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삼체 (단숨, 2013년)

원 제 三體 (2013년)


1.

중국 SF 소설 계의 떠오르는 작가인 류츠신의 소설입니다. 책을 읽는 속도에 비해 리뷰를 쓰는 시간이 길어진 것도 있고, 2019년도에 <삼체>의 후속 두 편이 번역되면서 리뷰를 미루기만 했었네요. 이 책을 읽은 지는 어느덧 2년이 지났고, 제가 2018년 한 해 읽었던 모든 소설 중 가장 인상 깊은 SF 소설책이었습니다. ( 수상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하지만) 2018년 휴고상 수상작입니다.

2.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중국 SF'라고 하면, '이념을 선전하는 용도로 기획된', '정치나 사상투쟁을 주로 다루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소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을 완독한 후 모든 것이 큰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이 책은 '스페이스 오페라' 도 아니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류의 소설도 아니었습니다. 나아가 적립된 기존 SF 장르 소설의 전형성을 탈피하는 소설이었습니다. '필립 K 딕,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같은 대가들이 일구어 놓은 대로를 벗어나 스스로 나아갈 길을 개척하고 있었습니다.

3.

특별한 설명 없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시선이 혼재된 거칠거칠한 초반부는 몰입을 어렵게 만들더군요. 또 갑작스럽게 중요하게 등장하게 되는 (상상컨대, 도트로 만든 것 같은) 3D 게임은 이 소설이 조악한 상상력만을 기반으로 하는 소설이 아닌가라는 의문도 들게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가는 금세 드러 나는데요. 각각 따로 진행되는 것 같던 두 세계의 접점이 발생하고, 인문학적인 이야기 위에 물리학적인, 수학적인 이야기가 더해집니다. 이 책을 완독한다면,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에서 기인하는 통쾌함보다는 이토록 거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가를 우러러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 순간이 지나간다면 독자는 이미 쉴 새 없이 뒷장을 탐닉하게 됩니다.

4.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정도의 글을 쓰는 SF 작가가 중국에서 인기가 없다면 말도 안 돼.'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낭중지추'라고 했던가요.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했던 '유랑 지구'라는 영화의 원작자, 또한 소설가로 중국에서도 꽤 높은 인지도를 가진 작가로 우뚝 선 것 같더군요. 이 책의 단점은 '끌림'이 적다는 것인데요, 저는 이 책을 완독 후 <삼체>2권과 <삼체>3권을 주문하는데 망설이지는 않았지만, 리뷰 작성을 위해 다시 <삼체>1권을 잠시 들여다보는 건 힘들었습니다. 이 책은 마치 블록버스터 다큐멘터리 같아서 '우와~' 감탄하면서 읽게 되지만, 다시 보려고 하면 또 한참 결심이 필요한 그런 유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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