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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 금기와 편견 너머, 하마스를 이해하기
헬레나 코번.라미 G. 쿠리 지음, 이준태 옮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 동녘 / 2025년 6월
평점 :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간혹 좋은 책은 불온한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이제부터 비밀을
말해 주겠다고 속삭이는 듯, 무언가를 폭로할 듯한 느낌을 풍기며.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러한 인상을 받았다. 권력이 무엇을 억압하는지 드러내고 결국에는 그에 대항하게 할
것 같다는 그 인상에 넘어갔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하마스를 몰랐던 내게 하마스가 어떤 조직인지 설명해 줬다. 팔레스타인과 하마스에 대한 5회 차의 대담을 기록한 책으로, 하마스의 탄생 배경부터 팔레스타인 내외부에서 하마스의 위치, 지향점
등 하마스에 관해 폭 넓게 다룬다. 이 내용이 낯선 독자를 위해 용어 설명, 하마스 헌장, 각종 관련 보고서 등 풍부한 배경지식도 부록으로 함께
담았다.
부록으로 수록된 하마스 문건 〈우리의 서사…… 알아크사 홍수 작전〉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75년의 가차 없는 점령과
고통을 겪고, 해방과 우리 민족의 귀환을 위한 모든 시도가 실패한 후에, 또한 소위 평화 프로세스마저 참담한 결과로 끝났다. [다음과 같은
현실에서 전 세계는 팔레스타인 민족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인가.]” (p.276)
(책에서 볼드 처리된 부분은 대괄호로 표시했다.)
팔레스타인이 피해자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하마스는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무장 테러 조직인 줄 알았다. 이 책은 그런 나의 시선을 바로잡아 줬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이 하마스라는 조직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유대
국가 설립 운동인 시온주의는 서방의 지지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희생됐다. 학살 피해자는 순식간에 가해자가 되었다.
하마스에 대한 오해 역시 겹겹이 쌓여 있었다. 시온주의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하마스가 잘못 하나 하지 않은 무결한 집단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서구 사회를 통해
비친 것처럼 하마스가 민간인을 공격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데 혈안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명백히 밝힌다.
반인권적 폭력을 행사하는 건 이스라엘이다. 서구 사회는 이스라엘의 행태를 묵인하고 하마스를
악마화하는 데 동조해 왔다. 특히나 미국은 미국의 입맛에 맞는 지도자를 서아시아에 세우기 위해 이스라엘을
지지함으로써 식민주의 체제를 지속시키려 한다.
그동안 나는 하마스에 대한 악마화에 휘둘려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지 못했다.
역사는 단순하지 않은 인간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진다. 그만큼 역사에는 단단히 꼬여 풀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면면이 아주 많음에도 하마스를 너무나 납작하게만 바라봤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는 승자의 이야기라고들 한다. 승자는 거의 강자다. 지금 국제 사회의 강자는 미국이다. 즉 미국이 쓰는 현대사에 좌지우지되기
쉽다. 미국과 미국이 지지하는 이스라엘은 힘의 논리로 팔레스타인을 식민지와 마찬가지인 상태로 만들었다. 식민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모양을 조금씩 바꿔가며 계속해서
등장할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늘 그래 왔으니까. 그러나
피해자는 늘 싸웠다. 식민주의에 저항하지 않는 민족은 없다.
아마도 저는 저항이 핵심어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인들, 그리고 아랍 사람들과 민족 전체로 보면 이들이 하마스를 지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종교나 민족주의 같은 것들 때문이 아니라 바로 저항 때문이에요. - P82
저는 이전 연구에서 이스라엘이 살해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하마스와 모든 팔레스타인 정파가 살해하는 이스라엘 민간인의 약 15배에서 20배에 이른다고 정리한 바 있습니다. 살해된 이스라엘 민간인 1명당 15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죽는다는 거죠. 하지만 모든 언론의 논의와 논란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하는 팔레스타인인들만을 다룹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여러 이유로 동등한 언로를 가지고 있지 않고 동일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 않으니까요. - P95
테러리즘 서사는 갈등을 정치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제거해버리죠. 그들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군사적 해결책만 남는데,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하마스 같은 풀뿌리 운동 조직을 대상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집단학살을 자행한다는 의미예요. - P116
하마스는 전쟁도 시도해보고, 정치적 접근을 통한 타협도 시도해보고, 반식민주의 투쟁의 비폭력적 표현인 귀환대행진도 있었는데,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거죠. 결국 이런 상황으로 인해 강경파들이 돌아와서 극적이고 격렬한 파열음을 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진 겁니다. - P123
국제 사회가 그토록 강조해온 인권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은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했던 방식과 뚜렷하게 대조되면서 국제 사회의 문제점 역시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여기서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인의 목숨이 우크라이나인의 목숨보다 덜 중요하다는 식의 인종주의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고 느끼죠. - P129
이들은 자주 주권에 대해, 그리고 저항을 통한 민족자결권에 대해 언급해요. 그건 ‘유엔이나 국제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했기 때문에 생기는 주권’이 아니에요. 저항을 통해 쟁취하는 주권이죠. 그런 정신이 민족자결권에 잘 새겨져 있어요. - P137
현재 이스라엘의 책임 있는 자들은 가자지구를 한두 번도 아니고 필요하다면 세네 번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권한을 신에게서 부여받았다고 믿고 있어요. 일부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하는 데 동의하겠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의 생존권이 어디서도 없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화답은 없었던 겁니다. - P214
현재 하마스가 공식적으로 채택한 서사는, 이건 시온주의와의 싸움이지 유대인들과의 싸움이 아니라는 거예요. 하마스 지도자들은 네투레이 카르타 쪽 근본주의 유대교 대표단과도, 그리고 세속 유대인 대표단과도 접견해요. 유대인들과 문제가 없죠. - P216
서구에서 하마스를 보는 방식이나 하마스를 악마화하는 방식과 관련해서, 사람들이 이런 소위 여성 권리나 퀴어의 권리를 민족 해방 투쟁에 대한 모든 종류의 지지를 굴절시키는 몽둥이로 사용한다는 게 놀라워요. 마치 서구가 여성 권리나 동성애자의 권리의 개척자인 것처럼요. 정말 어처구니가 없죠.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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