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살인법 - 독약, 은밀하게 사람을 죽이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닐 브래드버리 지음, 김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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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칼륨, 염소, 아트로핀. 이 물질들에는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목숨을 앗는 방식은 아주 다양하다. 예기나 둔기 혹은 자기의 손이나 발 등 모든 것이 범행 도구가 될 수 있다. 수많은 방법 중에서도 치밀하게 계획해야 하지만 물리적인 힘이 가장 덜 필요한 건 독살일 것이다. 그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살인범이 독약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범행에 사용되는 독약의 종류도 다양하다. 맛도, 치사량도, 신체에 손상을 가하는 방법도, 독약에 노출됐을 때의 증상도, 독약마다 달라서 범행 상황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독약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방울의 살인법』은 총 11가지 독약의 특징을 설명한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예시로 들고, 사건에 사용된 독약이 어떻게 발견되었으며 인체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 독약에 얽힌 역사적, 과학적 지식을 함께 풀어놓는다.


18세기 초까지도 시신에서 독약을 검출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니 과거 살인범들에게 독약은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써 가장 적절했을 것이다. 권력과 돈, 원한 등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독약을 가지고 살인을 저질렀을 테지만 처벌받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지는 알 수 없다.


현대 과학 기술은 그 어떤 흔적도 포착해 내 범행에 사용된 독약의 종류를 특정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의 범죄 행각은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품고 독약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저자는 생화학 전공자이자 미스터리 덕후답게 긴박감 있게 이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독약은 어떤 식으로든 피해자의 몸에 흔적을 남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독약으로 완전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전한다. 완전 범죄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고장 같달까. 네 범행은 들통날 수밖에 없으니 꿈 깨라고 말이다. “모두 너보다 똑똑하다라는 박지선 교수님의 명언과도 상통하는 듯하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어떤 화학 물질을 본질적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저 하나의 화학 물질일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 화학 물질을 사용하는 자의 의도에 있을 것이다. 생명을 구하려는 의도인가, 아니면 생명을 빼앗으려는 의도인가, 그것이 다를 뿐이다. - P17

사람의 몸은 24시간마다 1그램의 청산가리를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갑자기 다량의 청산가리가 한꺼번에 몸에 들어왔을 때 일어난다. - P221

나중에 리트비넨코의 혈액에서 발견된 폴로늄-210의 양은 26.5밀리그램이었다. 매우 적은 양이지만, 이 폴로늄이 그의 몸을 공격한 방사능의 양은 17만 5000장의 엑스선 사진을 한꺼번에 찍은 것과 맞먹는 양이었다. 폴로늄-210은 1밀리그램 미만의 극미량으로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리트비넨코가 이 물질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아내기까지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그 이전까지 이 물질이 살인 무기로 쓰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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