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대도시의 사랑법 (창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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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재희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

'2019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묶음으로 구입하게 된 책입니다. 3권이 한 세트인 묶음이었는데, 왜 갑자기 한국 단편 소설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첫 두 편은 쉬이 읽고 머릿속에서 숙성 중이고, 한편은 아직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세 권의 책 중 '이색적'이라는 특징에서 가장 우위에 있는 소설입니다. 단편소설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도가 낮은 편이므로, 다양한 단편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접했던 단편소설과는 다른 감상이 들더군요.

일단 이 정도로 연애 이야기로만 점철된 단편집을 읽는 건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단편집이라면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삶의 다양한 이야기나 주제를 적당히 담아내는 일이 많으니까요. '부모님' 이야기도 나오고. '남북 관계' 이야기도 나오고, '학생운동' 하는 이야기도 나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소설은 모두! 사랑 이야기입니다. 또, 특이하게도 지난 단편에 등장했던(?) 남자 주인공이 다른 사람인척하면서 다른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합니다. (과장되게 표현하면) 서로 다른 이야기에 같은 주연 배우만 줄곧 등장하는 느낌이더군요.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장점이라면 단편의 짧은 호흡 때문에 발생하는 아쉬움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느낌의 남자 주인공이 연달아 등장하기 때문에 다음 편의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하기에 용이했습니다. 또, 글을 읽고 남자 주인공 자체인 것 같은 작가의 인터뷰 이것저것을 찾아볼 정도로 이야기 밖에 숨어있어야 하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는 점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작가는 '퀴어'라는 소재를 노골적으로 등장시켜 이질감을 주지만, 동시에 이야기의 진행에 필요한 긴장을 높입니다. 이야기 중간에 '괄호()'를 넣어 숨어있는 행간을 드러냄으로써 을(乙)의 메시지를 보여주며, 윗세대의 치열함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 꼰대 의식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표현함으로써 '20대'라는 세대를 온전히 보여주는 데는 성공합니다.

소재적인 측면에서 다양성을 포기한 듯이 느껴지는 건 단점이겠네요. 동성애, 소설가, 꼰대 의식에 대한 반감, 클럽(종종 게이클럽) 같은 소재는 모든 이야기에서 일정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상상력이 넓어질만한 계기는 적습니다. 또, 책을 읽은 후 '주제의 파격에 너무 많은 장점이 드러나지 않은 소설'인지, 아니면 '주제의 파격에만 의지한 소설'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설령 '주제의 파격에 너무 많은 장점이 묻힌 소설'이라고 해도 이 소설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사랑'을 통해 인생의 다른 깊은 부분에 대한 깨달음을 주지는 않습니다. '동성 간의 사랑'라고 해도 급진적 시기, 적응의 시기, 권태기가 모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든 이야기는 급진적인 사랑의 시점에만 몰두합니다. 마치 '동성 간의 사랑'이란 '10대의 성욕같이 동물적이고 힘이 넘친다.'라는 듯 묘사하는 작가의 자세는 '퀴어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오히려 이용하고 있는 느낌을 들게 했습니다. 따라서 '초월한' 사랑을 통한 보편적인 인생을 다룬다기 보다, '안녕하세요'나 '마녀사냥'같은 티브이 프로그램에 나올법한 '특정인의 특이한 경험담' 같은 소설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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