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테의 수기 - 인문학연구소고전총서서양문학 6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7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보는 것을 배우고 있다. 웬지는 모르겠다. 모든 것이 한층 더 깊숙이 나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여느때 끝나곤 하던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내게 전에는 몰랐던 내면이 한 층 더 있다. 모든 것이 지금은 그 또 한층의 내면까지 간다.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다.

오늘 편지를 한 장 썼는데, 쓰다 보니 내가 여기 온 지 3주일이 되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다른 어딘가에서라면, 이를테면 시골에서라면 3주일이란 하루 같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3주일은 여러 해이다. 나는 짧은 편지도 쓰지 않는다. 내가 바뀌고 있다는 말을 뭣하러 누군가에게 한단 말인가? 내가 바뀌고 있으면 나는 전에 나였던 내가 아니잖은가.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면 이제 나는 아는 사람들이 없다는 게 분명하다. 낯선 사람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쓸 수야 없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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