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는 애벌레 - 한없이 낯선 세계가 우리에게 전하는 아주 오랜 지혜
이상권 지음, 이단후 그림 / 궁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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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위로하는애벌레


위로하는 애벌레

이상권 글/ 이단후 그림

궁리출판사


위로하는 애벌레. 제목을 보고 참 궁금했습니다. 이상권 작가는 왜 애벌레에게 위로를 받았을까? 그 생각에 이 책 서평단에 지원했고, 좋은 기회로 책을 보게 되었어요.


아빠가 글을 쓰고, 딸이 그림을 그린 책. 애벌레 하면 꿈틀거리는, 징그러운 애벌레라는 이미지만 갖고 있었는데, 이 책에 담긴 애벌레 그림은 귀엽기까지 해서 산이나 들에 갔을 때, 이 애벌레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네요.


이 책에는 총 열두 마리 애벌레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작가의 말마따나, 철저하게 작가의 눈으로 애벌레의 운명을 들여다본 글들입니다. 때로는 애벌레의 입장에서, 때로는 사람의 입장에서 애벌레들의 이야기를 는 것은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애벌레의 이야기는 거세미나방 애벌레였습니다. 자연계에서의 위상과 인간에게 받아들여지는 관점이 전혀 달라서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였습니다.


하루에 딱 한 번, 어둠이 내려올 때쯤 땅 밖으로 나와 풀을 먹는 거세미나방 애벌레. 이 애벌레는 풀을 먹는 습관이 매우 독특하다고 합니다.


그 애벌레는 주로 어둠이 내려왔을 때 밖으로 나온 다음, 배추 포기로 가서 밑동을 삭둑삭둑 잘라먹는다. 이 녀석은 다른 애벌레하고 먹는 습관이 다르다. 아예 줄기 밑동을 가위로 자르듯 잘라서 먹는다. 세로로 갉아먹으면 며칠간 먹을 수 있지만, 가로로 삭둑 잘라버리면 그 잎이 시들어서 더 이상 먹을 수 없다. 이런 습성을 가진 애벌레는 드물다. 당연히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풀을 솎아내듯 잘라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너무 잘 자라는 풀들을 조절해 준다. p.156


자연계에서는 거의 협객에 가까운, 영웅 같은 이 애벌레. 사실 풀을 이렇게(?) 먹어서 그렇지 먹는 양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그저 '해충'에 지나지 않지요. 이 에피소드에서 작가님이 해충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폭력적인 단어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공감이 갔어요. 자연에서 필요에 의해 태어난 이 곤충이 도움이 안 된다고 해충으로 매도하는 오만함...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었죠.


이 책은 표지에 적힌 문장처럼, 우리에게 한없이 낯선 애벌레게 전하는 '아주 오랜 지혜'를 엿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작은 애벌레를 들여다보며 쓴 이 글들을 읽다보면 마치 명상하는 것처럼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가님 인터뷰를 찾아보니 이 글은 빨리 읽기보다 천천히 읽는 것을 추천하셨는데, 그게 맞는 독서법 같아요. 


새해 첫머리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좋았습니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곤 했던 것들, 내 옆에 '당연히' 있던 것들을 이 글처럼 오래도록, 천천히 관찰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어요.



좋은 책 감사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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