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 한 호흡 한 호흡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상 회복 에세이
이아림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책 덕후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이 뚜렷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이리저리 살핀다. 물론, 어느 정도 방향성은 있지만 어떤 흐름이 있는지 보는 게 참 흥미롭다. 2014년 경엔 <미움받을 용기> 류의 책이 한창 유행이었다. 좀 더 지나서는 비혼 생활의 즐거움을 찬양하는 책이 유행을 했다.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와 같은 책들이다. 요새 재미있는 흐름은 바로 ‘몸’ 에세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해도, 소유보다는 경험을 더 추구한다고 해도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몸. 다른 것에 열중하니 몸이 무너지는 경험을 여러번 했다. 대학 다닐 때는 급히 10kg나 다이어트를 해서 후유증에 고생했던 경험이 있고 (현재 다시... 쪘다! ㅎㅎ) 글을 많이 쓰니 목하고 어깨가 늘 뻑뻑하다.

얼마전 <마녀체력>이라는 멋진 책을 읽고서 야심차게 수영을 등록했다. 하지만 6시 클래스를 듣기 위해 5시에 일어나야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결국 8번 가야 하는데 딱 1번 밖에 가지 못했다. 4만원 밖에 안 되는 수강료였지만 허공으로 폴폴 날렸다. 뭐,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다. 또 언젠간 수영에 도전하겠지. 가슴 속에 품고 있으면 언젠간 하겠지.

내 눈에 들어온 또다른 몸 에세이.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를 단숨에 읽었다. 카카오 브런치북 금상을 수상한 책이다. 몸 이야기를 하는데 마음이 항상 옆에 졸졸 따라온다. 몸 좀 가꿔보려고 읽었는데, 항상 마음까지 같이 정갈해진다. 그래서 내가 몸 에세이를 좋아한다. 갑자기 대담해지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하고, 개운해지기도 한다. 두 주먹을 불끈 쥐게도 되고 고마워서 책을 톡톡 두드리게도 되고.

좋지 않은 체형과 체격으로 요가를 시작한 저자가 날마다 요가를 하는 #yogaeverywhere 형 인간이 될 때까지의 걸음걸음. 나도 함께 미행하는 느낌으로 살금살금 따라 읽었다. 나는 절실하다. 아직도 내 데일리 루틴 운동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너무 힘이 많이 드는 수영보다는 요가로 하루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9월부터 아침 요가를 해볼까 생각한다. 또, 안 될 수도 있다. 뭐 안 되면 어떤가. 경쟁도 아니고 대회도 아닌 것을. 개운해지고 정갈해진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 한 권 읽었다고 또 마음이 들썩인다. 들썩거린다면 이 책은 그 소임을 다 하였을 터다.

요가 얘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작가님은 글은 왜 또 요렇게 가지런하고 싱싱하게 잘 쓰시는 건지. 모든 글쟁이들이 질투나게 부럽다. 무너진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마음까지 반질반질 윤이 나게 닦아낸 낱말과 문장들. 여기에 옮겨 본다.

“되돌아보면 시간이 가장 만만했다. 잠자는 시간을 포기하고 이동하는 시간을 아끼면서, 촌각을 다투며 살면 열심히 사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이 별건가. 결국 시간으로 이뤄진 게인생이라고 한다면 제 시간을 포기하면서 자기 인생을 산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멍 때리는 사람이 부럽다. 멍을 잘 때리는 사람은 어쩐지 신뢰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들은 자기 자신에게도 매여 있지 않은 듯하다. 자신을 무방비 상태로 던져놓는다. 그러곤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으로 한껏 가벼워진다. 멋지다. 요즘은 그런 무위의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부자라는 생각이 든다.”

SNS에 대한 자신의 찌질함을 맘껏 글로 옮긴 부분도 있었다.

“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스운 건 나다. 빈정거리면서도 결코 ‘언팔’은 하지 못한다. 도대체 방법이 뭔지 그들의 ‘있어빌리티’를 염탐한다. 어설프게 따라도 해보는데, 사진의 구도며 빛의 조절, 피사체의 근사함에서 언제나 모자란다. 한참 떨어진다. 그럴 땐 배로 낭패감이 밀려온다. 그럴듯한 무언가, 내게 있을 리 없는 무언가만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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