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한 것에 대해 복종하고 헌신하는 태도를 톨스토이는 감격벽이라고 불렀다. 누구에게나 감격벽으로 충만한 시절이 있기 마련이다. 감격하기 쉬운 습벽은 아마도 고결한 이기주의와 맹목적인 이타주의의의 결합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감격벽을 가진 사람은 결코 비열해질 수 없고, 실리적인 문제에 어둡거나 적어도 그런 체해야 하며, 증오와 애정의 선이 분명한 대신 그 근거는 박약하기 짝이 없고, 세상이 이편과 저편으로 환하고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다고 믿는다. 지고한 가치에 스스로를 비추어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 습벽은 냉철한 실용주의의 대척점이기도 하다.-1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