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밤 (밝은세상, 2018년)
원 제 La Jeune Fille et la Nuit (2018년)
특정 작가를 떠올리는것 만으로 소설의 특징에 대한 생각을 우르르 떠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드물게 '기욤 뮈소'는 그런 것을 가능케 하는 작가입니다. 스펙타클과 로맨스의 조화, 빠른 전개와 높은 가독성, 진부한 것으로 취급되는 것을 감각적으로 해석하는 스타일리시함으로 특정지을 수 있는 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이 정도로 각광받는 작가 중, 속편을 내놓지 않고 오리지널만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것도 좋아보이더군요. '기욤 뮈소'는 국내에도 팬이 참 많은 작가입니다. 얼마 전에도 기염뮈소를 좋아하다는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이 마지막으로 읽은 작가의 소설이 '종이여자'라고 하더군요. 그 뒤로는 작가에 대한 흥미가 확 줄었다고 하는데, 저 또한 같은 시점에 작가에 대한 흥미가 크게 떨어진 기억이 있네요. 세어보니 '종이 여자'는 작가의 소설 중 9번째로 읽은 소설이더군요. 우연의 일치라기엔, 자신의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작가에 대한 흥미가 10편을 넘기기는 어려운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종이여자'를 2011년에 읽었으니, 기욤 뮈소의 소설을 마지막으로 읽은지도 10년이 되었네요. 10년만에 읽은 소설이었기 때문일까요, 그동안 제가 알고 있던 작가의 '돌출된 특징(혹은 유사성)', 천편일률스러움' 에서 어느정도 벗어나는 소설이었습니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첫 페이지를 읽고 나서, 1990년대와 2000년대의 교차하는 시점을 반전으로 사용한 판타지 스릴러가 아닐까 라는 추측을 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제 추측은 사실이 아닌것으로 드러나더군요. 이 책은 미스테리한 '실종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행적이 조금씩 쌓이면서, 살인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정통 스릴러의 형식을 띄고 있었습니다. 10여년 전 '종이여자'를 읽은 후 기욤 뮈소를 야구의 에이스에 비교하는 리뷰를 남겼더군요.
"야구에서 에이스는 말이죠, 직구가 안 되는 날에는 변화구를 던지고요, 때로는 직구만의 강약 조절을 통해서 승부하죠. 기욤 뮈소는 여러 의미에서 상업 문학의 에이스 같은 존재인것 같아요. (중략) 작품성이나 이야기의 얼개가 뭉게 지더라도 새로운 장르를 끌어안는 파격반전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가독성을 유지시키는 작가입니다. "
이렇게 당시에는 '에이스의 직구 실종'을 포함한 비유 글을 남겼는데, 이 소설을 읽고 든 생각은 "당신은 더 이상 에이스가 아니군요" 라는 말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이책의 가장 큰 약점은 전형적인 스릴러로 '살인자'의 등장이 뜬금 없었다는 겁니다. '복수를 원하는 미스테리한 인물'의 범주에 올랐던 많은 인물들이 책의 말미에 이르르면 결국 자신만의 사연을 가진 조연에 머무르게 되더군요. 그 뒤로 등장한 '살인자'는 극의 진행과 그다지 상관없던 인물로, 독자에게 추리의 희열을 선사하기 보다는 의아함을 자아냈습니다. 이런 전개는 결국 전체적인 긴장감에 힘을 빠지게 만들고 이 책의 가치를 낮추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