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개정신판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열하일기』는 바로 그런 유목적 텍스트다. 그것은 여행의 기록이지만, 거기에 담긴 것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찐한' 접속이고, 침묵하고 있던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발견의 현장이며, 새로운 담론이 펼쳐지는 경이의 장이다. 게다가 그것이 만들어내는 화음의 다채로움은 또 어떤가. 때론 더할 나위 없이 경쾌한가 하면, 때론 장중하고, 또 때론 한없이 애수에 젖어들게 하는, 말하자면 멜로디의 수많은 변주가 일어나는 텍스트. 그것이 『열하일기』다.

귀신을 질리게 할 정도의 '양기'라? 그래서인지 그에게는 시대와 불화한 지식인들이 숙명처럼 끌고 다니는 어두운 그림자가 전혀 없다. 그는 고독함조차도 밝고 경쾌하게 변화시킨다.

문풍을 타락시킨 '원흉'으로 『열하일기』를 지목한 정조의 안목은 과연 적확한 것이었다. 그러나 『열하일기』가 일으킨 파장의 측면에서 본다면, 정조의 그 같은 조처는 '뒷북'치는 감 또한 없지 않으니, 앞에서 이미 짚었듯이 이 텍스트는 이미 10여 년에 걸쳐 열렬한 찬사와 저주어린 비난을 동시에 받으며 풍문의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문체반정은 이 풍문의 정점이자 공식적 확인절차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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