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낳기 몇달 전이나 몇 년 전은 주춤하고 뒤로 물러서는 시기가 아니라 기회를 붙잡기 위해 달려들어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150쪽
우리는 기회에 달려들라고 여성을 부추기는 것처럼 남성에게는 가정에 달려들라고 격려해야 한다.-175쪽
완벽주의는 공공의 적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그러한 의미를 멋지게 풀어 썼다. 모든 일을 혼자서 다 할 수는 없다. 풀타임 직업을 두 개 가진 사람은 없다. (중략) 슈퍼우먼은 여성운동의 적이다.-190쪽
내 친구도 나와 똑같이 느껴서 담당 심리치료사와 의논했는데, 그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일을 시작하면서 딸들 때문에 무척 걱정을 했어. 그때 심리치료사가 해준 말이 있지. 분리불안은 실제로 아이들보다 엄마에게 더욱 크게 나타난대. 사람들은 분리불안이 아이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엄마에게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208쪽
일하는 어머니에게는 시간 관리만큼이나 죄책감 관리가 중요하다.-210쪽
어느 누구도 모든 일을 전부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가정과 직장에서 우선순위를 정해두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질 뿐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더욱 생산성을 발휘하고 어머니 역할도 더욱 잘할 수 있다.-212쪽
카프카가 일생 동안 프라하에서 벗어나지 못했듯이, 프라하는 누구나 인연을 맺기만 하면 강렬한 유혹을 저버리기가 쉽지 않은 도시다.-프롤로그쪽
책에 대한 리뷰라기보단.. 책 끄트머리쯤에서 본 김진경 시인의 시 <낙타>가 인상 깊어서 사진이라도 찍어놔야 할 것 같았다..ㅎ
양파 볶는 냄새는 세상의 모든 냄새를 담고 있다. 어둠과 그늘, 절벽의 햇살, 꽃잎이 짓이기며 빨아대는 습기, 간절한 한 사람의 안부, 그 모든 것을 담았다.허기에 지쳐 집에 돌아오면 뭘 먹을 것인지 정하지도 않았으면서 양파를 볶던 때가 있었다. 먼 곳에서 긴 시간을 처절하게 살 때였다. 양파를 볶다가 소시지를 넣어 뒤적거리거나, 양파를 볶다가 물을 붓고 스파게티 면을 끓이기도 했다. 양파를 볶다가 부자가 되어야겠단 생각도 했고 양파를 볶다가 불을 끄고 시를 읽은 적도 있다. 그러면 채우는 느낌과 바닥을 내는 느낌이 내 몸에 동시에 베어들었다. 공간을 가득 채운 양파의 그것에는 그리운 냄새가 있었다. 절절한 곡예가 있다.-9#쪽
평범이란 말보다 큰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평범한 것처럼 남에게 폐가 되지 않고 들썩이지 않고 점잖으며 순하고 착한 무엇이 또 있을까.-21#쪽
나는 이야기에 약하다. 이야기에 무너진다. 그래서 엿보고 엿듣고, 내 여행은 어쩌면 당신의 그런 일들을 받아 적는, 기록인 것이다.-24#쪽
누군가가 네가 없는 너의 빈집에 들러 너의 모든 짐짝들을 다 들어냈다고 해도 너는 네가 가져온 새로운 것들을 채우면 될 터이니 큰일이 아닐 것이다. 흙도 비가 내린 후에 더 굳어져 인자한 땅이 되듯 너의 빈집도 네가 없는 사이 더 견고해져 너를 받아들일 것이다. 형편없는 상태의 네 빈집과 잔뜩 헝클어진 채로 돌아온 네가 서로 껴안는 것, 그게 여행이니까.-26#쪽
어떤 카페가 좋아 자주 드나들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카페 기둥에 흰색 페인트를, 화장실 문에 흰색 페인트를 칠해놓은 게 마음에 들었던 거다. 사실 그 색이 좋아 카페의 분위기가 좋고 심지어 커피맛도, 주인장의 얼굴까지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아주 사소한 부분들을 쌓아가는 것이다.고로 당신이 좋다, 라는 말은 당신이 무슨 색인지 알고 싶다는 말이며 그 색깔을 나에게 조금이나마 나눠달라는 말이다. 그 색에 섞이겠다는 말이다.-29#쪽
낯선 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배우게 되는 말은 '물'인 것 같다. 그 다음은 '고맙다'라는 말. '물'은 나를 위한 말이고 '고맙다'라는 말은 누군가를 위한 말. 목말라서 죽을 것 같은 상태도 싫고 누군가와 눈빛도 나누지 않는 여행자가 되기는 싫다.-31#쪽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그러네요.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의 '상태'를 자꾸자꾸 신경 쓰게 되는 것. 문득 갑자기 찾아오는 거드라구요. 가슴에 쿵 하고 돌 하나를 얹는 기분.-39#쪽
들뜬 기분들을 차분히 누를 수 있다면, 얹힌 기분들을 잠시 정리할 수 있다면 그곳이 어느 곳이든 무조건 잠시 앉아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44#쪽
그날처럼, 웃는 해골을 내밀던 여섯 살 오후처럼, 나는 아버지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해피 버스데이."-5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