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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평점 :
슬픔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간승리 드라마의 감동, 죽음을 통한 상실과 믿기지 않는 고통,
그리고 성장 또한 눈물을 야기하죠,
성장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죽음과 맞닿는 진정한 슬픔입니다.
여기에 아주 영리한 책이 있습니다. 이 책도둑이라는 책은 고적적인 의미의 '성장에서 야기되는 슬픔'에 충실합니다.
소설속에서,,, 성장은 과거와의 단절을 혹독한 방법을 해냅니다.
단순하게, 아주 단순하게 서술할뿐이지만, 저로서는 눈물이 나더군요.
이 책은 명백히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 소설속 슬픔이라는 장점은 다른 장점들은 압도합니다.
성장부터 이야기 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의 성장은 마치 1+1은 2라는 보편적인 공식과 같이 이루어집니다.
주인공은 고아라는 선천적인 아픔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혼자만의 아픔이었지만, 점차 주위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게 됩니다.
주변의 도움이 점차 필수적이 됩니다. 관계를 쌓아가고 서로 기대게 됩니다. 그것은 쉽게 보이지 않고, 매우 더디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에피소드가 한개두개 진행될때마다, 조심스레 진행되는 성장은 현실적이고, 공감 가능합니다.
독자는 과정에 매료되게 되고요.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은 죽음을 당합니다.
이건 일종의 공식이라고 할수 있죠,
뛰어난 전개의 성장 소설이 모두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나의 라임 오랜지 나무, 나의 아름다운 정원,,,,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걸 자신만의 그릇에 담는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소설이 명작이 되었을 테죠,
이제 이 소설의 그릇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이 소설의 장점은 여타의 소설과 달리 그 결과가 과장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회상하지도, 그 속에 허우적 거리지도 않으며, 슬픔을 몇번이고 다시 되새기김질하지 않습니다.
죽음은 '신파'로서보다 '삶의 일부분'으로 그려집니다,,, '죽음과 성장은 함께 찾아온다.' 진실을 말하고 있죠,
삶의 진실 말입니다.
이 책이 청소년 도서인가요? 잘모르겠습니다만, 분명 가지고 있는 그릇이 큰 소설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장점도 많은 소설입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의 독일을 배경으로 한 글인데요.
하지만 우리가 예상가능한 것들, 독일인들의 자기 혐오나 반성, 끔찍한 정치가 주가 되지는 않습니다.
아픔이 나타나지만, 현실과 연관지어 독자에게 일일히 가르키려고 하지 않고요,
상직적인 폭력의 주체로서 히틀러는 존재하지만 그것은 단지 상징적인 의미일뿐입니다.
완벽하게,, 완전히 균형을 이룬 소설입니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죽음의 신'의 자조적인 유머입니다.
이 책의 화자인 죽음의 신은
'죽음의 신은 낫을 들지 않는다' '검은색 후드 로브는 추울때만 입는다.' 라는 푸념을 늘어 놓습니다.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키득키득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또 죽음의 신이라는 독특한 서술화자로 인해 발생하는 서술방식도 재미있습니다.
책의 중간중간 삽입되는 '~정의' '~진실' 같은 죽음의 신의 명상은 이질적이지만 효과적으로 책의 스토리를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이건 마치 책갈피 같다고 할까요? 책의 후반부를 읽다가 '뭐였지?'하면서
앞부분을 다시 읽어야만 하는 저같은 독자에게 최적화된 책갈피 말입니다. 잊혀졌던 부분이 한눈에 들어오게 되죠.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이 책은 청소년책이고, 그래서 청소년의 시선에서 이야기 해보자면,
'양이 너무 많다.' 라는 것입니다.
15~20세의 나를 돌이켜 보면 이 정도의 양의 책은 읽기 전부터 '헉' 하고 숨을 들이 마쉬곤 했으니까요,,
이질적인 구성의 시작은 뒷부분으로 갈수록 장점이 되지만, 처음에는 책의 몰입을 방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입니다,,, 저는 청소년이 아니고 왠만한 두께의 책에도 더이상 놀라지 않으니까요,,
이질적인 구성을 참고 견딜수 있을만큼 '독서'에는 단련이 되어있어서요,
그래서 이 책을 만날수 있었으니까 얼마나 다행입니까,,,,
이 책을 다 읽고 눈물을 몇방울 흘렸고, 주위사람들을 한차례 생각했습니다,
청소년때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요, 지금이라고 읽어보게 되서 오히려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