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단점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대부분과 비슷합니다. 일상에서 시작된 가벼운 변화가, 살인 사건의 배경으로 이르는 면에서 주요 등장인물의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예를 들면, 대학 동창들에게 살인을 고백한 미쓰키에게, 자수를 권유하기보다는 너도나도 숨겨주려고 한다든지). 총 890페이지로 책의 볼륨은 두툼한데 반해, 소설의 중반까지는 흐름에 변화가 적고, 지나치게 대화체만으로 구성되는 진행을 유지하는지라, 유행이 지난 고전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소소하게 부족한 측면들이 한 개 두 개 쌓이면서, 폭포수 같은 감동, 머리카락이 삐쭉 설 정도의 독창성을 구사한다기 보다는, 어딘가 부족한 공장장의 장르소설로 회자되기에 적당해 보였습니다.
다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소설을 통해 성 소수자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고, 또 심도 있는 지적을 하는데요.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군요. 사건의 흐름과 소설적 재미를 초월해서, 소외된 자들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설의 결과 또한 (살인사건의 내막으로 밝혀지는 이는 시신 훼손으로 인해 신원 미상의 변사체로 처리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소설을 통해 줄 곳 나타내고자 했던 메시지와 한계점을 내포한 것으로 여겨지더군요.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결말이었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으면서 야한 장면이 등장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유난히 자세한 성교 혹은 성충동 장면에 대한 묘사가 많이 이루어져서 작가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으로 흥미로웠습니다. 출판사에서는 'S 파트너' 같은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홍보에 사용하는 것 같지만, 성적 묘사 자체는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극의 진행과 메시지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장점과 단점 중 장점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국내에서의 인기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정말 꾸준히 읽고 있지만, 최근에 발표된 여러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이 소설은 사회파 소설 특유의 '성실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물론, 이 소설이 '죽기 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소설'의 범주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질문이라면 물음표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