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이들
한요나 지음 / &(앤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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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알고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그걸 누가 가지지 못했는지. 사회에서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구조는 학교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계급을 체화하며 자란다.

햇볕을 얼마나 쬘 수 있느냐에 따라 계급이 달라지는 세상이 있다. “볕이 잘 드는 정도”에 따라서 1구역부터 7구역으로 나뉜다. 가장 좋은 햇볕을 쬘 수 있는 1구역을 사람들은 선망한다. 그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까맣고 주근깨가 있다. 얼굴에 자신의 출생지와 계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모두가 볼 수 있는 신체 부위에.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출생 신분에 따른 계급을 어떻게든 극복하기 위해 자녀를 1구역에 있는 학교로 진학시키고자 하는 욕망은 현실과 닮았다. 계급에 따른 차별 또한 마찬가지다. 주하는 머리카락이 빨갛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차별의 대상이 된다. 주하의 동급생 하루는 아이들이 빨간 머리를 그들의 세계에서 배제하면서도 동경하고 있음을 꿰뚫어 본다. 빨간 머리의 아름다움과 그 뒤에서 오가는 소문 때문이다. 빨간 머리가 햇볕을 쬐는 효과를 지닌 럭스라는 물질을 만들어낸다는 소문. 그런 아이들은 ‘태양의 아이들’이라고 불린다.

태양의 아이들은 햇볕 없이도 살 수 있는 돌연변이 같은 존재다. 좋은 햇볕을 쬐는 일이 권리가 아닌 세상에서 태양의 아이들은 권력의 철저한 관리 감독하에 살아간다. 주하의 곁에 있기를 자처한 친구들은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서로 다른 개인들이 서로의 고유함을 존중하고 받아들임으로써 함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갖은 추측과 루머에 휩쓸리지 않고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직시할 때 비로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성장한다.

권리를 쟁취하기는 너무나 어렵지만, 박탈당하는 건 너무나 쉽다. 사랑을 외치는 것보다 혐오하는 게 더 편리하다. 그럼에도 싸우고 연대함으로써 빛이 되고자 하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은 찬란한 태양이 되었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믿지 않을 뿐이다. 사람도, 친구도, 환경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내 곁에 있을 때 조금 다정할 수 있을 뿐이다. - P34

내가 1구역에 머물고 싶은 이유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도 아니다. ‘안전’이 기본값인 생활을 하고 싶고, 어느 정도는 엄마 걱정도 할 줄 아는 착한 딸이고 싶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고, 그러면 내가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P36

행복을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희와 우린 정말 다른 것 같긴 해. 어떻게 그런 단어가 쉽게 입 밖으로 나올 수 있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빌리와 레오니는 액세서리 가게에 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 P68

이럴 땐 꼭 노범도 연구소도 가족처럼 느껴져서 혼란스럽다. 좋은 의미로 해석하는 게 나쁠 건 없지만, 나에게 좋을 것도 아닌가? 그렇다면 하루의 관심과 지지도 좋게만 해석해서는 안 될까? 나는 자꾸 홀로 벽을 세우게 됐다. 환대를 받아들이는 하루처럼 행동하는 건 어려웠다. - P135

눈에 띄지 않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것은 불가능을 배워야 한다는 것과 같았다. 꽃이 꺾이지 않으려면 예쁘지 않으면 된다고 했던 할머니 말이 떠올랐다. 그런 말을 들은 날엔 할아버지가 귀신같이 알아챘다. 그리고 풀이 짓밟히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꽃을 피우는 것뿐이라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는 나의 빨강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매일 저녁 식사 후, 내 머리카락을 빗어 주던 손길. 가짜가 아닌 것은 잊히지 않는다. - P142

외울 것도 기억해야 할 것도 없다. 노력해서 가지고 있는 것들이 아니다. 몸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기억과 흔적들. 무대 위에 오른 가수가 자연스럽게 뱉는 멜로디와 같은 것. 넘치도록 받았던 사랑에 관한 것이다. - P147

역시 차이와 차별의 문제일까? 환경이나 문화 차이의 문제도 있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구역이 나뉘어 살아가고 있었나요? - P246

"무지개 언어가 있는 곳이 있을지도 몰라."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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