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넬의 소녀들
앨리스 호프만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아넬의 소녀들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년)

원 제 The Story Sisters (2009년)

#오컬트드라마

#그냥지루해지는소설

#바캉스떠났는데만난청소아르바이트

#현재는절판

저는 이 책을 거의 세 달에 걸쳐 띄엄띄엄 읽었습니다. 독자의 불성실로 몰고 가기에는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번역자인 박아람님은 (항상 좋은 책을 번역하는 건 아니지만) 평균 이상의 번역가로 개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책을 몇 권 번역한 분입니다. 이 책의 구입에 크게 작용했던 번역자에 대한 호감도는, 책을 완독 후에는 '번역이 필요한 좋은 책이 많은 텐데 어째서 이 책을 번역했을까'라는 의문으로 바뀌더군요.

일단 말해두고 싶은 건 이 책은 현대판 '작은 아씨들'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출판사에서 구매 장려를 위해 이런 판촉 하에 판매를 진행했던 책이지만 (현재는 절판), 제가 접했던 '작은 아씨들'이랑은 작은 일면도 비슷하지 않더군요. 그렇다면 루이자 메이 올컷의 당대의 설정을 현대적으로 치환하였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작가의 필모그래프를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소설은 가느다란 이야기에 마법적 요소를 접목해 만든 소설로 보였습니다. 굳이 장르를 특정 짓는다면 '오컬트 드라마'입니다.

구미권 순 문학 소설은 대체로 책이나 책에 관한 이슈에 대한 토론을 기본으로 하는 소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우리 고등학생들이 교과서 소설 속 지문을 소화하는 방식이 여러 개의 항목 중 정답을 선택하는 객관식인 것처럼, 미국의 학생들의 대입인 ACT나 SAT에서 비판적이고 토론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요구하는 것이랑 관련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때때로 그런 메시지를 앞세워 이야기가 두드러지고 돋보이는 소설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 이 소설은 그냥 지루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여성의 유리천장에 대한 문제를 던진다거나, 환경 혹은 동물 보호 같은 문제를 말하고 싶었다면 조금 더 짜임새 있고, 서사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이끌고 나가는 편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앙상하고 개연성 없으며 지나치게 많은 죽음을 통해 눈물만을 끌어내려고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경포 바닷가로 바캉스 떠났는데 해변 청소 아르바이트에 얻어걸린 것 같은 느낌이네요. 3개월 동안의 고생 후에 깨달은 이 책의 거의 유일한 장점은 이제는 절판되어 찾아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멀리서도 볼 수 있는 거야. 네 엄마가 그랬어. 멀게 보일 수는 있지.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존재하는 거래. 여전히 똑같은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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