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음 / 이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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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제가 N번방의 존재를 알게 된 건 2020년 3월 20일에 보도된

국민일보의 N번방 관련 연재기사였습니다.

[n번방 추적기①] 텔레그램에 강간 노예들이 있다




강간 노예가 제목이어서 이게 무슨 말이야?

하며 들어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죠.

피해 대상은 여성, 미성년자, 유아들, 그리고 그 방 참여자들은 몇십만.

이 엄청난 범죄를 20대 대학생 두 명이서

취재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을 정도였습니다.


N번방의 주요 운영자들이 체포되었고,

그중 조주빈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N번방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이 범죄자들을 계속 취재 중인 '추적단 불꽃'이 책을 냈습니다.

제목은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입니다.

추적단 불꽃은 누구인가?

"저희는 대학생 두 명으로 구성된 '텔레그램 기반 디지털 성범죄 추적단'입니다."

최초 보도자이자 최초 신고자.

현재는 신변의 위험 때문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불과 단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각종 강연, 인터뷰에는 적극 나서고 있으며,

더 지능화된 디지털 성범죄를 계속 추적 중에 있습니다.

N번방 추적기 그리고 <추적단 불꽃>의 기록

이 책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지만

N번방 추적기와 '추적단 불꽃'의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공모전에 제출하기 위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으나, 이후 피해자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대학생 두 명의 발자취가 담겨 있습니다.

한 번 유포된 불법 촬영물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을 돌아다닌다. 'OO 여자 화장실 불법 촬영' 영상이 올라오는 범죄 현장을 보며 '나도 불법 촬영 피해를 당했을지 모른다'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폭력으로 가득한 텔레그램 안에서 우리는 너무도 약했다. 우리 역시 성착취 사진과 영상에 장기간 노출된 '피해자'가 되어 있었다. 성착취 범행을 추적하던 당시, 피해자들의 고통은 우리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크기였다. 우리 앞에 놓인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을 없애는 방법은 당장의 범죄 현장을 기록하는 증언하는 일뿐이었다. 그 일이라도 해야만 했다.

p.66

이런 성범죄는 관련 영상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피해자가 된다고 합니다.

이를 감수하면서 끝까지 추적해내고,

여전히 취재 중인 불꽃에게 깊은 감사와 지지를 보냅니다.


이 책은 크게

1부는 N번방 추적기,

2부는 취재 전후로 불과 단의 사고방식이 변하는 과정

3부는 N번방 취재 이후

이렇게 나눠볼 수 있어요.


2부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불과 단이 페미니스트로 변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2부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로만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사회가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여겼던 생각들에

의문을 표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10대, 20대 여성이라면 겪을 만한 일들이기도 했어요.

훈은 아까 그 옷을 입고 있던 10분 동안 지나가는 남자들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었다. "뭐? 아니,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훈은 나를 본 남자들 눈을 모조리 뽑아버리고 싶다며,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가 나고 답답했지만 또 한편, '날 사랑해서 그런 거라는데 어쩌겠어' 하는 마음도 들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이었다. 당시 그는 열여섯, 나는 열다섯이었다.(중략) 당시엔 대부분 그렇게 연애를 했다. 연인 사이에 존재하는 젠더 권력이 보이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p.98~99 <과연 사랑이었을까?> 불의 이야기

1부 N번방 추적기는 첫 원고보다 많이

수정에 수정을 해서 나온 거라고 하는데,

저는 이 첫 부분을 읽고 너무 역겨워서

며칠 동안 책을 이어서 읽질 못하겠더라고요.

실제 대화방 사진을 보니 범죄자들이

너무 생생하게 다가오기도 했고,

특히 대상에 '유아'라는 단어가 보이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어요.



3부는 보도 이후의 추적단 불꽃의 기록입니다.

이 3부에서 특히 와닿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어쩌면, 저도 이 생각 속에 빠져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성범죄 피해에 한해서만은 유독 사회의 인식이 엄격하다. 경찰서에 가도 "먼저 사진 올린 거 아니에요?" "그것도 범죄인 거 알죠?"라며 원인 제공을 했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기에 바쁘다.

한 변호사에 따르면 일탈계를 한 청소년들이 아동청소년법(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정보통신법(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중략)

성범죄에 한해서만은 '피해자로서 완벽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 보호하겠다는 인식은 틀렸다. 피해자의 말, 글, 행동을 평가하여 합격 조건을 통과하지 못하면 비난하고 의심한다.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는 인식 때문에 성범죄 피해자는 세상에 쉽게 나서지 못한다. 당할 만해서 당하는 피해자는 없다.

p.264

디지털 성범죄 유형 중에 '지인 능욕'이 있었죠.

SNS 상에 올린 개인 사진을 유포하는 유형입니다.

이것도 피해자가 잘못한 걸까요?

실제 이 책에도 그런 사례가 나옵니다.

범인이 혼자 짝사랑하다가 안되니까 사진을 유포한 케이스...;;

심지어 이 피해자분은 본인이 직접 추적해서

범죄자를 경찰에 알려줬어요.

'당할 만해서 당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꼭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우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저 자신에게 던졌던 의문입니다.

아이 키우느라, 코로나 때문에

거의 집에만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이분들처럼 추적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관련 단체에 후원금만 떨렁 내고 싶진 않고

(불꽃은 후원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일상 속에서 아주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요.


이 책에서도 이 성범죄의 원인으로 '미비한 성교육'을 들고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이면서 가장 쉬운 해결책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자라나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는다면

제2의, 제3의 N번방은 나오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제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성 평등 관점의 그림책 읽어주기

관련 기사에 폭풍 댓글 달기

딱 요 두 개 정도였어요.

시간이 있다면 재판도 방청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ㅠ

아이가 학교에 진학을 한다면 교육부, 학교에 건의를 해서

성교육을 제대로 좀 해달라고 요구를 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하지만 공교육에 읍소하는 것보다는

근본적으로 가정에서 생각이 변하는 게 더 효과적이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성교육이라는 게 '성'에 국한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이성을 대하는 방식을 교육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 대해 남자와 여자가 보는 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이런 남녀가 서로를 대하는 방법,

서로를 신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바로 성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N번방 기사가 아니었다면

성교육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을 거예요.

이 기사를 읽고 나서 관련 도서를 찾아보고,

사서 읽히고, 저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이런 작은 노력들을 해나간다면

언젠가는 이 사회에서 성범죄는 뿌리 뽑히리라 생각합니다.


이대로 흐지부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주빈 범죄자 이야기보다는

피해자의 이야기들을 더 많이 담아내는 기사들,

지금 피해자들에게 지원이 잘되고 있는지, 잘 살고 있는지.

이런 기사들이 많이 나오기를 희망합니다.


추적단 불꽃에게 깊은 감사와 지지를 보냅니다.

저도 '우리'로 계속 지켜보고 지지할게요.

고맙습니다.


좋은 책 보내주신 이봄 출판사님 감사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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