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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평점 :
꿀벌과 천둥 (현대문학, 2017년)
원 제 蜜蜂と遠雷 (2016년)
온다 리쿠의 초기 작품은 '미성년의 불완전성'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이나 공포를 통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류의 소설이었습니다. 단편적인 아이디어나 순간순간의 청량함이 돋보이는 소설로 가독성과 흡입력이 뛰어난 반면에 깊이는 다소 떨어지는 류의 소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추정컨대) 다작을 통한 경험이 쌓이고 인간적인 성숙함을 더해가며 순차적인 발전을 거듭한 것 같습니다.
벌꿀과 천둥은 작가의 기존 장점이 잘 녹아 있는 가운데 새로운 방법을 통해 깊이의 확장 또한 꾀한 소설입니다. 일관되지 않은 여러 명의 화자의 시선을 통해 서술되는 옴니버스 식의 진행이라든지, 확연하게 두터워진 볼륨은 이전 작품과는 차별되는 형식인데요. 이런 변화를 통해 경쾌한 가독성은 물론이고, 글이 품고 있는 이미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여러 등장인물에 대한 풍부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합니다. 읽는 내내 따뜻한 기분이 유지되는 손 난로 같은 소설입니다.
가장 최근작인 이 소설이야말로 그녀의 대표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상업적인 측면에서나 문학적인 측면 모두에서 말이죠. 2016년 하반기 나오키상 수상작, 2017년 서점 대상 1위라는 타이틀에 적합한 소설입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음악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나 공연의 경쟁을 통한 재미보다는 인간관계에서 우러나오는 가독에 초점이 맞춰 진행되는데요. 그로 인해 소설을 완독 후에도 피아노 콩쿠르에 대한 음악 소설이라는 느낌이 희석되더군요. 나름 새로운 시도로 가득한 소설임에도 작가의 전작과 비슷한 여운이 만연합니다. 안정적인 가독성 확보와 기존의 장점 수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는 해도 초반에 뛰어난 음악적인 색채가 뒤로 갈수록 옅어지는 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책의 또 다른 단점은 지나치게 동심 어린 표지와 두터운 볼륨인데, 이 책의 주요 독자로 예상되는 젊은 여성층에 어필할 만한 면으로는 보이지 않더군요.
+ 예전부터 일본의 클래식 음반시장이 국내에 비해 크고 공연의 퀄리티가 높다는 점이 부러웠는데, 작가는 오히려 한국의 이성진에 관해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이성진 님의 공연을 꼭 한번 들어보고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