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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ㅣ 학고재 산문선 3
박지원 지음 / 학고재 / 1997년 9월
평점 :
품절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박지원 지음 / 학고재, 1997
자신의 본분으로 돌아가라.
연암 박지원 선생의 산문중
일부를 발췌해 그대로 옮겨본다.
자신의 본분으로 돌아가라.이말이 어찌 문장에만 해당되는 것이리요.
일체의 가지가지 만사가 모두 그렇지요.
서화담 선생이 출타 했다가 집을 잃어버리고 길가에서 울고 섰는 사람을 만났더랍니다.
"너는 어찌하여 울고 있느냐?"
"저는 다섯 살 때 눈이 멀어서 지금 20년이나 되었답니다.
오늘 아침 나절에 밖으로 나왔다가 홀연 천지 만물이 맑고 밝게 보이기에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 가려하니 길은 여러 갈래요,대문들이 서로 엇슷비슷같아 저희 집을
분별할 수 없습니다. 그래 지금 울고 있습지요."
선생은,
"네게 집에 돌아가는 방법을 깨우쳐주겠다. 도로 눈을 감아라. 그러면 곧 너의 집이 있을것이다." 라고 일러 주었답니다.
그래서 소경은 다시 눈을 감고 지팡이를 두드리며 익은 걸음 걸이로 걸어서
곧장 집에 돌아갈 수 있었더랍니다.
이는 다른 까닭이 아닙니다.
색깔과 모양에 정신이 뒤죽박죽 바뀌고,슬픔과 기쁨에 마음이 쓰여서 이것이 곧
망상이 된것입니다.
지팡이를 두드리며 익숙한 걸음 걸이로 걷는것,그것은 바로 우리가 우리의 본분을
지키는 이치요,집으로 돌아가는 증인입니다.
눈이 떠져 앞를 볼수 있었던 소경앞에 펼쳐진 현실,
아마도 그것은 우리앞에 놓여있는 온통 왜곡되고 거짓으로 가득찬 현실,
곧 눈앞의 현실과 잘 볼수 있다는 자신의 안목이 도리어 올바른 현실을 인식하는데
방해가 된것이겠죠.
그래 차라리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길을 찾을때 바른길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