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EQ 육아를 부탁해 - 최고의 아이로 키우는 월령별 두뇌발달 지침서, 임신부터 36개월
정윤경 지음 / 코코넛(coconut)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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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쓸모없는 광고태그 달린 아기사진이 서너쪽마다 튀어나오고 있음. 남의 아기 사진에도 흥미없고 광고에눈 더 흥미없으며 페이스북 맘체 (....) 문장은 짜증만 유발함. 감히 올해 읽은 육아책중 최악의 타는 쓰레기로 분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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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게모노 4
야마다 요시히로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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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국시대의 오타쿠라니 볼수록 신박하게 웃기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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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EQ 육아를 부탁해 - 최고의 아이로 키우는 월령별 두뇌발달 지침서, 임신부터 36개월
정윤경 지음 / 코코넛(coconut)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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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웬만하면 남의 책에 악평은 달지 않는 쪽이긴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매우 불만이 많다. 


일단 책 자체는, 띠지에 나와 있는 앙쥬 편집장의 말처럼 매우 쉽다. 한글만 읽을 줄 알아도 이 책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임신을 했고 몸도 피곤하니 복잡한 책을 읽고싶지 않은 사람에게 이 책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저, 서너페이지마다 있는 아기 사진을 제외하면. 



물론 귀여운 아기 사진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기 사진 도배된 것을 싫어하지만, 어쩌면 상당수의 아기엄마들은 남의 아기 사진이라도 좋아할지 모르는 거니까. 취향의 대세가 그쪽이라면 몇페이지마다 아기 사진을 넣을 수도 있겠지. 나는 개인적으로 오글토글한 육아블로거 말투 질색이지만 그런게 좋은 사람도 있을 지 모르지. 그런데 아기 사진에는 꼭, 그 오글토글한 말투로 적힌 짧은 글과 함께 같이 찍힌 물건의 태그가 붙는다. 저기는 디자인스킨 케이크소파라고 적혀 있고, 무슨 아기띠, 무슨 장난감, 그런 식으로. 왜, 그냥 개정판에는 사진 아래에다가 쇼핑몰로 연결되는 QR코드라도 하나 넣어서 광고비로 책 제작비를 다 때울 수도 있을 것 같을 정도다. 다시 말하자면 서너 페이지마다 광고가 하나씩 들어간 셈이다. 


그리고 이 아기 사진들은 책의 단가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정작 중요해야 마땅할 내용 본문은 단도나 2도인데도 저 아기 사진들 때문에 굳이 이 책을 4도로 찍어야 했을 것이란 말이지. 출판쪽 잘 모르시는 독자님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그건 제작비의 가파른 상승(....)을 의미하는 일이다. 본문 내용만 모으면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문고판으로도 만들 수 있었을 이 책이 쓸데없이 고급지에 컬러로 인쇄해서 하드커버로 묶여 나오는데는 이 쓸모없이 책 전체 페이지의 한 15~20% 이상은 차지할 것 같은 아기사진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돌 이후로는 아기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내용을 보자. 읽기 쉬운 게 유일한 장점이다. 다른 책에 안 보이는 내용도 조금 나온다. 크게 차별화가 되진 않았고. 차라리 쓸데없는 내용을 빼고 좀 구체적인 데이터들을 넣어줬으면 좋겠는데 이상할 정도로 육아책에 수치화된 데이터는 보이지가 않는다. 뜬구름 잡는 말이라면 옆집 할머니에게도 들을 수 있고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도 있다. 전문가가 쓴 책이라면 좀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게 있으면 좋겠다. 읽고 나서도, 남는 것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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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대학은 지성과 학문의 전당으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지성인들이 주먹을 쥐고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며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곳인 동시에,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실험 데이터를 모으겠다는 정신으로 목숨을 걸고 학문에 몰두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대학을 두고, 사람들은 상아탑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높이 여겼다.

그러나.

"으아, 으아, 으아악!!!!!"

물론 입학식도 치르기 전에 공대 계단 앞에 쭈그려 앉아 이런 괴성을 질러대는 나도 문제는 문제였지만.

"젠장!!!!!!"

갓 입학한 새내기를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넣는 악덕 교수 또한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진담으로 하는 말이다. 정말로. 아니, 아닌 말로 배우지 않고서 그걸 다 알면 비싼 돈 들여 대학에 왜 오나. 적어도 첫날 첫시간부터 일부러 학생들 기 죽이고 그러는 건. 그래, 진짜 실력있는 교수 같으면 그런 심술은 안 부릴 거 아냐.

"심하긴 했지, 입학식도 하기 전인데."

"어려운 문제라고 하긴 그렇지만, 갑자기 그렇게 나와서 풀라고 하면 말야."

상석이가 아까의 미적분 50문제를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래. 어려운 문제라고 하기는 또 그렇다 이거지? 나 같은 놈은 죽어야지. 나는 책가방에 머리를 쿡쿡 처박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선언하듯 말했다.

"대체!"

"대체 뭐?"

"미적분이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대체, 첫날 첫 시간부터, 싫건 좋건 4년간 함께 할 학우들 자기소개도 하지 않은 채!"

물론 OT 가서 자기소개 할 것 다 하고 술도 푸지게 먹고 왔다는 사실은 잠시 넘어가자. 음, 잠깐만.

"칠판에 줄 긋고 문제 풀이라니! 오호, 통재라. 학생의 우정과 인격 도야에는 흥미없다 이건가?"

"첫날부터 쪽 당했다고 삐지기는."

상석은 빙긋 웃으며 중얼거렸다. 뭔가 슬쩍 낯이 붉어지긴했지만, 그래도 싸나이 김경민, 한번 꺼낸 말인데 결론은 내야 할 것 아닌가. 대가리만 몸통만 있는 것은 생선도 아니지, 암.

"오리엔테이션이나 그런 것도 없는 거냐? 대학은 단순히 지식전달의 장일 뿐인거냐? 각성하라!"

"그래그래, 김경민을 국회로."

아니, 뭐. 꼭 내가 또 그 문제 못 푼 것 때문에 이러는 것은 또 아니다. 그건 아닌데.

그건 아닌데 말이다......

-후...... 큰일이군요.

누나가 대학 가기 전에 공부하라고 못이 박히게 떠들긴 했지만 사실 토익책이나 좀 봤을까. 수능 끝나자마자 엿바꿔먹은 수학책을 생각하며 나는 칠판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래, 뭐. 고등학교 3년 통박 굴린 것 생각하면 이게 문제가 풀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알겠다. 그런데.

-이것 풀 수 있는 사람?

뭐, 상석이를 포함해서 한두 명 손을 슬쩍 들었다가 슬그머니 내리긴 했지만. 어쨌건 교수님은 뭐랄까, 정말 한심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한 미묘한 표정으로 교실을 빙 둘러보더니 나를 돌아보았다.

-들어가요.

그런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일반수학 교수님은 정말로 젊고 화려해 보이는 잘 생긴 남자였다. 같은 남자인데도 순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정말 큰일이군요.

색소가 살짝 엷게 느껴지는 밤색 머리카락에, 교수님 정도 되는 연배에 어울리지 않게 깨끗한 피부. 검정은 아니고 어둡지만 따뜻한 빛깔의 수트와, 그 수트에 대조적인 새햐얀 셔츠의 소맷부리와 칼라. 쩔은 담배냄새 같은 것도 없었다. 독한 아저씨 스킨 냄새와도 달랐다. 그저 산뜻한 비누향, 희미한 샴푸향만이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 미남 교수에 대한 묘사만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으면 이미 뇌가 썩어 문드러질 우리 누나가 무슨 헛소리를 해댈 지 모르지만, 하여간 그랬다. 그 사람은.

-수학은 이제부터 배울 모든 공학의 베이스입니다. 물론 여러분 중에는 당연히 알아야 할 것 조차 선택과목이라고 안 배운 사람도 있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 동안에야 당연했겠죠, 그게.

그러나 이제부터는 필요합니다.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살짝 차가운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누나가 좋다고 환장을 하는 그 100분 토론의 손석희 씨 같은 목소리 있잖아.

-미적분, 통계, 수학적이고 공학적인 마인드. 따라오는 건 스스로 선택할 몫입니다. 강요하지는 않아요. 여러분도 다들 그렇게 알고 왔지요? 부모님들이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대학 가면 불행 끝 행복 시작, 자유로운 인생 화려한 청춘. 뭐, 좋은 말이지요.

그 좋은 목소리로 세상에.

-하지만 미리 말해두지요.

대놓고 협박을 하고 있는 거다. 온갖 가오는 다 잡아 가면서.

-자율.

그런데다가 대체 교수 잘 생긴 거 어디다 써먹는다고, 당장 배경에 화사하게 꽃이라도 피어 날릴 것 같은 여유있는 미소까지 지어 보이면서 말이다.

-그 자율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여러분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이런 무시무시한 소리를 눈 하나 깜짝 하고 말이지!

어쨌거나 얼굴로 교수가 된 건지 뭐 그 실력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런 공대에서 시커먼 남자애들만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아찔한 미남인 그 교수님은, 그 나누어 준 미적분 50문제를 다음 시간까지 과제로 해 오라는 말씀만 남기고 강의실을 떠나셨다. 떠나신 것은 좋은데,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대략 40분. 대체 어디서 이렇게 시간을 깎아먹은 거야.

"네가 오래 서 있었잖아, 칠판 앞에."

"시끄러."

하여간 뭐, 교수 잘 생긴 거 뭐에다 쓰냐고요.

어쨌거나 중고등학교 때 과제물도 다 워드로 쳐서 갔다낸 우리들을 뭘로 보는 건지, 이 교수님은 과제를 레포트 용지에 손으로 써서 내라고 강조하셨다. 그런고로, 일단은 레포트 용지부터 사야 한다는 게 문제다.

"레포트 용지 주세요."

수다스럽게 생긴 문구점 아줌마는 우리를 돌아보며 깜짝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벌써 숙제야? 무슨 과목인데?"

"몰라요, 우린 아직 입학식도 안 했는데."

"아씨, 웬 변태같은 교수님이 첫날부터 숙제잖아요."

"혹시 진교수님 수학이야?"

잠깐, 우리 고등학교 때 학교 앞 문방구 주인들이 학교 선생님들 얼굴 다 외우고 있었나?

"교수님을 아세요?"

"알다마다, 학교 최고의 훈남 아이돌인데!"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 이 아줌마 아무리 봐도 우리 엄마랑 비슷한 또래일텐데. 설마 엄마도 집에서 TV 틀어놓고 훈남이니 미남이니 아이돌이니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이 잘 생긴 아들을 두고?! 나는 갑자기 훈남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궁금해졌지만, 그 의문을 풀어주시려는 듯 아줌마가 알아서 그 교수님의 우월성을 설명해 주셨으니.

"자상하고 신사적인 태도, 완벽한 옷걸이, 그런데다 아직 마흔 살도 안 된 젊은 교수님인데, 학교에서는 천재교수로 통하시잖아. 논문도 엄청 많이 쓰시고. 그런데다가 학교 제일의 미남이라서, 문과대 여자애들은 물론이고 저기, 교대생 여자애들도 와서 훔쳐보고 가고 그런다더라. 아유, 정말 그런 남자랑 결혼한 여자는 누굴지, 복도 많지."

완벽한 남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알겠는데 얼굴 붉히고 말하지 말라고요! 보는 내가 다 부끄럽네.

그러니까 교수가 잘생긴 게 뭐 대수라고!

"아, 쩐다, 쩔어."

"아줌마는 왜 그래? 변태야?"

"미남이긴 했잖아, 교수가. 경민이 너도 아까 옆에서 넋 빼고 쳐다봤으면서."

"쳇, 교생 잘 생기고 선생 잘 생긴 거 어따가 쓰냐."

"하긴, 같은 논리로 교수 잘 생긴 것도 쓸 데는 없지."

상석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상석이는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내며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환영회 있나보더라구, 오늘 5시에. 그리고 시간 되었으니 교과서나 받으러 가자."

"환영회?"

"폰 고장났어? 아까 문자 왔잖아, 8시에."

"문자? 무슨 문자?"

그러니까 나하고 연태하고, 셋 중 둘이 못 봤으면 이건 우겨도 되는 상황이긴 한데, 어째서인지 폰에는 상석이가 말한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이거다.

1교시수업필참♣
11시이후대학본부
지층에서교재수령
할것5시에과사집
합--컴퓨터공학과

"그러니까 왜 너만!!"

"시끄럽고, 교과서 받으러 가자니까."

상석이는 다이어리에서 그, 학비 영수증을 꺼내어 달랑달랑 흔들어 보였다. 뭔가 할 말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엄마가 첫날이니 잊어버리지 말라고 영수증부터 뭐부터 싹 파일에 넣어주셨으니 망정이지. 엄마 잔소리 또 시작이라고 짜증냈었는데, 엄마가 이 꼴을 아시면 뭐라고 웃으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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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흔히들 그러잖아. 그래, 믿는 애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산타클로스를 믿는 것 보다는 많은 수가 믿고 있는 이야기인데. 엄마랑 아빠랑 고3 담탱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거 있잖아. 대학 가면 여친도 생기고, 자유롭게 살고 있고, 대학의 낭만 속에서 하여간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고.  

아니, 지금 나보고 바보라고 말하려는 것 다 알아. 알겠는데, 그래도 그런 생각이라도 안 하면 어떻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12년을 그러고 살아. 나도 상식이라는 게 있는 인간인데, 그런 이야기가 어느정도 뻥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여친에 대학의 낭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자유롭긴 하겠지, 그런 생각 정도는 하지. 아무리 현실적이라도 말이다. 그런데.  

"1교시 한다는데?" 

물론 대학에 뭘 그렇게 바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등록금에다가 입학금이라고 뭐 더 붙이기까지 해서 그만큼 돈을 냈으면, 그래도 신입생인데 뭔가 챙겨주는 것 정도는 있을 줄 알았단 말이다.  그런데.  

"농담이겠지?" 

"아냐, 과사 가서 물어 본 거야." 

적어도 국민의례나 총장의 환영사나 그런 것이 풀패키지로 포함된 입학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입학 축하한다고 말 한마디 해주는 사람 없고. 입학식도 안 하는 주제에 1교시부터 수업 한다는 이야기는 뭔가 대단히 당연하다는 듯, 과사 가서 확인이나 해 봐야 알 노릇인 것 같고. 그런데다가 멀리 보이는 저 화려하고 아름답고 엘레강스한 건물은 문과대라는데, 공대 건물은 무슨 1960년대에 지어놓은 양(사실이 그랬다) 낡고 거미줄 끼고 구리구리한 것이.  

근데다가 공대 쪽이 학비가 100만원 더 비싸더라는 게 포인트. 아니, 환경이 이렇게 꾸진데 깎아주는 맛이라도 있어야지 이게 뭐야. 내 경우는 우리 누나도 이 학교에 다니는 바람에, 엄마가 이미 싹 꿰고 계신다. 문대는 학비가 얼마인지, 장학금은 얼마를 주는지. 그래서 바로 얼마 전까지 내게 대학만 가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고 외치시던 우리 마덜께서 멀쩡한 입학식날 아침부터 사랑하는 아들을 붙들고 가로시되, 공대는 과별 정원이 더 많으니 장학금 인원도 더 많으니까 반드시 반액 장학금 이상 받아오라고 짤짤 흔드셨다 이거다.

오오 갓뎀 왓더 헬. 

"뭐하자고 수업 한다는 거야? 교과서도 없으면서." 

"그러게, 미친 거 아냐?" 

구시렁거리는데 연태가 옆에서 거들었다. 상석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건 상석이 아니었으면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나 하면서, 첫날 첫시간부터 수업 날려먹을 뻔 했다.  이래서 친구를 잘 둬야 한다니까.

하긴 했는데. 

"......완전 남탕이네, 남탕이야." 

아니, 난 OT때는, 공대니까 남자애들만 많으니까 여자애들이 OT를 안 왔을 거라고 믿고 싶었어. 정말이야. 대학생활에 딱히 환상을 품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교실 안에 여자애가 한 명은 있을 줄 알았어. 근데 정말로, 여자가 없는 거다. 밖을 내다보면 가끔 한 명은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한데, 특히 우리 분반은 정말 한 명도 없어. 아, 진짜. 이 구질구질 낡은 건물에 남학생만 그득그득하고. 이래서야 교복만 안 입었지 며칠 전까지 구르고 다니던 남자고등학교보다 나을 게 없다.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사방에서 홀아비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았다. 

"첫날부터 빡세네......" 

어쩌면 몇 안되는 여자애들도, 1교시 한다는 소식을 못 듣고 어디서 헤매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따로 알려주지도 않은 것에 비하면 꽤 많은 수가 교실로 모여들었다. 몰라서 안 온다면 몰라도 소식 들은 이상, 첫날 첫시간부터 수업을 내뺄 만큼 담대한 새내기가 어디 흔하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설마 수업 하겠어. 안 그러냐, 상석아?" 

"글쎄. 첫날이니까 인사라도 하겠지."  

"그치? 그래야지말야."

그래, 뭐. 고등학교 때 까지 들은 대학 이야기는 다 뻥이라고 치자.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첫날부터 수업이야 하겠어.  

......하고 생각하다가 첫날부터 큰 코 다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강의실 앞에 걸려 있는 시계가 정확히 여덟 시 오십 구 분 사십 팔 초를 가리키는 것돠 동시에 강의실 앞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가 그, 일반수학 교수님이라는 것 까지는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겠지만. 

"이거 유인물 돌리고."

아니, 환상이 아주 없었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누나 하는 것 봐서 대충 안다고는 생각했다. 대학에 가도 또 취업, 학점, 토익, 어학연수. 인생 고달프기로는 고등학교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할 리 없다는 것도. 하지만. 

"세번째 줄 앞에서부터 나오세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말이다.  

첫날 첫 시간부터 고등학교 때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오르는 저 세로줄을 긋는 것은 너무하잖아!   

"야, 김경민." 

"어." 

"너잖아, 세번째 줄." 

참고로 말하자면 상석이 녀석의 지적 그대로 앞에 나가 문제를 풀어야 하는 모양이기는 한 모양인데. 세로줄 세 개를 그은 젊은 교수님은 우리 쪽을 보며 돌아서더니 뒤쪽에서는 아직도 돌리고 있는 그 시험지를 손에 들었다.  그제서야 보았다. 시험지 앞대가리에 적힌 미분 연습문제 50이라는 선명하고 굵은 볼드체 글자를. 뒤로 뒤집어보지 않아도 50문항까지 있다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작부터 기가 죽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세번째 줄은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나와서, 여기 미분 연습문제 1번부터 풀도록 하세요."

교수님은 분필로 칠판을 탁탁 치더니, 중요한 것을 잊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크고 시원시원한 글씨체로 이름을 적어내렸다. 

진시형 
이학관 2북501호. (803) 
William.Jean@intech.ac.kr

"일반수학을 맡은 진시형 교수입니다. 수학과고. 수업의 맥을 끊는 질문은 가급적 받지 않을 테니, 질문할 것이 있으면 쉬는 시간이나 공강시간을 이용하세요. 메일로 질문해도 됩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엉뚱한 생각이기는 한데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얼굴이다. 교수님이면 아무리 젊어도 마흔 살은 되었을 텐데. 아무리 보아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얼굴, 그런데다 꽤나 잘생기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니 누나한테 들어본 적도 있긴 있는데. 학교에 엄청난 미남 교수가 있다고. 어쩌면 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빨리빨리 나오세요. 거기, 안경 옆에."

분명히 예전에 다 배운 내용일텐데도 손에 쥔 유인물에서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 거의 도살장에 끌려나가는 기분으로 칠판 앞으로 걸어나가며 생각했다. 여자애들이면 몰라도 교수 잘생긴 것 어디다 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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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2009-07-2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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