'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광고를 하다보니, 꽤나 궁금함이 일더군요. 알고보니 도서관 한켠을 꽤 묵직하게 차지하고 있던  '읽어야지 읽어야지'라며 벼르고 있었던 책이기도 했고요.

 

 

 

 

강점과 감점

 

      ■ '좀비 바이러스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세계' 라는 매우 독창적인 스토리를 가진 소설입니다만... 내재한 스토리나 세계관을 말하기 앞서, 독특한 시점을 가진 책이라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딱히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이 없이, 세계 곳곳의 생존자의 인터뷰를 통해 진행되는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1인칭이나 3인칭 등, 보편적이고 검증된 시점을 벗어난 소설은 전에도 몇 권이나 읽은 적이 있습니다. '척 팔라닉'의 '랜트'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판탈레온 수비대', '얀 마텔'의 '셀프' 같은 소설들이었고요. 언급한 책들은 모두 독창적인 시점을 통해 관객과의 접점을 취하는 책이었습니다. 이런 책들 독창성에서 높은 점수를 차지하지만 구성이 산만하고 클래식한 시점의 기승전결에서 우러나오는 폭팔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는 실패하더군요.

 '세계대전Z' 라는 소설도 이런 면에서 완벽히 자유로울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볍씨 하나하나를 탈곡, 몇번이나 어낸 후, 밥솥에 얻혀서 완성되는 쌀밥' 같은 것이 기존의 소설이라면, 이 소설은 '도톰한 감귤'같이 껍질을 죽죽 벗겨서 알맹이를 취하는 느낌의 소설인지라, 구성의 산만함이나 기승전결의 완만함을 어느정도는 상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느낌인고하니, 위의 여러 책들과 비슷한 구성이라기 보다는 전쟁의 부분부분을 재현해 하나의 사건을 완성시키는 2차 대전 실화를 다룬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는 느낌이더라구요. ( 밴드오브 브라더스 리뷰 = http://blog.naver.com/haoji82/70090531431 ) 이렇게 완벽한 스토리에 대한 강박보다는 소설속 허구가 얼마나 진실처럼 보이는가 에 대한 면에 있어서 충분히 설득적이었습니다.

 

 (작가가 이 정도의 깊숙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건지 알 수 없지만.) 세계 곳곳의 창궐하는 좀비는 해당 국가 내면에 잠재된 공포에 대한 비유로서 흥미롭게 접근가능하더군요. 예를 들면, 한국측 인사를 인터뷰 할 때는, 북한에 대한 공포와 좀비에 대한 공포를 동일시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던지, 중국내 사형수 장기 매매를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를 통해 중국의 인권문제를 꼬집고, 일본의 이야기가 사회에서 격리되어 살아가던 오타쿠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것도 그렇고요. 밀폐된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이스라엘이 자국민간 내전을 겪게되는건 ,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깊은 조소처럼 느껴졌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실패를 만회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미국의 모습은 또 어떻고요.  

 

 물론, 긴장감이 희미하다는 점에서는 자유로울수 없습니다. 특히나 이 책은 세계곳곳의 정황과 (가상의)역사를 디테일하게 연출하는 면모을 가지고 있는데요. 부족한 긴장감과 밀도 깊은 세계관이라는 두개의 특징이 맞물려, 일부 독자들에게 작품자체에 대한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질수도 있겠더군요, '책의 한장을 넘기는 순감부터 완독할때까지 꼼짝도 할수 없었다' 류의 책은 아닌거죠. 장르소설로서는 꽤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할수 있겠네요.

 

 

영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영상화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매우 궁금하더군요. 이 소설 자체가 스토리를 디테일하게 옮겨도, 독립된 영상으로의 구현을 이끌어 낼수 있는 류의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가상의 세계관을 조망하는 배경서같은 느낌이므로, 주인공을 설정해서 흡입력있는 스토리를 만들고, 소설속 독창적인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 자체로 원작과는 전혀 다른 해석의 여지를 가진 영화가 완성될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방대한 세계관과 디테일한 인간 본성에 대한 묘사또한 영화에 대한 기대를 확장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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