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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후
기욤 뮈소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평점 :
이 책의 소개
◆ '기욤 뮈소'의 '7년 후' 입니다. 기욤뮈소 다들 아시죠? '구해줘',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종이인형' 다들 읽어 보신거 맞죠? ㅎ
기욤 뮈소의 작품은 꾸준히 섭렵해 왔는데요. 프랑스 소설가로서는 드물게 철학적이거나 논쟁적인 모습도 없고, 거들먹거리는 모습없이 확연히 대중적인 강점을 가진 소설로 연달아 발표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작가 중에 한명이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소설들이 사랑받았고요. 또 준수한 판매량을 기록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근작인 천사의 부름이 꽤나 망작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요.)
(구해줘 리뷰= http://blog.naver.com/haoji82/70090607302 )
(그 후에 리뷰= http://blog.naver.com/haoji82/70091313776 )
(천사의 부름 리뷰= http://blog.naver.com/haoji82/70134653207)
이 '7년 후' 라는 소설을 얼마전에야 접하게 된 건 다소 의외였습니다. 2012년에 말에 발간된 소설인데요. 계절이 두번이나 바뀐 지금에서야 신작이 눈에 들어왔다는 건, 판매량에서 상당히 저조했다는 뜻이니까요. (이래뵈도 베스트 셀러 코드는 틈틈히 챙겨 보고 있습니다. 훗) 나름의 팬덤이 있는 작가의 근작으로는 너무나 소리 소문 없이 넘어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책의 마지막 한장까지 완독한 지금에 이르러는 그런 면이 이해가 됐습니다.
기욤 뮈소의 한계치
◆ 내용자체는 지난 몇개의 작품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거대한 마약집단과 싸우게된 이혼한 부부라는 설정인데요. 여기에 환타지적인 요소와 액션 그리고 로맨스가 적당히 가미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개의 소설과 확연히 다른 소설이기도 합니다. 일단은 도가 지나친 개연성의 부족을 들수 있겠습니다. 글의 초반, 중반, 후반 모든 부분에 걸쳐 사건에 연관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군요.
그 중에서도 압권은 '절대 반목 할 수밖에 없는 개성을 가진 가진 부부가 어떻게 화해하게 되는가?' 에 대한 조그만 단서조차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소설책을 통틀어 내내 '헤어지는게 최선'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던 부부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결과에 이르르면, 독자를 무시하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정도예요.
이야기도 상당히 엉성했습니다. 캐릭터간 디테일한 교감없이 큰 장면 장면만 겅충겅충 뛰어가며 나열하는데요. 뉴욕과 파리, 그리고 남미에 이르르기까지의 이동과정 내내 스펙타클한 추격전과 소모적 액션에만 치중하다 보니 이야기의 전체적인 발란스며 구성이 산으로 가는것이 확연히 느껴지더군요. 지난 몇권의 소설이 80~90년 대 영화의 장점 (아기자기함, 이국적, 낭만적 구성, 현학적 지문) 을 취하고 있다면 이 소설은 그 시절 영화의 단점(반복되는 우연, 뻔한 결론, 액션에 파묻힌 이야기) 만을 계승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비판적인 요소는 작가의 전작에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전작에서는 현실도피적인 낭만이나 개연성 없는 사건의 연속이 때로는 독자를 빨아들이는 구성방식으로서, 때로는 중독성 강한 캐릭터로 만회하고도 남았다면, 이 소설은 모든 단점이 부각되는 이야기로, 어디서나 볼수 있는 흔한 소설로 추락했습니다. 연이은 두 소설의 실망을 '아쉽다'. '실망이다' 라는 말로 표현하기 보다는 작가의 한계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우연히 서점에 다녀왔는데 기욤뮈소의 예전 히트작들이 서고의 한켠을 크게 차지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그의 신작을 그곳에서 볼일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절치 부심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되니까요. (정말 크게 뛰어넘어야 할테지요.) 아. 개인적으로는 번역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입김에도 훅 날아갈만한 이야기에는, 중심을 잡을만한 진중한 문체가 필요한데 지나치게 가독에만 힘쓰다보니 날림이 심한 소설로 읽히는 면이 크거든요. 큰 지진으로 무너져 가는 가옥에 여진이 닥친 꼴이예요. 지난 소설과의 연관성, 접점을 찾기 보다 새로운 기욤 뮈소를 발굴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