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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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방울새1, 황금방울새2 (은행나무, 2015)

원 제 The Goldfinch (2013)


이 소설을 읽으면서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떠올렸습니다. 행복과 불행의 부침을 겪지만, 결국 행복으로 귀결되는 주인공의 이야기, 등장인물 모두 항상 나쁘거나 착하기보다 장면에 따라 선악을 구분 지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악한 행동이 때로는 주인공의 몫이기도 하며 으스스 한 기분을 가지는 캐릭터가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기도 한 이야기, 불거된 모든 문제를 일 거에 정리하는 후련한 마무리 같은 것들 말이죠.

밀도 높은 문장으로 짜여진 소설이지만, 대체로 가독성과 몰입감이 좋은 소설입니다. 이야기의 커다란 흐름도 빠르고 역동적이며, 흐름을 끌고 가는 여러 트랩들은 순 문학이라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장르문학의 그것 같이 순도 높은 중독성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처음 몇 장을 읽는 데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곧 독자들을 이야기의 한가운데로 몰고 갑니다.

이야기가 납득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겠습니다. 이야기의 근간을 형성하는 갑작스러운 사고에서 비롯된 어머니의 사망은,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조금씩 비뚤어지는 주인공의 모습과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연결됩니다. 뒤를 이어 불행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게 되고 일단락되는 이야기가 반복되는데 이런 반복은 이야기의 흐름을 점차 빠르게 만들고 풍성하게 하며, 한편으로는 주인공 생의 문제를 눈덩이처럼 점점 커다랗게 만듭니다.

그렇게 풍선처럼 커진 불안함을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 (심지어 주인공의 심연에 가지고 있던 불안정성마저도) 한 번에 소진시키는 영리한 반전으로 마무리하더군요. 이 소설은 지적인 호기심도 충족시켜주는데, 특히 이야기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명화에 대한 감상이나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고가구 복원에 대한 소재는 철저하게 준비된 소설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반면에 '단점'

이 소설의 단점은 너무 많은 불행과 마무리가 거듭되면서 어느 부분부터는 이 소설이 '현실성이 결여된' 소설 속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옆집에서 벌어지는 류의 생생한 이야기보다는 창작 연도가 100년 이상 된 명작 소설을 읽는 느낌을 가지게 되더군요.

그럼에도 작가의 다음 이야기는 기대되는 편인데, 한 권 소설보다는 3편이 넘어가는 2000 페이지 이상의 소설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토록 긴 분량의 이야기를 지속적인 궁금증을 유발하며, 짜임새 있게 풀어내는 솜씨는 타고난 이야기꾼이 아니면 발휘하기 어려운 실력이니까요.

+ 이 소설의 '디킨스'스러움은 저만 느낀 감상은 아닌 것 같더군요. 몇몇 리뷰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 미국의 유명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1956년 9월 16일 ~ )의 본명은 데이비드 세스 코트킨(David Seth Kotkin)으로 발음상의 이유로 디킨스의 소설에서 따온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하네요.


https://blog.naver.com/haoji82/22165508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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