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 - 동굴벽화에서 고대종교까지
전호태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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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출판사의 '교양한당' 이벤트에 응모하면서 읽기 시작한 '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당연히 역사서인 줄 알았다. 제목에도 '동굴벽화에서 고대 종교까지'가 들어가 있길래 '아...뭐, 역사서처럼 구석기부터 줄줄 설명하는 글이겠지'라고 지레 짐작을 했었다. 하지만 역시 제목은 중요하다. 괜히 '생각들'이 들어간 게 아니다.

대화하며 써내려간 고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대화'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로 전개가 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들과의 대화로 구석기부터 삼국시대까지의 역사를 크게 정리해 주고 뒤이어 고대의 가장 큰 축이라 할 수 있는 종교를 다룬다. 

신화 속 주몽을 유리아빠로 상상하다

이 책의 매력은 고대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본 것처럼 서술해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대인의 시각으로 서술한 것은 아니고, 큰 사상사나 철학사처럼 큰 흐름을 서술하기보다, 인간 '개인'이 만약 그 시대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를 보여준다. 이런 시각으로 전개해나간 책은 처음이라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읽으면서 '내가 이 시대에 있었다면 나도 이렇게 생각했을까?'를 떠올리게 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고대라면 당연히 빠질 수 없는 신화도 '개인'의 측면에서 서술해 준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 

내가 주몽이었다면 아들 유리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 같아.
...중략...
아들아, 아비는 세상에 첫걸음을 내디딘 뒤 온갖 일을 했다. 
말 키우는 일부터 머슴살이까지 했어. 고생한 것은 다 자기 것이 된다. 말 키우는 목동이어서 좋은 말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머슴살이하며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귀한 벗 셋을 얻자 남쪽으로 말머리를 돌렸어...중략...나를 높여 너를 받들게 해라. 백성들이 네게서 나를 보게 해라. p.223~225

주몽이 아들 유리에게 하는 말이라니! 교과서에서 만난 주몽은 그저 엄청난 능력을 지닌 하늘의 아들일 뿐이었는데 이렇게 '사람'같은 주몽을 보고 있자니 다소 생경하기도 하고, 고대의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배층의 고민도 느껴졌다. 

고대의 사상과 종교를 통해 우리가 배울 것

이 책의 백미를 꼽는다면 난 마지막인 제16장을 꼽을 것이다. 앞부분에서 내내 타인과의.'대화'를 통해 고대인의 '생각'을 전달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배울 것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해 주는 부분이다. 앞서 다뤘던 내용의 핵심들을 짚어주는 듯한 느낌이라 좋았다.

사상은 자신에게 뭔가를 묻고 답하려고 애쓰면서 시작된다고도 할 수 있어. p.460

사상이 '대화'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중요하다. 생각의 차이로 인해 많은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한다. 뒤이어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 나오지만 그 부분보다는 나는 사회생활 속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갈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고민하는 부분이 더 와 닿았다. 
갈등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갈등은 필연적이지만 결국 '공존'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견이 좁혀질 때까지 끊임없이 대화하며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기본은 '소통'인 것이다.
사상의 출발점이 자신과의 대화에서 출발한다는 것, 그리고 사회의 갈등을 푸는 열쇠 또한 대화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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