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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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지루한데?' 싶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하게 된 책.

철학자 헤겔이 주장했듯, 삶을 인도하는 원천이자 권위의 시금석으로서의 종교를 뉴스가 대체할 때 사회는 근대화된다. 선진 경제에서 이제 뉴스는 최소한 예전에 신앙이 누리던 것과 동등한 권력의 지위를 차지한다. 뉴스의 타전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교회의 시간 규범을 따른다. 아침기도는 간략한 아침 뉴스로, 저녁기도는 저녁 종합 뉴스로 바뀌어왔다. -11쪽

권력을 공고히하길 소망하는 당대의 독재자는 뉴스 통제 같은 눈에 빤히 보이는 사악한 짓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 그 또는 그녀는 언론으로 하여금 닥치는 대로 단신을 흘려보내게만 하면 된다. 뉴스의 가짓수는 엄청나되 사건의 배경이 되는 맥락에 대한 설명은 거의 하지 않고, 뉴스 속 의제를 지속적으로 바꾸며, 살인자들과 영화배우들의 화려한 행각에 대한 기사를 끊임없이 갱신하여 사방에 뿌림으로써, 바로 조금 전 긴급해 보였던 사안들이 현실과 계속 관계를 맺은 채 진행중이라는 인식을 대중이 갖지 않도록 조처하기만 하면 된다. -36쪽

뉴스는 우리를 겁주지 않을 때는 우리를 분노하게 하느라 분주하다. 온라인 뉴스 기사 말미에 댓글을 다는 기능을 통해 일반인들이 지금껏 품고 있던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분노가 드러난다. 댓글들만 보면 우리 대부분은 거의 늘 분노로 갈갈이 날뛰는 것처럼 보인다. -62쪽

뉴스는 국가가 겪는 문제의 뿌리가 상류층의 범죄행위에 근본적인 기원을 두고 있다고 상상하도록 부추긴다. 물론 언론은 개개의 썩은 사과를 겨냥할 임무를 분명 지니고 있지만,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합의 내부에 은폐된, 눈에는 띄지 않지만 훨씬 큰 제도적 실패에도 주의를 돌리도록 우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마찬가지로 중요한 책무 또한 지니고 있다. -74쪽

다른 때라면 자신들의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정신을 선전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는 언론들이, 오히려 오늘 무슨 일이 벌어졌나 하는 중대한 문제에 너무 자주 완벽하게 일치하는 듯 보이는 상황에 대해 우리는 어느 정도 의구심을 품어야 한다. -86쪽

숫자들은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경제지표로 한 국가를 평가하는 것은 혈액검사 결과를 통해 어떤 사람을 다시 그려보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148쪽

대중으로 하여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납득할 수 없어 절망감을 느끼게 하고, 좀더 평등한 세상을 향한 당찬 포부를 교묘하게 박살내버리는 경제 분석으로 대중을 완전히 나가떨어지게 하는 데 일조하는 게 바로 뉴스다. -157쪽

불운에 관한 기사에 몰입할수록 우리 자신과 타인에 대해 보다 건설적이고 관대한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관용적인 태도의 성숙과 희망의 척도는 역설적이게도 극도의 슬픔을 다룬 뉴스를 통해 만들어진다.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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