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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 뇌과학과 정신의학이 들려주는 당신 마음에 대한 이야기
전홍진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7월
평점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제목과 어울리는 고슴도치 그림으로 눈길을 끈 책이다. 저자는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였다. 주로 우울증을 담당했던 분이었다. 우울증에 대한 책인가? 그런데 왜 제목이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지?
<매우 예민한 한국 사람들>
저자는 우울증을 연구해 온 의사였다. 1부는 저자의 연구에 대한 소개였는데, 문화적 차이에 의한 우울증 증상의 차이에 대한 연구는 매우 흥미로웠다. 다른 동양이나 서양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멜랑콜리아형 우울증'이 많았는데, 이 우울증의 특징은 자신의 감정을 못 느끼고 무척 예민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체로 다른 국가 사람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매우 예민한 특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예민함이라는 건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일종의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타고난 예민성을 잘 조절해서 '선을 넘지 않도록'하는 것이었다.
<예민성을 극복한 사람들>
이 책의 2부에서 4부까지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의 사례를 매우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유명인부터 시작해서 일반인들의 상담 사례까지 풍부하게 담고 있어서 내가 요즘 고민인 부분들을 다양한 사례에 비추어 보며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2부에는 스티브 잡스, 타이거 우즈 등의 유명인들의 사례가 실려 있다. 그중 윈스턴 처질의 사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었다. 우울증을 '검은 개'라고 부르며 외부에 알렸고, 우울증이 오는 시기에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다.
처칠은 자신의 우울증을 밝히고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자신의 우울증을 가리켜 '검은 개 black dog'라고 불렀다. 우울증에 대해서는 '만약 지옥을 통과하는 중이라면 멈추지 말고 계속 가라'는 명언을 남겼다. p.60
< 나는 예민한 사람인가요?>
3부에는 31명의 예민한 사람들의 사례가 실려있다. 저자는 예민함을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기질이나 성격'이라 정의한다. 예민하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나, 심해지면 정신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예민함을 스스로 자가진단해볼 수 있는 표가 첨부되어 있어 매우 유용했다.
31명의 상담 사례 중 마지막의 '코로나 블루'가 참 좋았다. 요즘 기침만 조금만 해도 혹시?라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민한 이들은 불안함을 느끼게 되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신체적인 불안을 먼저 느낀다는 점을 주지 시키며, 평상시대로 리듬을 유지할 것, 햇볕을 쬐며 바깥 산책을 하고, 코로나에 대한 뉴스를 자주 보지 않을 것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4부에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자기 분야에서 크게 일가를 이룬 9명의 상담 사례가 실려있다. 죽음에의 충동을 극복한 펀드매니저 사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펀드매니저의 상담 사례였는데, 타인과 대화할 때 '눈 맞추고 이야기하기'부터 시작해서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집단에 들어가기 등 스텝을 차근차근 밟아 본인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배우자를 만나는 이야기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5~7부는 '예민함'을 관리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예민한 사람들이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느끼는 감각들이 많아서 '인풋'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뇌가 이를 견디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
5~7부에서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바는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정확하게 이해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의 특징이 자신보다 타인을 더 관심 있게 보기 때문에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정보가 별로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좋아하는 책이나 물건은 무엇인지 등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예민함'을 다루는 방법 안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여러 방법 중에서 '완전히 쉬는 능력'이 가장 눈길이 갔다. 아무 제약 없이, 평소에도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일명 '긴장 이완 훈련'이다. 매우, 꿀팁이었다!
<글을 마치며>
'매우 예민한 사람들'의 기준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좋았고, 몰랐던 나의 예민함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를 준 책이었다. 그리고 예민함이 관리가 가능한 특성임을 알려주어 고마웠던 책이다. 예민함을 관리하는 건 결국 '나'에 대한 파악이 우선이었다. 내가 좋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대상들에 대해 알아보는 것, 그리고 '나'를 아껴주는 것이 곧 내 곁의 사람들도 편안하게 해주는 일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겠다.
마지막 부록으로 실어주신 한글판 우울증 선별 도구도 매우 유용했다. 부록까지 꼼꼼하게 선별해서 실어둔 책이라 관리되지 않는 예민함으로 고통받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