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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46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4월
평점 :
잘가
고정순 글그림
웅진주니어
...털의 느낌과 푹신한 발바닥의 감촉은 언젠가 희미해지겠지만,
그래도 기억하고 싶었다.
촉각과 시각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내 기억 어딘가에 남겨 두고 싶었다...
작가의 노트 중에서
고정순 작가님의 노트에서 출발했다는 그림책.
오랜 기간 함께했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며 적어둔 글귀였다고 하네요.
반려동물에서 시작해서, 우리 곁에 왔다 떠난 이름 모를 동물들을 떠나보내는 그림책...
그 마음들을 한 마디로 응축한 '잘 가'라는 책 제목.
고정순 작가님은 마음을 울리는 법을 참 잘 아시는 작가님 같아요.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 책이 참 화사하다 생각했습니다.
화사한 책과 선명하지 못한 제목.
길게 여운을 끌며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제목이었어요.
커버를 벗기면 그 안에 또 그림이 있습니다. 화사한 표지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의 그림.
여기까지만 봐도, 편집자와 작가가 정말 한땀한땀 정성 들여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림책입니다.
우리는 잃은 뒤에 어렵게 알게 돼.
때때로 바람처럼 그리움이 일고
우리의 여행에도 마지막 순간이 찾아온다는 걸 말이야.
기억만이 사랑하는 존재를 영원히 살게 한다는 말이 있지.
외로울 때 어릴 적 자장가를 부르듯 너의 이야기를 기억할게.
이 그림책은 글이 정말 한 편의 시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쓸쓸한 느낌의 동물들 그림과 잘 어우러져서
떠나간 동물들을 위한 진혼시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동물원에 새로운 동물이 태어나면 떠들썩하게 기뻐하고,
우르르 보러 가는데,
정작 수명을 다해서, 혹은 아파서, 혹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산불이 일어나면 인명피해만 주로 보지,
그 안의 동물들이 얼마나 희생당했을지는 잘 생각 안 해봤던 것 같고요.
여운이 많이 남는 그림책이었어요.
꽃상여를 형상화했다는 표지...
이 그림책으로 쓸쓸히 생을 마친 동물들의 넋도 위로받길 바랍니다.
좋은 그림책 감사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