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
남형도 지음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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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자의 체헐리즘>은 아이 어릴 때 종종 읽었던 기사였다.
맘 카페에 올라온 글을 마우스로 긁어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한 번 겪어본 터라, 직접 발로 뛰어 경험하고 이를 기사화 시키는 게 참 좋아 보였었다.
(물론 기사 읽으면서 이거 허락해 준 데스크도 대단하다고 생각을 ㅋㅋ)

이번 책에는 다양한 체험들이 실려 있었다.


'1. 우리는 위로받을 이유가 있다'에는 브래지어, 육아, 노인, 초등학생, 취업 준비생 그리고 62년생 김영수가 실려 있었다.
노인 체험에서 홍대 이야기는 나도 공감되는 바가 컸다. 홍대에 가니 노인이 있을 곳이 없었다는 이야기... 사실 아이 데리고 갔을 때 나도 느꼈던 부분이다. 20대 젊음의 추억이 가득했던 그곳은 아이 엄마에게는 너무나 불친절한 동네였다.  나의 20대가 이젠 정말 추억이구나 싶어 씁쓸했었다.
'62년생 김영수'는 직접 체험은 아니고 5060세대 아버지 네 분을 인터뷰해서 쓰신 소설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이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견인한 세대이지만, 누구보다 혹독한 IMF를 경험한 세대. 은퇴 없는 무한 경쟁 시대, 백세 시대를 맞는 첫 세대... 나의 부모님 세대 이야기이고, 내가 자라면서 보았던 이야기들이라 읽으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마음 아팠던 부분...



2. 시선 끝에 그들이 있었다 

이 부분에서는 유기견, 폐지 줍는 분, 환경미화원, 시각장애인, 소방관, 무연고 시신 장례 그리고 집배원 체험이 담겨 있다.

시각장애인 체험편에서 공감되는 바가 있었다. 유모차를 밀고 보니 보였던 길가의 턱과 유모차를 갖고 타는 건 불가능한 버스와 엘리베이터 없는 지하철역...
공공시설물을 디자인할 때는 사회적 약자들의 시선이 꼭 고려되었으면 좋겠다. 장애인, 아이, 노인, 임산부 등이 참여할 자리가 꼭 있었으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은 배려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더 편리해지는 길이다.


집배원 체험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집배원분 일정이 정말 헉 소리 나는 일정이라 더 그랬다.

우리 집 우체국 택배를 배달해 주시는 집배원님은 항상 밤늦게 오신다. 늦은 밤 미안해하면서 전화를 먼저 주시는데, 대부분 9시~11시 사이라서 참 마음이 아팠었다. 왜 이 시간까지 배달을 하시는 걸까. 그 의문이 이 부분을 읽으며 풀렸다.

정부 예산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정사업본부가 자체적으로 번 돈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공공기관처럼 '일반회계'가 아니라 '특별회계'다. 그러니 우체국에 와서 "너희가 세금받아서 일을 이따위로 하냐"고 하는 민원인들은 정정하길 바란다. 그 돈은 당신 세금이 아니다. 
지원은 커녕 이익이 생길 때마다 일반 회계로 매년 수천억 원씩 납부해 지금까지 정부 재정에 기여한 돈이 무려 2조 8,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p.228

예산 운용이 빡빡해서 신규 인력 충원이 잘 안된다고 한다. 대도시나 신도시의 경우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면 그만큼 인구가 늘어서 신규 인력이 충원되어야 하지만 여의치가 않아 기존 인력이 그대로 그 부담을 떠안고 있었다. 

일반 우편물은 2초,
등기는 28초,
택배는 30초 안에 배달
p.216

이 문구가 현재 집배원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코로나도 택배 물량은 더 증가했을텐데... 어서 이 분야도 현실적인 대책이 나오길 빈다. 더 이상 집배원의 죽음에 관한 기사는 안 나오기를...



3. 나답게 살고 있습니까는 재미있는 체험들이 많았다.

거절당하기 50번, 착하게 안 살기, 반려견과의 하루, 스마트폰에서 눈 떼기, 회사 땡땡이, 30년 친구에게 사랑한다 그리고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기'.
정말 정말 정말 나도 해보고 싶은 체험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기! 멍 때리기!!!
그런데 생각보다 쉽진 않을 것 같다.ㅎㅎ
주부라서 집에서 이러면 당장 먼지랑 빨랫감이 눈에 들어올 듯... 아이 크면 하루!! 하루만 외박해보고 싶다.


휴대용 심전기로 맥박을 재봤다. 60에서 65사이를 맴돌았다. 심전도 파동도 안정돼 보였다. 평소 맥박을 쟀을 땐 70에서 80 사이를 오갔다. 긴장할 때면 파동이 거칠었다. 몸이 푹 쉬고 있는 게 느껴졌다.
p.254


직접 체험하고 쓴 글이라 진정성이 느껴져서 좋았고, 글 하나하나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남기자 님이 앞으로도 더 낮은 곳,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는 기사를 쓰시기를 응원한다. 남기자 님께 지면을 내주는 머니투데이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남기자 님 기사를 책으로 엮어준 김영사에게도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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