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나 뮤지컬로서, 이 소설 제목을 들어본 분들이 많을테죠.

 

소설로뿐만 아니라, 영화나 뮤지컬등, 여러장르로의 확장으로 인해 더 유명한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두명의 죄수인 '몰리나'와 '발렌틴'의 이야기를 통해 전개되는데요,

 

특징적인 전개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극의 마지막에 잠시 등장하는 보고서나 통화의 내용을 제외하고는

 

묘사나 수식이 완전히 제거된 '대화만!' 으로 흘러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단히 제한된 서술방식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야기 자체는 다채롭고 흥미진진한데요,

 

사실은 이것이야말로 이 소설의 최대 장점이자 매력으로,

 

뮤지컬이나 영화의 작가들이 이 소설을 읽고, 영감을 받아 극을 만들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질정도입니다.

 

 

극의 초반에는 소설 속 두 화자인 '몰리나'와 '발렌틴'의 존재가 거의 미미할 정도로,

 

두사람의 영화 이야기가 대부분의 흐름을 구성합니다.

 

무료한 두사람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누는 영화이야기, 그리고 중간중간 나누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보면,

 

서서히 두사람의 성격이며 성향,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 그리고 그들사이에 서서히 싹트는 감정을 느낄수 있습니다.

 

소설의 등장인물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라는 소설과 흡사한 양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관련 리뷰 = http://blog.naver.com/haoji82/70097904513)

 

(개인적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통해 등장인물의 점진적인 변화를 알아간다는 면에서는 이 소설이 좀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고요,

 

이야기자체의 균질도나 완성도로 따지자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쪽이 좀더 높다고 생각되네요.)

 

 

극에 등장하는 스토리 중 몇개는 실제 영화의 내용을 참조로 한 것으로서

 

작가의 어린시절 영화에 대한 사랑이 과연 대단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시절 촌스럽지만, 특징적인 영화의 요소를 잘 집어내 머리속에 생생하게 떠올릴수 있었고요,

 

이 소설의 이런 면모는 굉장이 독창적으로, 여러 예술장르로의 확장이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을 잘 알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독자는 '폭풍의 언덕' 이며 영화로 말하자면 봉준호 가독의 '마더'에서 느꼈었던

 

'서술자의 모순'를 접할 수 있습니다.

 

폭풍의 언덕의 화자인 가정부가 자신의 실수며 악행을 교묘히 숨기면서 서술한다던지,

 

'마더'에서는 등장인물의 진술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꼼꼼하게 돌아보아야 한다던지,

 

같은 면인데요,

 

 

실제 책 속에서 등장하는 영화는 실존하고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과 구술자의 취향에 맞게 적당히 각색 되고,

 

이렇게 바뀐 부분들은 이 소설의 중심 메세지를 포함하거나,  극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며, 또한 복선으로도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련의 시도는 책의 장르에 꼭 맞으면서도, 시의적절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아무튼 여러모로 감탄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이 글의 문학으로서 이야기를 향유하는 독자와 메시지로서의 문학을 향유하는 독자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이야기를 가져다 줍니다.

 

 

이야기가 진행되 나갈수록, 처음에는 영화에 무게가 실리던 이야기가 점점 두 죄수의 스토리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요,

 

어느순간에는 자연스럽게 두 죄수의 이야기로 결말을 짖습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가독의 이동은 비슷한 류의 소설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인

 

이야기와 이야기가 서로 녹아내지 못하거나 혹은 이야기와 등장인물이 지나치게 동떨어진 기분이 들지 않게,

 

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소설은 뒤편에 있는 해설서를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네요,이야기 그 자체로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소설의 전반적인 면모를 이해 하고 나면 어째서 이 소설이 뛰어난 문학인가에 대한 확신이 들게 되니까요.

 

'송병선'씨는 이 작품의 번역에 굉장히 공을 들였음이 분명하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