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오명호 지음 / 애드앤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협상력을 좀 키워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2년마다 돌아오는 전세 시즌도 그렇고, 같은 물건을 나만 더 주고 사면 뭔가 좀 억울하지 않은가. 난 그런 쪽엔 재능이 없다고 포기하기에는 앞으로 협상을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을 거였다. 집은 언젠가 사야 할 것이고, 하다못해 나중에 취업해서 내 연봉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협상에 대한 관점을 다르게 해 줄 책이 필요했다.

협상에 관한 책은 시중에 넘쳐나지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첫째는 얇다는 거였다. 총 207페이지. 뒤에 협상 단어 모음집이랑 저자와 출판사 리뷰 빼면 실제 페이지 수는 183페이지다. 가정 보육으로 가뜩이나 시간이 없는 내가 읽기에는 더없이 좋은 두께였다. 둘째는 목차가 곧 내용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한 번만 봐서는 기억이 안될 테니 나중에 눈으로 훑어보기에 목차만 봐도 될 것 같았다. 마지막은 저자 이력과 추천사를 보면 책 내용이 기초를 다지기에는 괜찮은 책으로 보였다.

오명호 작가님은 기업 협상교육 전문 회사를 운영하며 삼성그룹, 한라그룹, KCC 그룹 등 기업체에서 영업, 구매, 관리 파트 실무진을 대상으로 협상 워크숍을 진행하시는 분이었다. 이외에도 공무원을 위해 갈등관리 강좌를 하시는 분이었다. 협상에 관한 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이 책은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설명한 대로, '협상의 이해-실전 거래의 기술- 해결의 기술' 순으로 엮은 책이다. 실제로 앞부분은 협상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내용이 주류이다. 역사서처럼 줄줄 설명하지 않는다. 실제 사례, 연구 사례 등을 들면서 명쾌하게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내가 이해한 '협상의 기본'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이 중요하다였다'. 상대방의 의사가 중요하다. 그가 내가 강요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 그러면서 손해는 보지 않았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게 바로 '협상'이었다. 20세기 최고의 협상으로 꼽는 사례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19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선거캠프 조지 퍼킨스가 루스벨트의 사진 저작권자와 한 협상이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팸플릿에 저작권자와 협의가 안된 사진이 들어간 채로 인쇄가 되어버린다. 차칫 소송이 걸리면 수백억원의 물어줘야 할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조지 파킨스는 저작권자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낸다. 내용은 선거 팸플릿에 당신 스튜디오 사진을 쓸 생각인데, 얼마를 낼 생각이 있는가. 이 팸플릿이 전국적으로 퍼지면 당신 스튜디오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였고, 저작권자는 250달러를 낼 용의가 있다고 답장을 보내온다. 

이 협상이 20세기 최고의 협상으로 꼽히는 이유는 조지 파킨스가 저작권자를 설득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냈기 때문이었다. 그는 협상 당사자인 저작권자에 대한 조사를 꼼꼼하게 한 다음, 그를 분석해서 전략을 짠 결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단어 중에 '배트나(BATNA)'라는 개념이 재미있었다. 이른바 플랜(Plan) B이다. 협상 전에 대안을 마련해놓고 시작하라는 것이다. 이 배트나가 많을 수록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돼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협상의 기준점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받고 싶은 가격이 1000원이다. 그러면 1200원을 불러서 나중에 200원을 깎아도 손해 보지 않았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 애초에 가격을 좀 높게 불러서 상대방과 원하는 가격에 협상을 하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면 오히려 무시당할 테니, 이 경우에는 꼼꼼한 사전조사가 필수라고 한다.

뒷부분은 공적인 관계, 예를 들어 선생님과 학부모나 공공기관과?마을 주민 간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협상하는 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여러 상황에서 협상할 수 있는 사례들을 책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것 같았다. 부록도 협상의 단어와 관련 전술들이 요약되어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내 협상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저자의 당부처럼, 책은 책으로 끝나면 안 되고 실제로 많이 해봐야 협상력이 는다고 한다. 적어도 '협상'에 대한 두려움만큼은 없어졌다. 적어도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섬세하게 전략을 짜는 건 잊지 말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