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클린 로즈라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가 제시하는 작품들, 논문들을 보면 지식의 깊이에 감탄을 금할 수 없고, 이를 해석하는 논리 또한 매우 날카롭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매우 아쉬운 점은 번역자가 후기에 밝혔듯이, 정보를 점층적으로 쌓아 올라가는 서술 방식 때문에 정말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문장이 단순하고 명쾌한 스타일이 아니라 읽으면서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그리고 이 책은 페미니즘에 평소 관심이 있고, 에이드리언 리치나 실비아 플라스, 시몬 드 보부아르와 같은 작가들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 읽어야 이해가 빠를 것이다. 나처럼 그들의 이름만 들어본 사람은 책을 읽다가 부지불식간에 쏟아지는 이름들, 저서들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데메이아도 불쑥 불쑥 나타나니 이 내용도 잘 아는 사람이어야 이해가 빠를 것이다. 물론 기존 지식이 없어도 될 만큼 친절한 각주와 설명들이 붙어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읽다가 각주와 설명들을 읽느라 맥이 빠지고, 다시 이해하기 위해 원 문장으로 돌아가는 작업이 너무 많이 반복되면 책을 읽어나가기가 좀 힘들다.
한국에 첫 소개되는 작가, 재클린 로즈. 이 책은 교양서이다. 그녀가 '당연히 알지?'라는 느낌으로 툭툭 말하는 책들, 그리고 서구 여성들의 역사와 지금 이 시대의 현장들을 읽다 보면 시야가 툭, 트이는 느낌이 있다! 이 얇은 책을 읽고 나서 이런 느낌을 받는다는 건 참 멋진 경험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을 읽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먼저 본 사람으로서 팁을 드리자면, '옮긴이의 말'을 책 읽기 전에 먼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역자분이 이 책에 대해 좀 정리를 해놓은 글이라 그 글을 읽으면 이 책이 어떻구나, 이 작가가 어떻구나 하는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책을 보내주신 창비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