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1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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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11쪽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12쪽

거듭 말하거니와 나는 모국어의 여러 글자들 중에서 ‘숲‘을 편애한다. ‘수풀‘도 좋지만 ‘숲‘만은 못하다. ‘숲‘의 어감은 깊고 서늘한데, 이 서늘함 속에는 향기와 습기가 번져 있다. ‘숲‘의 어감 속에는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건조감이 들어 있고, 젖어서 편안한 습기도 느껴진다.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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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최효찬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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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남매(4남 5녀)를 길러낸 케네디 어머니 로즈의 자녀교육법 중 눈에 띄는 것은 식탁을 자녀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케네디 가문의 자녀교육 비결은 식탁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케네디 가의 식사 시간은 단순히 식사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자녀들이 앞으로 커서 꼭 필요한 인성을 훈련하는 자리였다.

공자는 무려 2,500년 전의 인물이다. 그는 첩의 아들로 태어나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온갖 마음고생을 하면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렇지만 위대한 사람들의 성공담에 흔히 등장하는 것처럼 그는 좌절하거나 세상을 비관하지 않았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난관을 이겨냈다. 사실 그의 칠십 평생에서 성공한 적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좌절과 실패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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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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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지루한데?' 싶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하게 된 책.

철학자 헤겔이 주장했듯, 삶을 인도하는 원천이자 권위의 시금석으로서의 종교를 뉴스가 대체할 때 사회는 근대화된다. 선진 경제에서 이제 뉴스는 최소한 예전에 신앙이 누리던 것과 동등한 권력의 지위를 차지한다. 뉴스의 타전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교회의 시간 규범을 따른다. 아침기도는 간략한 아침 뉴스로, 저녁기도는 저녁 종합 뉴스로 바뀌어왔다. -11쪽

권력을 공고히하길 소망하는 당대의 독재자는 뉴스 통제 같은 눈에 빤히 보이는 사악한 짓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 그 또는 그녀는 언론으로 하여금 닥치는 대로 단신을 흘려보내게만 하면 된다. 뉴스의 가짓수는 엄청나되 사건의 배경이 되는 맥락에 대한 설명은 거의 하지 않고, 뉴스 속 의제를 지속적으로 바꾸며, 살인자들과 영화배우들의 화려한 행각에 대한 기사를 끊임없이 갱신하여 사방에 뿌림으로써, 바로 조금 전 긴급해 보였던 사안들이 현실과 계속 관계를 맺은 채 진행중이라는 인식을 대중이 갖지 않도록 조처하기만 하면 된다. -36쪽

뉴스는 우리를 겁주지 않을 때는 우리를 분노하게 하느라 분주하다. 온라인 뉴스 기사 말미에 댓글을 다는 기능을 통해 일반인들이 지금껏 품고 있던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분노가 드러난다. 댓글들만 보면 우리 대부분은 거의 늘 분노로 갈갈이 날뛰는 것처럼 보인다. -62쪽

뉴스는 국가가 겪는 문제의 뿌리가 상류층의 범죄행위에 근본적인 기원을 두고 있다고 상상하도록 부추긴다. 물론 언론은 개개의 썩은 사과를 겨냥할 임무를 분명 지니고 있지만,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합의 내부에 은폐된, 눈에는 띄지 않지만 훨씬 큰 제도적 실패에도 주의를 돌리도록 우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마찬가지로 중요한 책무 또한 지니고 있다. -74쪽

다른 때라면 자신들의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정신을 선전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는 언론들이, 오히려 오늘 무슨 일이 벌어졌나 하는 중대한 문제에 너무 자주 완벽하게 일치하는 듯 보이는 상황에 대해 우리는 어느 정도 의구심을 품어야 한다. -86쪽

숫자들은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경제지표로 한 국가를 평가하는 것은 혈액검사 결과를 통해 어떤 사람을 다시 그려보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148쪽

대중으로 하여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납득할 수 없어 절망감을 느끼게 하고, 좀더 평등한 세상을 향한 당찬 포부를 교묘하게 박살내버리는 경제 분석으로 대중을 완전히 나가떨어지게 하는 데 일조하는 게 바로 뉴스다. -157쪽

불운에 관한 기사에 몰입할수록 우리 자신과 타인에 대해 보다 건설적이고 관대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관용적인 태도의 성숙과 희망의 척도는 역설적이게도 극도의 슬픔을 다룬 뉴스를 통해 만들어진다.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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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선택이다 - 내 인생을 바꾸는 긍정의 심리학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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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개정신판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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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는 바로 그런 유목적 텍스트다. 그것은 여행의 기록이지만, 거기에 담긴 것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찐한' 접속이고, 침묵하고 있던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발견의 현장이며, 새로운 담론이 펼쳐지는 경이의 장이다. 게다가 그것이 만들어내는 화음의 다채로움은 또 어떤가. 때론 더할 나위 없이 경쾌한가 하면, 때론 장중하고, 또 때론 한없이 애수에 젖어들게 하는, 말하자면 멜로디의 수많은 변주가 일어나는 텍스트. 그것이 『열하일기』다.

귀신을 질리게 할 정도의 '양기'라? 그래서인지 그에게는 시대와 불화한 지식인들이 숙명처럼 끌고 다니는 어두운 그림자가 전혀 없다. 그는 고독함조차도 밝고 경쾌하게 변화시킨다.

문풍을 타락시킨 '원흉'으로 『열하일기』를 지목한 정조의 안목은 과연 적확한 것이었다. 그러나 『열하일기』가 일으킨 파장의 측면에서 본다면, 정조의 그 같은 조처는 '뒷북'치는 감 또한 없지 않으니, 앞에서 이미 짚었듯이 이 텍스트는 이미 10여 년에 걸쳐 열렬한 찬사와 저주어린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풍문의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문체반정은 이 풍문의 정점이자 공식적 확인절차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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