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노예 12년 (열린책들, 2014년)

원 제 12 Years a Slave (1853년)

#노예12년

#솔로몬노섭

#오은숙

#저작재산권보호기간이만료된저작권

#소설이의미가있다

1. 놀라운 사실이 있네요. 이 책은 기라성 같은 세계 명작만큼이나 많은 이들에 의해 번역된 책입니다. 2014~2015까지 무려 5명의 역자에 의해 번역되었더군요. 번역본이라는 것이 누구에 의해 번역되었나에 많이 좌우되는 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다만 이 책이 5인의 각각 다른 역자에 의해 번역될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읽은 책은 '열린 책들'에서 발간된 책으로 '오은숙'님에 의해 번역되었습니다.) 이렇게 우후죽순 번역된 건 이 책이 '저작재산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권'일 뿐만 아니라, 2013년에 미국에서 개봉(국내 2014년 개봉) 하여 2014년 아카데미 3관왕 수상에 빛나는 동명 영화의 존재로 인함이겠죠. 하지만 영화를 먼저 접하고, 이 책을 접한 분들은 실망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2. 이 책은 소설이 아니고 1840년 납치돼서 12년이란 긴 세월을 노예로 살아야 했던 자유 흑인의 실제 경험담을 회고하는 책입니다. 회고의 내용은 파격적이지만, 책의 구성이 전에 없이 참신하다든지 극적 전개가 뛰어난 류의 책은 아닙니다. 술자의 기억에 의지해서 진행되는 구술 방식은 개성이 분명하고, 세련된, 잘 분획된 고전 명작으로 느껴지기보다는 할아버지가 풀어놓는 전래동화처럼 느껴지도 합니다.

이 책의 가치는 1840년대에 대한 회고 자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가인 솔로몬 노섭은 지적이고, 신앙심도 깊고, 예의 바르기까지 해서 근대 시대의 흑인의 삶이 (오해하기 쉬운 것과 달리) 미개함이나 비문명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걸 느끼게 하더군요. 그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의식주라든지, 자유 흑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라든지, (짐작키 어려웠던) 당대의 생활 이곳저곳을 폭넓게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 '노예제', '가족과 생이별' 같은 경험은 끔찍하고 고통스러울 것만 같지만, 주인공은 그 안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고 사소한 일상을 누리기도 하더군요. '임레 케르테스'가 '운명'에서 서술했던 홀로코스트에서의 평범함'이 떠올랐습니다. 돌이켜 보면 '생존에 몰두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행복'이란 감정은 행복이라는 허울의 잔인함으로 다가오더군요.

저는 이 책에 불변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 '톰 소여의 모험'을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네요. 노예제의 폐해나 당대의 불합리함을 다루는 데는 실존 인물의 회상보다는 소설이 의미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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