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패티 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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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합창이 터져 나온다.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라는 구절에서 난 이미 이 책에 마음을 빼앗겼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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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이옥남 지음 / 양철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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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거울처럼, 고요한 연못처럼 고스란히 비추는 할머니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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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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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칠 수 없는 병을 앓는 아내를 위해 밥을 짓기 시작한 사람. 강창래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읽었다. 이 책의 80%는 요리 레시피다. 요리를 모르는 내가 그걸 읽고 있는 건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어떤 꼭지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레시피 뿐일 때도 있다.

아이쿱에서 무얼 사서 어떻게 양념하고 조리를 해서 음식을 아내 앞에 내어 놓는다. 아내가 두 입만 먹어도 행복해하고, 가슴 조마조마해하며 눈치를 본다. 아내가 ‘맛있다.’ 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단다.

그래서 그런 거였나. 낭군님이 요리를 만들어주고 내가 다른 데 집중하느라 열심히 먹지 않으면 “힝. 힘들게 만들었는데, 맛이 없나 봐!” 서운해 할 때가 종종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남편의 마음이 ...이해돼서 코 끝이 찡했다. 그러고 나니 30년 넘도록 딸에게 밥을 지어준 엄마 생각이 났다. 힘들게 지은 밥을 먹기 싫다고 유세 부리던 내 생각이 나서. 철은 이렇게 늦게 든다.

요샌 뭔가를 먹을 때, 그걸 만들어 준 사람의 사랑을 먹는다는 생각이 육박해 온다. 이 사람의 사랑이 음식으로 변신했고, 그 사랑이 윤기 나는 피부가, 머리카락이, 손톱이 되는 것이겠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레시피를 담담히 써 내려 갔을 뿐인데 슬프다고 했단다. 되려 작가는 레시피에서 기쁨과 즐거움이 느껴지길 바랐다는데. 요리에도 기쁨과 슬픔이 묻어나다니. 아침부터 이 책을 다시 읽고 리뷰를 쓰다보니 자꾸 눈물이 난다. 사랑을 넘치도록 받기만 해서 될 일인가. 낭군님이 9월에 여행 마치고 귀국하면 처음으로 내가 음식을 만들어서 주고 싶다. 내가 음식을 만들 수 있어야 진짜 어른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걸거다.

가슴을 저몄던 문장 몇 개를 함께 읽자.

“조카는 내가 해준 볶음밥을 무척이나 맛있어했다. 처제도 콩나물국을 잘 먹었고. 나는 식구들이 내는 맛있는 소리를 아내 곁에서 들었다. 음식 만드는 일이 늘 그러다. 힘들어도 맛있게 먹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탁 풀어진다.”

“아내는 대패삼겹살을 겨우 두 점 먹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고소한 맛을 음미하면서. 나는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돼지고기를 저렇게 맛나게 먹는 걸 본 적이 없다. 다시는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에 가슴이 저미게 아팠던 게 겨우 이 주쯤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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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 한 호흡 한 호흡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상 회복 에세이
이아림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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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 덕후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이 뚜렷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이리저리 살핀다. 물론, 어느 정도 방향성은 있지만 어떤 흐름이 있는지 보는 게 참 흥미롭다. 2014년 경엔 <미움받을 용기> 류의 책이 한창 유행이었다. 좀 더 지나서는 비혼 생활의 즐거움을 찬양하는 책이 유행을 했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와 같은 책들이다. 요새 재미있는 흐름은 바로 ‘몸’ 에세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해도, 소유보다는 경험을 더 추구한다고 해도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몸. 다른 것에 열중하니 몸이 무너지는 경험을 여러번 했다. 대학 다닐 때는 급히 10kg나 다이어트를 해서 후유증에 고생했던 경험이 있고 (현재 다시... 쪘다! ㅎㅎ) 글을 많이 쓰니 목하고 어깨가 늘 뻑뻑하다.

얼마전 <마녀체력>이라는 멋진 책을 읽고서 야심차게 수영을 등록했다. 하지만 6시 클래스를 듣기 위해 5시에 일어나야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결국 8번 가야 하는데 딱 1번 밖에 가지 못했다. 4만원 밖에 안 되는 수강료였지만 허공으로 폴폴 날렸다. 뭐,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다. 또 언젠간 수영에 도전하겠지. 가슴 속에 품고 있으면 언젠간 하겠지.

내 눈에 들어온 또다른 몸 에세이.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를 단숨에 읽었다. 카카오 브런치북 금상을 수상한 책이다. 몸 이야기를 하는데 마음이 항상 옆에 졸졸 따라온다. 몸 좀 가꿔보려고 읽었는데, 항상 마음까지 같이 정갈해진다. 그래서 내가 몸 에세이를 좋아한다. 갑자기 대담해지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하고, 개운해지기도 한다. 두 주먹을 불끈 쥐게도 되고 고마워서 책을 톡톡 두드리게도 되고.

좋지 않은 체형과 체격으로 요가를 시작한 저자가 날마다 요가를 하는 #yogaeverywhere 형 인간이 될 때까지의 걸음걸음. 나도 함께 미행하는 느낌으로 살금살금 따라 읽었다. 나는 절실하다. 아직도 내 데일리 루틴 운동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너무 힘이 많이 드는 수영보다는 요가로 하루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9월부터 아침 요가를 해볼까 생각한다. 또, 안 될 수도 있다. 뭐 안 되면 어떤가. 경쟁도 아니고 대회도 아닌 것을. 개운해지고 정갈해진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 한 권 읽었다고 또 마음이 들썩인다. 들썩거린다면 이 책은 그 소임을 다 하였을 터다.

요가 얘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작가님은 글은 왜 또 요렇게 가지런하고 싱싱하게 잘 쓰시는 건지. 모든 글쟁이들이 질투나게 부럽다. 무너진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마음까지 반질반질 윤이 나게 닦아낸 낱말과 문장들. 여기에 옮겨 본다.

“되돌아보면 시간이 가장 만만했다. 잠자는 시간을 포기하고 이동하는 시간을 아끼면서, 촌각을 다투며 살면 열심히 사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이 별건가. 결국 시간으로 이뤄진 게인생이라고 한다면 제 시간을 포기하면서 자기 인생을 산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멍 때리는 사람이 부럽다. 멍을 잘 때리는 사람은 어쩐지 신뢰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들은 자기 자신에게도 매여 있지 않은 듯하다. 자신을 무방비 상태로 던져놓는다. 그러곤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으로 한껏 가벼워진다. 멋지다. 요즘은 그런 무위의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SNS에 대한 자신의 찌질함을 맘껏 글로 옮긴 부분도 있었다.

“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스운 건 나다. 빈정거리면서도 결코 ‘언팔’은 하지 못한다. 도대체 방법이 뭔지 그들의 ‘있어빌리티’를 염탐한다. 어설프게 따라도 해보는데, 사진의 구도며 빛의 조절, 피사체의 근사함에서 언제나 모자란다. 한참 떨어진다. 그럴 땐 배로 낭패감이 밀려온다. 그럴듯한 무언가, 내게 있을 리 없는 무언가만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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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는 간소하게
노석미 지음 / 사이행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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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음식 에세이가 나왔다. 화가 노석미님의 <먹이는 간소하게>. 제목을 보고 낭군님이랑 나랑 막 웃었다. 퇴근해서 배가 고프다고 헥헥대는 나를 위해 낭군님이 늘 “모이 만들어 놨으니 빨리 와요 ♡” 라고 늘 했기 때문이다. 음식도, 식사도 아닌 먹이, 나에게는 모이. 말이 참 귀엽다.

작가는 도시의 집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 어드메, 시골에서 산지 10년이 넘었다. 그 곳에 집도, 작업실도 있다. 정원도 밭도 빠트리면 서운하다. 거기서 직접 자급자족하여 먹는 채소, 그걸로 만드는 ‘먹이’를 그림으로 그리고 글을 썼다.

내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인간인지 안다. 마음으로는 텃밭을 가꾸고, 천천히 음식을 만들어 먹는 삶을 꿈꾼다. 사실은 텃밭은 낭군님...이 모두 가꾸고, 요리도 낭군님이 항상 한다. 직접 할 용기가 없는 사람에겐 꿈만 같은 이야기. 같이 사는 사람이 날마다 하는데도 나는 물끄러미 바라볼 뿐. 언제 하겠다는 맘이 들까?

채소를 가꾸고, 그걸로 밥을 짓고, 그림을 그리고, 글까지 써서, 책을 낸다. 덥고 땀흘리고, 귀찮은 것을 하기 위해서 기꺼이 우선순위로 시간을 낼 수 있을 때는 가능할 것이다. 그런 시간이 언제 나냐고? 다른 것을 포기할 수 있을 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는 마음이 활활 타오를 때겠지.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간 꼭 올 것 같다.

그림하고 짝꿍처럼 알콩달콩 어울리는 글 몇 문장 가져오겠다.

“비가 오는 날에는 전을 먹는다. 비 오는 소리와 전을 부칠 때 나는 소리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비 오는 날 전을 부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릴 적 할머니가 ‘시래기국을 끓여준다’고 하셨을 때, “쓰레기에서 무슨 이래 맛있는 냄새가 나노?” 했던 기억을 떠올렸던 구절도 있다.

“말라가고 있는 시래기의 모습은 정말 쓰레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것이 과연 음식이 될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 시래기를 말리는 귀찮음과 그 보기 흉함을 지나서 시래기가 시래기밥이나 나물, 된장국 등의 음식으로 바뀔 때 ‘아, 어찌 이런 음식이?’ 하는 감동이 몰려온다.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시래기만의 맛과 식감이 있다.”

야채를 채취할 때의 세심한 맘 씀씀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절도 여기 잠깐.

“참취를 채취할 때는 먹기 좋은 부드러운 입만 조금 따야 한다고. 다음에 채취하러 오는 사람을 위해, 그리고 참취가 꽃을 피우고 씨를 뿌려 더 많이 번식할 수 있게 뿌리째 뽑으면 안 된다고 꼼꼼이 일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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