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스물셋 앤드 앤솔러지
김청귤 외 지음 / &(앤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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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던져진다라는 표현이 제일 정확하지 않을까. 내가 세상에 나오고 싶어서 나온 게 아니라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등 떠밀린 것뿐이니 말이다. 내던져졌을 때 잘 착지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노력했더라도 완벽하게 준비하기란 불가능하기에 두려울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십 대 중반을 코앞에 두고 있는 스물셋이야말로 바로 그 경계선을 넘어가는 시점이 아닐까.


여덟 명의 작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스물셋에 맞이해야 하는 내던져짐에 관해 이야기한다. 「마법소녀, 투쟁!(김청귤)의 여성들은 내던져질 때 어디로 어떻게 착지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마저 박탈당했다. 마법소녀들의 희생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안위가 지켜지지만 정작 마법소녀는, 그리고 마법소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안위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마법소녀들은 목소리를 낸다. 우리가 원하는 삶은 그게 아니라고, 우리도 꿈을 꾸는 한 사람들이라고, “투쟁한다.


그들의 투쟁 덕분인 걸까. 어디로 내던져질지는 그래도 정할 수 있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인어의 독백」(신종원)의 한나는 스스로 전례가 되고자 했으나 연극에서 퇴장하고 자기의 결말을 찾아간다. 「아직은 무제(無題)(이상욱)의 미연은 영화를 통해 사해를 속박에서 풀어주려는 것처럼 자신의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여명의 코믹스」(임국영)의 우니도 만화를 포기하지 않고 붙잡는다. 그들은 내던져지면서 상처를 입었더라도 굴하지 않는다.


내던져짐의 형태는 세상에 존재하는 스물셋들만큼이나 다양하다. 서로 처한 환경이 다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기에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그저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다. 「청춘 미수」(이서수)의 김아혜는 미수를 속단하고는 자기의 편견을 버리지 않는다. 미수는 그저 정답이 없어서 헤맸을 뿐인데.


내던져진 채 헤매는 사람들끼리도 갈등한다. 「스토커」(윤치규)의 세 인물이 관계를 맺는 방식은 각자 가정에서 보고 자란 것에 영향을 받았다. 그들은 미숙해서 불안정했지만, 그건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어차피 관계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래도 괜찮다. 「창문을 통과하는 빛과 같이」(서이제)처럼 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완결되지 못했던 이야기는 그렇게 다시 시작될 수 있으니 말이다.


스물셋들이 어쩌다 발을 디딘 세상은 꽤 잔인하다. 「망한 연애담: 세상을 망하게 한 사랑」(황모과)의 세상처럼 많은 사람이 사랑을 외치지만 그 이면에는 혐오가 가득하다. 혐오로 무장한 세상이 망해야 망하지 않을 수 있는 역설적인 이상한 세상에 스물셋들은 내던져졌다. 그럼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는 망하지 않았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마법소녀는 마법소녀에서 은퇴해 또 다른 마법소녀가 되어야 했지만, 사람들 눈에는 편하게 사는 걸로 보이나 보다. 우리는 우리들의 생을 태워 사람을 구했다. 싸우다가도 죽었고, 은퇴해서도 이른 나이에 죽었다. 스물셋. 받침에 ‘ㅅ’이 들어갈 때부터 중반이 되는 거라며, 마법소녀는 어리고 젊어야 한다는 이유로 은퇴당하는 나이였다. 마법소녀는 언제나 어리고, 젊고, 싱그러워야 했으니까. - P34

끝내 내가 알게 되었던 건, 너의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그건 어쩌면 세연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계속 너를 신경 쓰고 있었다는 것, 지나치도록 네 마음을 궁금해했다는 것만큼 명백한 사실이었다. - P73

영화는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내게는 창을 열 수 있는 힘이 있었으므로 창을 넘어설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려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다. - P81

날개 없이 날아오르자. 날개가 없으면 날개 때문에 추락할 수도 없으니까. 오로지 추락하겠다는 나의 의지로만 추락하자. - P121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상대가 마음의 문을 닫을 때 내 속에서 녹슨 문이 찌그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는 걸. - P138

사람은 누군가를 흉내 내기 위해 반드시 그가 되어야만 할까? - P171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최민혁은 진실을 말하는 게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고 가끔은 적당히 서로를 속이고, 또 알면서도 속아 주는 게 관계를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 P201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나는 내 가능성을 시작해 보기도 전에 폐기하고 싶지 않아. - P245

아무것도 아닌 내가 비록 변변찮더라도 무언가를 해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럴 때면 새삼 깨닫는다. 내가 그린 컷의 크기는 앞으로도 일정할 것이라는 사실을.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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