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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애의 발견 - 서로에게 축복이 되는 형제자매 관계를 위한
안셀름 그륀 지음, 김선태 옮김 / 생활성서사 / 2020년 3월
평점 :
동생들이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하면서 맏이로써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부모님이 은퇴를 준비하고 계시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서서히 준비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이 싹트는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안셀름 그륀 신부님은 예전부터 지인이 이런 신부님이 계시다고 말을 해줘서 알고는 있었지만 책을 읽는 건 처음이었다. 실제 일곱 명의 형제 자매가 있으시다는 신부님께서 우애에 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하시는 지 궁금했다. "어떻게 하면 동생들과 지금처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랬다.
성공적인 삶의 다섯 가지 조건
동생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나의 소망의 기저에는 '성공적인 삶'을 향한 갈망이 있다. 유산다툼을 하거나, 동생과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로 논쟁을 벌이기 싫은 것이다. 동생들과 부모님과 다툼없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내가 그리는 성공적인 삶이다. '행복'한 삶.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소중하게 서로를 여기고, 지지받는 삶을 꿈꾼다.
행복이란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것, 곧 자신의 내밀한 본질인 영혼과 일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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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 신부님이 사람들과 상담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갈망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주셨다.
첫째, 정체성을 향한 갈망. 나의 참된 본질인 유일무이한 자아를 만날 때, 삶은 충만해진다.
둘째, 결실에 대한 갈망. 좋은 인간관계는 행복한 삶을 위한 결정적 요인이다.
셋째, 마르지 않는 샘의 갈망. 어려운 일을 이겨낼 수 있는 치유의 샘(정원 가꾸기, 성경 읽기 등)에 대한 갈망이다.
넷째, 좋은 관계를 향한 갈망.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사랑하고픈 갈망이다.
다섯째, 사회적 능력에 대한 갈망. 사람들을 서로 결합시켜 사이좋은 관계를 이루어 내는 능력이기도 하고, 신뢰와 희망으로 살아가는 능력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 다섯 가지의 갈망을 가지고 있다. 나 자신과, 내 삶과의 조화, 내 동생들과 서로 지지를 보낼 수 있는 힘,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는 힘. 마지막으로 형제자매를 통해 하느님과 결속되어 있다는 확신. 이걸 깨닫는 게 안셀름 그륀 신부님께서 말씀하시는 행복의 조건인 것 같다.
서로를 이해하는 법
이 책은 '우애의 조건'이지만, 읽어보면 결국 형제자매를 통해 세상을 올바르게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전 과정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그렇다고 탄생부터 죽음까지 연령대로 이야기해주는 건 아니고, 신부님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시다 보니 그렇게 정리가 되었다. 단순히 우애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재혼 가정, 이혼 가정의 형제자매 이야기와 유산다툼같은, 어쩌면 수도자들에게는 안 맞는 것 같은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읽다보면 신부님보다는 심리상담사가 쓴 책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서로를 이해하는 법'이란 챕터에 나오는 내용이었다. 나는 동생이 외국에서 정착을 준비하는 중이라 직접 보기보다는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지금은 동생이 미혼이라 이런 것도 가능하지, 결혼을 하게되면 교류가 거의 끊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경우 나는 동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안셀름 그륀 신부님이 제안하시는 방법은 '유형'을 통해 이해하는 방법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의 유형, 애니어그램, 여성과 남성의 전형성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하기를 권하고 있다. 신부님께서는 '이해'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이해는 존립과 연관되어 있다.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당당히 살 수 있고, 결국 잘 견디는 힘이 생긴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당당히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형제자매에게 이해받고 있음을 알면, 더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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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형제자매를 이해한다는 것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건, 세상을 사는 데 가장 큰 힘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부님은 이해의 길을 여는 방법으로 스스로에게 '저 형제자매는 나의 어떤 어두운 모습을 지니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제안하신다. 우리가 종종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방에게서 보이는, 스스로 억압했던 나의 모습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나를 보는 거울로 여긴다면, 상대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고, 그를 통해 보이는 나 자신을 더 깊이 깨달으려는 요청으로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나의 변화
상대를 통한 나의 모습 보기. 이건 비단 형제자매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기준이기도 할 것이다. 앞서 읽은 심리서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신부님께서 제안하신 질문은 내게 매우 유용한 것이었다. 나의 어떤 모습인가?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에게 군림하지 않는 자세를 기억해야 겠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읽은 내용 중 하나는 '유산상속'에 대한 내용이었다. 신부님께서 유산상속 시 다투지 않으려면 첫째는 배울 것. 둘째는 서로 사랑할 것이었다. 사람이 배우지 않고 부모의 재력에 기대서 생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다툼이 일어난다는 내용은 재미있었다. 역시 사람은 배워서 자립해야 한다. 이 책에는 유산상속으로 다투게 되는 경우를 꽤 여러가지를 들어서 이야기해주시는데, 하다못해 부모님의 유품가지고도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된 것은 매우 의미가 있었다.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형제자매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에 대한 요약본을 읽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점은 단순히 형제자매의 관계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작게는 형제자매부터, 넓게는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언제든, 우애에 대한 고민이 생길 때, 동생들과의 트러블이 있거나 할 때 펼쳐볼 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