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p.11

지금껏 보아온 첫문장들 중에 가장 충격적인 한 줄이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니'로 시작하는 <설국>, '엄마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이방인>과 함께 첫문장을 기억하는 세번째 소설이 될 것 같다. 그 문장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것이라 해도, 그 힘이 이 책의 끝까지 이어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어쨌든 강렬했다.

📝 나는 안다. 나처럼 비밀 많은 아이를 세상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바로 그림자 아이다.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존재하진 않는단 뜻이다. p.27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 동하늘을 통해 한때 탄광촌이었으나 현재는 슬립시티, 이스트지저스, 웨스트부다스로 불리는 '지음'을 이야기한다. 전당포 주인을 할머니로, 그 딸을 엄마로, 아들을 삼촌으로 삼아 그들과 함께, 그들과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을 찾아오는 타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전해진다.

지음이 흔들리고 랜드가 무너지기 전까지, 눈에 띄는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그곳에는 그곳에 남아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행될 뿐이다. 책이 중반을 넘어선 어느 순간, 그 이야기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소설 속 아이의 말에 이렇게 귀를 기울인 적이 있던가 생각이 들 정도로 흠뻑 빠져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가 떠오른다. 소설에 등장하는 추상적인 것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대상이 있어 조금 더 이해가 쉬었다고 할까. 소설 후반부에 현실에서는 있어서 안 될 일이 일어나지만 그 사건마저도 상상할 수 있는 배경이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할것 같다.

🔖저자가 궁금해서 그의 인터뷰를 찾다보니, 작가가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이 강원도 사북지역이었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상상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흥망성쇠를 온 몸으로 겪어낸 사람들을 통해 이 책은 마지막에 또 한번 희망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 중심에는 올림픽다방을 운영하다 랜드가 들어선 이후에는 돈을 빌려주다 '마침내' 전당포를 운영하며 지음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할머니가 있다. 중간중간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할머니의 굴곡진 삶의 여정을 다시한번 되짚는다. 무너지고 사라진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것, 아직 희망이 있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니, 저자는 내가 읽고 이해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 책 한권에 담으려 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소설의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 하나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찰관 을유세계문학전집 115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 이경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 하나>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도시에 감찰관이 떴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낯선 여행객을 감찰관으로 오해한 그들은 최선을 다해 가짜 감찰관을 모시는 동시에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덮으려 한다. 일반 시민들을 제외하고 시장부터 교육감, 판사, 병원장, 경찰서장 등 제대로 된 사람들이 없다.

📝
여기엔 관리가 많군. 보아하니 그들은 나를 국가적인 인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아마 어제 내가 그들에게 먼지를 너무 뿌려 댄 탓일 거야. 어리석기는! 페테리부르크의 트랴피치킨한테 전부 써 보내야겠나. 기사 나부랭이를 쓰는 그에게 이들을 실컷 두들겨 패게 해야지. p.106

<이야기 둘>
결혼은 해야하겠는데 이것 따져봐야하고 저것 생각해봐야하고, 집을 나서는 것조차 싫은 포드콜료신은 큰맘 먹고 상대를 만나러 가는데, 그녀를 만나러 온 사람은 그 혼자만이 아니다. 게다가 그 모든 상황을 소극적으로 대하는 여자의 자세란... 더불어 끝까지 말썽인 그의 태도라니....

📝
생각해보니, 몇 분 후면 결혼한 몸이 되는거야. 그런데 이것에 대해 잘 생각해보니, 왠지 무서워지는군. 평생을, 영원토록 어떻게든 자신을 얽어매고, 그다음엔 물릴 수도, 후회할 수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모든 게 결정되고, 모든 게 끝나는 거야. 심지어 이제는 뒤로 물러설 수도 없게 돼. p.237

<이야기 셋>
직접 만든 카드 세트로 사기 도박을 해 큰 돈을 만진 이하레프. 하지만 음흉한 계획을 숨기고 다가온 놈들에게 속아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사기 도박의 비결로 '다른 사람이 열에 들써서 흥분할 때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패를 보여준 대가를 치러야했다. (솔직히 나도 몰랐다. 작정하고 조직적으로 사기치는데 그걸 어떻게 당해낼까!!)

📝
자기가 속이려다가 오히려 자기 옆구리 밑에서 사기꾼이 튀어나와 자기가 속은 셈이야! 수년간 노력해서 세운 건물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협잡꾼이 있다니! 제기랄! 얼마나 기만적인 세상인가! 통나무처럼 멍청하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너덜너덜헤진 카드로 푼돈이나 걸고 보스턴 게임이나 하는 자에게만 행복이 굴러들다니! p.306

<이야기 정리>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욕심 없는 인간, 탐욕스럽지 않은 인간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배우자 선택 기준으로 외적인 부분을 얼마나 고려해야 할까. 친구, 우정이라는 말로 상대를 속이는 것은 또 얼마나 쉬운 일인가... 권력, 결혼, 도박 등 당시 사회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당시 러시아 사회를 대하는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진 세 편의 희곡이었다. 다만, 이런 글은 읽을때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와 많은 부분을 비교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1830~40년대와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음에..... 휴...이젠 놀랍지도 않다!


* 이 글은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어의 높이뛰기 - 신지영 교수의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
신지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이 언어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언어 민감도'를 높이게 한다? 사람들이 피부에 민감한 것처럼 언어에 민감하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사람들의 '언어 민감도' 즉, <언어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저자는 스스로의 언어 감수성을 높이는 일을 먼저 하기로 한다. 그렇게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는 시작되었고, 다양한 시도들을 거쳐 지금 이 책이 나왔다.

한국어의 높임법과 연령 권력,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상한 한국어, 한국 사회에서의 호칭 문제, 언어에 대한 고정관념, 정치권과 언론과 언어 문제, 그리고 언어에 대한 우리의 태도까지. <언어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저자는 열개의 장으로 구분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언어 감수성>에 대해 특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에 책에 딸려온 '문제' 열개 중 다섯개만 맞췄을때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 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을 이번 기회,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틀린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 책의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먼저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다'가 왜 차별의 의미가 들어있는 문장이 되는가? 화장을 하지 않은 민낯은 숨겨야 할 결함이 가득한 것이고, 그 결함을 숨기는 화장이라는 행위는 실체를 가리는 일이니 옳지 않다는 생각이 위와 같은 표현을 낳은 것이다. 또한, 화장은 성인 여성들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민낯'의 대상이 되는 자의 성별도, 민낯의 결함을 가리고 숨기기 위해 '화장'을 하는 행위자의 성별도 자연스럽게 여성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민낯'은 차별의 언어가 되어버렸다.

▪️카페나 옷가게에 가서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이 옷은 신상품이십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혹시 이 말이 문법에 맞지 않는 말이라는 걸 모르냐고 말이다..... 손님들 중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불쾌해하면서 혼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 좀 이상한 말을 한다고 조롱 비슷하게 비아냥거리는 사람은 있어도 불쾌하다고 화내고 혼내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틀린 말인 줄은 알지만 틀린 말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p.79, 80

그렇다면 '진료실로 들어오실게요'는 왜 틀렸지?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ㄹ게요'는 주어의 약속, 의지 등을 표현하는 말이라 주어가 '나'일 때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법에 맞지 않는 이 표현이 세력을 확대해 가는 이유는? 비난을 감수할 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듣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원하는 기능, 즉 행동을 요구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표현이라 이보다 더 유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선자? 당선인? 별것 아닌것 처럼 보이는 이 표현, 당선자가 아닌 당선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커다란 이유는 권력 앞에 머리를 숙인 언론의 태도에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당선자'가 아닌 '당선인'으로 표기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는데, 대통령이 될 사람에게 '놈 자'는 불경스러우니 '사람 인'을 불여달라는 것이었다. 얼마 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에 규정된 '당선자'를 사용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했으나 언론은 권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언어가 주는 권력 : 누구의 언어인가?>
익숙하지 않은 어려운 외래어를 사용하는 전문가들, 기자들... 침방울은 왜 비말이어야 하고, 동일집단격리는 왜 코호트 격리로 불리며, 진단도구는 왜 굳이 진단키트로 불려야 하나. 언어를 통해 벽을 만들고 그 벽을 넘어오지 못하는 살마의 안전과 생명은 돌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쉬운 언어로 소통하여 언어의 벽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222쪽)이다.

이런 책 읽고 나면 당연한 말이지만, 내 언어 습관을 돌아보는 시간을 자연스레 갖게 된다. 어차피 언어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면 잘 따라가면서 맞추는 수 밖에 없겠지. 과연, 어쨌든, 이 책 읽고 나의 <언어 감수성>이 얼마나 향상되었을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체인 아르테 오리지널 12
에이드리언 매킨티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 체인>의 초고를 쓴 건 2012년 멕시코시티에서 피해자 교환 납치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고 난 뒤였다. 피해자 교환 납치란 다른 가족 구성원이 자신보다 약한 납치 피해자를 대신해 인질이 되겠다고 자청하는 것이다. 나는 그 개념을 1970년대 말, 내가 어렸을 때 일어났던 한 사건에 접목시켜보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레이철의 딸 카일리가 납치된다. 납치범은 레이철에게 말한다.
🔖'내 아들을 구해내려고 내가 당신 딸을 납치했어요. 내 아들도 누군지 모르는 남녀한테 납치를 당한 상태고요. 당신도 표적을 골라서 그 사람이 사랑하는 한 사람을 납치해야 해요. 그래야 체인이 계속 이어지거든요.'

레이철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 딸이 납치를 당했고 내 딸을 되찾기 위해선 내가 귀여운 남자아이를 거리에서 납치한 다음 그 아이하고 그 아이 가족을 진심으로 협박해야 해. 그 아이를 죽이겠다고 말할 때 진심인 것처럼 들려야 해. 안 그러면 앞으로 다시는 카일리를 못 볼 테니까.'

최초 <체인>을 설계한 사람은 주기적으로 협박 전화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다단계처럼 줄줄이 엮여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한다. 사람들이 엮이는 과정에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SNS가 활용된다.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돈을 입금할 여유가 되는지, 표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등을 사전에 확인한다. SNS의 무서움을 또 한번 확인했다.

레이철을 비롯한 대부분의 피해자는 결국 납치범이 된다. 피해자가 곧 가해자가 되는데, 아이를 살려내기 위해 납치범(가해자)이 되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체인>의 유지를 위해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는, 소설에서만 존재하는 범죄 수법이기를 희망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나도 납치범이 되었겠지... 생각한다.

마음 졸이며 읽은 앞부분에 비해 후반부는 시원시원하게 전개된다. 머릿속으로 그 상황들이 떠오를 정도로 장면들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몰입감과 긴장감이 영화 제작으로까지 이끈 것 같다. 난 이미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스릴러는 여름에 읽어야 제맛이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또한, 읽는 동안 심한 갈증에 시달린 것은 아니지만 맥주 한 잔이 생각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라 공주 해적전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볍게 감탄사부터) 와우~ 무슨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소설이 있나. 주인공 장희는 어떤 일에 처해도 눈앞에 살아날 길이 생긴다. 끝날듯 끝날듯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가 신기할 따름이다.
.
장보고 무리에 끼어 심부름을 하던 아이 장희는 한 무리에 쫓겨온 남자 한수생을 도와 배를 타고 서쪽으로 떠나는데 해적 대포고래의 공격으로 배가 침몰한다. 백제가 망한지 200년 후 백제 부흥을 위해 공동생활을 하는 섬에서 그들은 정신을 차리게 되고, 그들은 장희의 기묘한 아이디어로 여러차례 죽음의 위기를 넘긴다.
.
줄거리는 이러한데 문제는 이 소설이 그냥 한낱 소설로 읽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을 모두 모아둔것 같다. 혹시, 그들의 행동을 반면교사 삼고, 그들의 모습을 타산지석 삼아 더 나을 세상을 만들고 더 잘 살아보자는게 이 작품의 주제인가.
.
한수생을 죽이려던 마을 사람들도, 장희가 그 세치 혀로 농락한 여러 인간들도 모두 그냥 넘기기에는 아까운 인물들이다. 이 책에서 그들에게 할당된 대사에 밑줄이 그어지는 이유이다.
.
가볍고 신나게 읽었네. 재밌다. 소설Q 시리즈가 더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