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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평점 :
경관의 피 (비채, 2009년)
원 제 警官の血 (2007년)
#사사키조
#김선영
#보온밥솥에담긴
#국내시대극드라마
#추천소설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라는 소설입니다. 최근에 접한 일본 추리 소설 중 제 취향이랑 가장 들어맞는 소설이네요. 지금까지 접했던 추리 소설과는 사뭇 다른 류의 소설이었습니다. '독창적'이란 낯섬, 생소함을 동반하므로 장르문학의 중요한 요소인 가독성이나 재미에서 조금씩 손해를 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독창성은 읽는 재미를 더하고, 긴장감을 읽는 내내 고르게 유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마치 보온밥솥에 담긴 밥과 같이 지나치게 뜨거운 것도 식은 것도 아닌 충만한 긴장감이 읽는 내내 유지되는 소설이더군요.
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사회의 혼란 속에서 생계를 위해 경관이 된 1대 '안도 세이지'부터, 질풍노도와 같은 경제 부흥기에서 공안 스파이로 정신이 피폐해지는 업무를 수행했던 2대 '안도 타미호', 그리고 3대 '안도 카즈야'까지 총 3대에 이르는 이의 삶과 그들 가족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범죄를 파헤치는 이야기가 2권의 책을 통해 찐득하게 서술됩니다. (제가 읽은 판본은 상하 두 권으로 나뉜 2009년 버전입니다.)
시대를 달리해 진행되는 각각 세대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된 듯한 감정이 잘 우러나더군요. 시대의 변화에 따른 분위기를 소설 속에 잘 갈음하고 독자로 하여금 대리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점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잘 씌여진 소설입니다. 각 시대의 절망 혹은 희망, 치열함이나 의구심 같은 복합적인 기분이 극중 인물의 서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되더군요. 또, 드물게, 일본 탐정 소설 특유의 가벼움보다는 국내 시대극 드라마와 같은 묵직함을 품고 있는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이야기며 메시지를 크게 뚝뚝 썰어 던지는 소설이면서 팽팽한 긴장감 또한 유지하고 있으니 독자 누구에게나 평균 이상 매력적인 소설로 느껴지겠더군요.
저만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닌가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조진웅, 최우식 배우 주연의 영화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네요. 좋은 원작이니만큼 좋은 시나리오에 담아내 흥행에도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중, 장편 드라마에나 어울릴듯한 긴 세월을 품고 있는 원작인지라, 일본처럼 2부작의 특선 드라마(2009년 TV드라마)로 나오는 게 적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만큼 원작의 감동을 효과적으로 재현하는, 혹은 뛰어넘는 영화가 될지는 살짝 의문입니다.
소설로만 평가하자면 재미있게 읽은 소설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